현대해상·와이즈웰니스 사회공헌 프로그램 ‘소녀, 달리다’
“현장에 나가보면 아직도 학교 안에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뿌리깊이 남아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여자애가 인형을 갖고 놀아야지 무슨 축구공을 갖고 노냐’하는 인식이 있어요. 여학생들이 신체 활동을 통해 자존감과 자신감을 길렀으면 하는 바람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지난 6일 만난 박성완(35) 와이즈웰니스 과장은 ‘소녀, 달리다’의 탄생을 이렇게 회상했다. ‘소녀, 달리다’는 현대해상이 후원하고 와이즈웰니스가 운영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3년 시작됐다. 서울·경기 지역 초등학교 3~6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달리기’ 수업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와이즈웰니스의 박성완 과장과 박유진(25) 팀장을 인터뷰했다.
◇‘달리기x인성교육’, 여학생 자신감 높인다
‘소녀, 달리다’는 0교시 또는 방과 후 수업을 활용해 한 학기 동안 진행된다. 매학기 25개 학교 10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한다. 프로그램은 ▲달리기와 인성교육을 접목시킨 ‘달리기 수업’과 ▲체력 증진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 ‘달리기 축제’로 구성된다. 총 24회로 짜인 교육 프로그램은 4.2195㎞의 거리를 완주하는 마라톤 축제로 대미를 장식한다.
박성완 과장은 ‘소녀, 달리다’를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 ‘2010년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대 여학생의 67.8%가 신체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죠. 같은 응답을 한 남학생은 37.7% 정도에 그쳤으니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난 셈이에요. 달리기를 통해 소녀들의 몸과 마음을 성장시키는 게 프로그램의 목표입니다.”
박유진 팀장은 강사들을 관리하고 직접 현장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얼음땡’ 놀이 아시죠? 그걸 조금 변형해 술래가 친구를 잡으면 잡힌 친구의 장점을 이야기해 주도록 했어요. ‘넌 정말 예뻐’ 이렇게요. 아이들은 친구로부터 칭찬을 들으면서 스스로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한번은 팀별로 달리기 시합을 하는 수업을 진행했는데, 소아비만인 친구가 잘 달리지 못했어요. 그런데 같은 편 친구들이 ‘지더라도 지는 게 아니야, 우리가 함께 뛰면 그걸로 충분해’라고 응원해주더라고요. 정말 보람 있었죠. ‘소녀, 달리다’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감을 기르고 협동심을 배우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요.”
강사들은 체육 전공뿐만 아니라 교육학, 심리학 등 다양한 전공 출신들로 꾸려졌다. 박유진 팀장은 “프로그램을 시작할 당시에는 육상 전공자 등 달리기 전문가에 초점을 맞춰 강사를 섭외했지만, 프로그램의 목적이 ‘인성교육’인 걸 고려해 다양한 전공의 강사들을 섭외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멍석만 깔아주면 잘 뛰놉니다!”
‘소녀, 달리다’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와이즈웰니스는 교육부,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와 공동개발한 학생건강체력평가제도 ‘PAPS(Physical Activity Promotion System)’를 통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의 체력과 인성을 측정해왔다. 지난 4~6월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1031명의 경우, 프로그램 참여 후 신체 유연성이 28% 증가했다. 또 인성 측정 결과에서도 학생들 대부분 외모와 신체에 대한 자존감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달릴 줄 몰랐을 뿐이지 멍석만 깔아주면 재밌게 잘 뜁니다. ‘소녀, 달리다’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중요한 방점을 찍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사명감을 가지고 일에 임합니다.”
박성완 과장은 ‘소녀, 달리다’가 참가하는 여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수료한 학생이 훗날 ‘소녀, 달리다’ 강사로 오는 게 개인적인 꿈입니다. 1회 수료생이 어느덧 18살이니 꿈이 이루어질 날도 그렇게 멀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박성완 과장과 박유진 팀장은 더 많은 소녀들의 달리기를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소녀, 달리다’의 길목을 열심히 닦고 있다. 다음 학기에 만날 다음 소녀들의 ‘달리기’를 준비하며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해솔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9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