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에 우울증에 걸렸어요. 병원에 갔지만 정신과 치료만으론 제 삶을 변화시킬 수 없었죠. 그때 건강까지 악화돼 단순히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처음 시작했어요. 그런데 운동이 직업, 삶까지 바꿔놨죠.”(CTOC 장은하 대표)
“4년 전, 엄마가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사회·경제적으로 괜찮았던 엄마가 왜 나를 버리고 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주위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말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엄마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처음 꺼냈을 때 놀랐어요. 주변 친구들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우울증을 숨기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그때 느꼈죠. 저도 어머니가 우울증인지 몰랐거든요.”(스텔라재단 조재훈 대표)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우울증,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는 환자비율은 턱없이 낮다는 게 정설이다. 운동을 통해 우울증을 해소하겠다고 창업한 두 사회혁신가가 있다. CTOC(Challenge to change, 변화를 위한 도전)의 장은하(30) 대표와 ‘스텔라재단’ 조재훈(25·한체대 스포츠레저학과) 대표다. 두 젊은 청년은 왜, 이 일에 나섰을까.
◇“운동과 정신의학, 심리 전문가들이 협업하며 맞춤형 운동 치료 시도”
CTOC는 맞춤형 무술 프로그램으로,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장은하 대표는 남부럽지 않은 길을 걸었다. 경영학을 전공해 대학교 3학년 때 패션매거진을 발행하는 회사를 만들고, 대학졸업 후 통신 대기업에서 5년 동안 근무했다. 하지만 잦은 야근과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렸다.
자비를 털어 서울 성수동 근처에 40평 체육관을 오픈했다. 근력과 체력(웨이트 트레이닝)은 물론 타격(복식, 킥복싱, 유도, 레슬링), 명상과 기공(태극권, 요가, 명상) 등으로 11개 프로그램 만들었다.
“CTOC의 핵심적인 치료법은 운동이긴 하지만, 운동은 솔루션 중 하나예요. 제가 운동으로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운동이 맞지 않는 분들까지 운동을 강요하지 않아요. CTOC 시스템은 정신의학, 심리, 사회복지, 운동 분야 전문가들의 협진 시스템으로 개개인 맞춤형 치유 솔루션을 제공하는 통합 시스템이에요. 그런데 언론에서 저희가 운동으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부분만 강조해서 오해가 많이 생겼죠. 그래서 인터뷰가 조심스럽고 되도록 안 하게 됐어요.”
장은하 대표는 “CTOC의 운동 치료는 종합적인 진단과 상담 절차를 통해 개개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운동을 가르치는 것이 핵심”이라며 “15년 차 이상의 심리상담가와 운동 전문가가 심층 상담을 하고 행동 반응 검사를 한다”고 했다. 때로 자율신경계 측정, 종합적인 신체 분석까지도 이뤄진다.
“CTOC의 운동 치료는 몇 년 동안 미국, 영국을 포함해서 정신과 전문의, 심리학 교수 및 300명 이상의 국내외 운동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어요. 최근에 이시형 박사님과 함께 힐리언스 선마을의 프로그램인 ‘하이라이프’에서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미국만 하더라도 의사들과 심리사, 테라피스트들이 협력적인 관계로 환자를 치료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협력적이거나 통합적인 관계가 아니라 제각각이죠.”
장은하 대표는 “CTOC를 창업하게 된 계기도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는 기존의 방식이 큰 문제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CTOC는 병원, 임상심리상담사, 운동사가 통합적이으로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로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 대표는 “앞으로 국내 정신질환 치료도 해외처럼 전문기관이 서로 협력적 관계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같은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할 거예요”
“한국에 있을 땐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했어요. 우울증에 대해 말하기가 힘들었어요. 해외여행을 가서 처음 어머니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자 함께 있던 외국인들은 자신도 우울증을 앓고 있다며 이야기해줬어요. 신기하게도 외국인들은 우울증에 대해 거리낌 없이 말하는 거예요. 그때 한국의 우울증 문제점을 인식했죠.”
스텔라재단은 작년 6월 조재훈 대표가 네덜란드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설립한 임의단체다. 2015년 여름 네덜란드 요한크루이프 인스티튜트에서 스포츠경영 공부를 시작한 그는, ‘별’을 뜻하는 어머니의 세례명인 ‘스텔라’에서 착안해 스텔라재단을 만들었다. 스포츠를 통해 행복의 비밀을 찾기로 한 것. 작년부터 지금까지 우울증에 관련한 전문가들을 찾아다녔다. 호주 beyond blue(우울증 비영리단체), Black dog institute(우울증 관련 연구 단체), Batyr(청소년들을 위한 우울증 비영리단체), SAHMRI(정신건강 트레이닝 센터)를 만났다. 뿐만 아니라 미국, 덴마크, 네덜란드에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행복을 찾겠다는 청춘의 용감한 도전에 학교에선 기금 모금에 동참해줬고, 곳곳에서 기금을 보내왔다.
그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해피니스 부츠캠프(Happiness Bootscamp)’를 통해 우울증 환자들을 돕기 시작했다. 해피니스 부츠캠프는 햇빛 노출, 커뮤니티(3명 이상), 충분한 수면, 오메가3, 운동, 일기 쓰기 6가지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이해, 한국 최초로 진행한 ‘아유오케이(R U OK?)’ 행사도 호주 단체들의 도움으로 MOU를 맺고 이벤트를 진행했다.
스텔라재단을 찾는 사람들은 우울증 환자뿐만이 아니라 주변인부터 가족까지 다양하다. 평범한 사람들도 운동과 행복 프로그램으로 알고 참여했다가,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우울증은 누구나 쉽게 걸리는 질병이죠. 미국, 네덜란드, 덴마크, 호주 등 정신건강 치료와 예방이 잘된 곳을 가보니, 우울증 방지에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운동이 어머니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었던 거죠. 배운 것을 토대로 직접 네덜란드, 보츠와나,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렛츠 비트 디프레션(Let’s beat depression, 우울증과 싸우자)’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우울증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안 와요. 운동과 행복을 매개로 프로그램을 홍보하니까 사람들이 많이 왔어요. 해외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우울증을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할지 깨닫고 왔죠.”
◇“운동을 통해 사람들이 변화하기에 멈출 수 없다”
조재훈 대표는 스텔라재단의 향후 계획을 질문하자 “아직 임의단체라서 워크숍을 프로그램화하고 정식단체가 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했다.
“목표는 한국에서 우울증을 감기처럼 쉽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만들고 싶어요. 우울증을 스스럼없이 말하고 치료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해요. 그런 문화에 운동은 필수적이죠. 우울증 예방 및 치료에 관해서 신나는 운동과 함께 행복을 전하고 싶어요.”
CTOC 장은하 대표는 “고객 한 분 한 분 삶의 변화라는 명확한 목표와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국내 최고의 멘탈헬스케어 사회적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제가 지금 배우고 있는 카이스트(KAIST)에서 고객 데이터베이스 기반 CTOC만의 맞춤형 치유 알고리즘 개발, 심리적·신체적·사회적 건강 변화에 따른 사회적 임팩트 측정 방식 개발, 고객 중심의 정신건강 협력 생태계 구축 등 끊임없는 연구와 협력 활동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어플과 웹을 통해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의지하고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만드는 28DAYS(회사명:고고플)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소셜미션을 달성해나가는데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이들은 오늘도 달리고 있다.
허일권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