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뮤지션 돕는 소셜벤처&기업 사회공헌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와 영향력은 막강했다. 케이블 방송이었던 슈퍼스타 K는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유쾌한 방송 클립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오디션 방송 출신자들이 성공적으로 연예계에 안착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음악 오디션 예능의 선두 주자였던 슈퍼스타 K, K팝스타 등은 사라졌지만 프로듀스 101(Mnet), 쇼미더머니(Mnet), 믹스나인(JTBC)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여전하다.
◇실용음악과 입시 경쟁률 600대 1, 하지만 메이저 데뷔는 극소수
오디션 열풍은 실용음악에 대한 수요를 늘렸고, 대학은 실용음악과를 확대·신설했다. 한양대는 2011년, 서경대는 2014년에 실용음악과를 신설했다. 경쟁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2018년도 서경대학교 실용음악과(보컬) 수시 전형은 3명을 선발하는데 1806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602대 1이었고, 한양대 에리카 실용음악과는 경쟁률이 446대 1이었다.
자연스레 입시와 오디션 준비를 할 수 있는 실용음악학원도 번창했다. 홍대와 신촌을 중심으로 마포구 내에만 50개가 넘는 실용음악학원이 위치하고 있다. 학원 관계자들은 한류와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실용음악과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학한 학생들에게 장미빛 인생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소재 대학 실용음악과 4학년에 재학중인 A군은 “실용음악과에 입학해도 실제로 오디션에 합격하거나 메이저 데뷔를 하는 친구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실용음악과 특성 상 개인적인 음악활동을 하고, 학교도 다니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인디밴드 활동과 학업을 같이 하고 있는 A군은 “졸업 이후가 가장 걱정입니다”이라고 어렵게 입을 뗐다.
“밀린 학자금도 갚아야 하고, 앨범에 들어간 비용도 갚아야 하는데 음악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실제로 한 수도권 대학 실용음악과의 취업률은 7%를 기록했다고 한다. 물론 실용음악과 졸업생들의 활동은 취업률 지표(졸업 1년 이내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통계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 하지만 취업률에 잡히지 않은 졸업생들도 A군과 같은 어려움과 동떨어져 있지는 않다.
◇실용음악과 학생들과 함께 소외계층 음악교육하는 소셜벤처, 파이브스토리
이에 취업률 7%라는 어려움을 겪는 젊은 뮤지션들을 돕는 다양한 프로젝트도 생겨나고 있다. 소셜벤처 ‘파이브스토리’는 2016년 11월 출범한 소셜벤처로, 미혼모, 위기청소년 등 사회적으로 낙인 찍힌 이들에게 음악교육과 문화 활동을 제공한다. 전한빈, 이재명 공동대표는 모두 실용음악과 학생 출신이다. 전한빈 공동대표는 “노가다(일용직)가 주업이었고, 간간히 레슨하는 정도였다”며 “열심히 음악을 공부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 버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아직 사업을 시작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소풍, 루트 임팩트, 카우앤독이 주관한 사회 혁명가 캠프에 파트너로 초대되었다. 이들은 현재 서울, 일산, 부천 등에 있는 지역아동센터나 소년보호 기관 등에서 음악 교육을 진행한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독자적인 버스킹(거리공연)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수강생들에게 12주 동안 버스킹(거리공연)을 위한 음악 교육을 제공하고, 실제로 수강생들이 버스킹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파이브스토리의 전한빈 공동대표는 “버스킹 프로젝트를 통해 4의 수강생이 모이면 1명의 소외된 학생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당신의 취미생활로 한 사람의 꿈이 이뤄질 수 있다’는 콘셉트다. 이재명 공동대표는 “현재 소년 보호 기관 출신 아이들을 버스킹 프로젝트에 연결해 주고 있고, 많은 수강생이 모이면 실용음악과 학생의 참여도 더 확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희는 음악 교육뿐만 아니라 공연을 하게 하는 것 자체가 목표입니다. 어려운 환경에 수강생들이 교육을 통해 음악적 경험을 쌓고, 무대에 올라갔을 때 이전의 손가락질이 박수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하면 변화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대규모 공연을 기획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버스킹을 택했습니다.”
◇뮤지스땅스, 밴드 디스커버리, 튠업 음악교실 등 인디음악 지원하는 정부와 기업 사회공헌
한편, 젊은 뮤지션들이 음악적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정부와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있다. 서울 마포도로 지하에 위치한 ‘뮤지스땅스’는 문화체육관광부가 35억원의 예산을, 마포구가 장소를 제공해서 만들어진 인디밴드를 위한 문화 공간이다. 이미 원로 음악인과 인디밴드를 돕는 ‘한국음악발전소’의 소장이었던 최백호씨가 뮤지스땅스의 책임자다. 뮤지스땅스는 인디밴드 뮤지션들을 위해 스튜디오, 작업실, 라이브 공간 등을 저렴하게 대관하고 있고, ‘무소속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전문 자문 위원의 멘토링과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13년부터 5년 째 진행중인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그램 ‘밴드 디스커버리’도 유명하다. 무대를 설 기회가 없었던 신인밴드를 발굴하고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KT&G의 문화예술 지원 사회공헌 사업이다. EP를 1장 이상 발매한 뮤지션은 누구나 공모에 지원 가능하고, 전문가 평가와 경연을 거쳐서 최종 선발 뮤지션을 결정한다. 선발된 뮤지션은 상금과 KT&G 상상마당이 기획하는 공연 참가 기회가 주어지고, 밴드 홍보를 위한 라이브 공연 사진과 영상 포트폴리오도 제공하고 있다.
소외계층 청소년에게 음악교육을 제공하는 ‘튠업 음악교실’은 CJ문화재단의 사회공헌 사업 중 하나다. CJ문화재단은 음악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인 창작자를 선발해 돕고 있는데, 매년 공모에서 선발된 튠업 아티스트들은 창작 지원을 받을 뿐 아니라 튠업음악교실의 강사로 활동하게 된다. 선발된 아티스트는 소외계층 청소년에게 밴드 수업을 진행하고, 공연을 기획해 같이 무대에 선다. K팝스타 출신으로 유명한 이진아(6기), 최근 ‘선물’이라는 곡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멜로망스(17기) 등이 대표적인 튠업 아티스트 출신이다.
네이버 ‘뮤지션 리그’는 음악 창작자들이 손쉽게 자신들의 음악과 영상을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간단한 신상과 음악 또는 영상만 있으면 쉽게 지원 가능하고 매월 뮤지션 리그 상위 30팀은 창작 지원금을 지원받는다. 뮤지션리그에 소속된 창작자들은 재정적 지원부터 유통 및 홍보까지 제공하는 ‘앨범발매 프로젝트’에 지원할 수 있다. 또한 뮤지션리그에서 인정받은 뮤지션은 ‘히든 트랙(Hidden Track) No.V’를 통해 매달 한 팀씩 선발된다. 이들은 유명 프로듀서의 도움을 받아, 네이버와 함께 라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또한 선발된 뮤지션은 매년 6월, 12월에 열리는 루키 스테이지(Rookie stage)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명희승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