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유권자’에 응답하는 22대 ‘기후 당선자’

기상청이 지난 4일 발표한 ‘기후위기 감시 및 예측 서비스 발굴을 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706명 중 89.9%가 “현재 대한민국이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답했다. 올여름도 이상기후로 인한 기록적인 폭염이 예상된다. 기후 문제가 명확한 정치 의제가 된 지금, 늘어나는 기후에 대한 관심은 국회에도 반영되고 있을까.

더나은미래는 ①기후 관련 용어를 알고 있으며 ②기후위기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느끼며 ③기후의제 관련 법안 및 정책 발의를 고려하는 당선자를 ‘기후 당선자’로 정의했다. 지난 총선 ‘기후정치바람’이 정의한 ‘기후 유권자’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이어 ‘기후특위 상설회 촉구 기자회견’ 참여 및 ‘기후행동 의원 모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개혁신당 ▲진보당 등 원내 8개 모든 정당 의원에게 ‘기후 국회’를 물었다. 이중 포부만을 전한 개혁신당 의원과 진보당 의원을 제외한 6개 정당 ‘기후 당선자’ 8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기후 유권자’에 응답하는 제22대 ‘기후 당선자’ 8인의 모습.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더나은미래

기후 문제에는 여야 구분 없어

기후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실감하느냐는 질문에는 8인 모두 “그렇다”며 “기후 문제를 여야 정쟁으로 보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야 구분 없이 총선 공약으로 기후 관련 정책을 넣었다”며 “기후특위 상설화를 위한 기자회견에 당을 초월해 8개 정당 모두 참여했고,국회 내 기후 관련 의원 연구단체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10일 8개 원내정당 소속 당선인들이 참여한 ‘기후특위 상설화 촉구 기자회견’ 현장. /이소영 의원실

22대 국회 개원을 20일 앞둔 지난달 10일, 8개 원내정당 소속 당선인들이 ‘기후특위 상설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이소영·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용태·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 등 총 10명이 참석했다.

같은 날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기후유권자와 22대 기후국회, 연결과 확장’ 심포지엄이 열렸다.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는 기후대응을 위해 국회에서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김용태, 박지혜, 서왕진, 윤종오 등 22대 국회의원도 함께해 기후 관련 공약과 향후 과제를 나눴다.

심포지엄을 공동주최한 신근정 로컬에너지랩 대표는 “제1소회의실 100석을 모두 채우고 뒤에 서 계신 분도 있어 대략 15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자리가 없어 돌아간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5월 10일 열린 ‘기후유권자와 22대 기후국회, 연결과 확장’ 심포지엄 현장의 모습. /기후정치바람

국회 내부에서의 기후 정책에 대한 관심도를 5점 만점에 몇 점으로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대체로 정치 현안에 몰두하다 보니 기후 정책에 대한 구체적 논의에 소홀했다”는 평이 우세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내부에서의 기후 정책에 대한 관심도를 5점 만점에 5점이라 답했으나 “관심과 실행은 별개의 문제”라며 “기후는 여야 협치가 제일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은 “정치 양극화로 인한 정쟁과 갈등이 극심해진 국회에서도 기후위기 대응만큼은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한국의 산업 경쟁력

현재 가장 시급한 기후 정책으로는 대다수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말했다.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RE100’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RE100’이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을 의미한다. 최근 전 세계적인 친환경화 흐름에 따라 글로벌 기업이 협력사를 포함한 전 공급망에서 재생에너지 100%를 요구하며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했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수출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전력시장의 재생에너지 공급부족으로 인해 RE100 달성이 사실상 요원한 상황”이라며 “탈탄소 사회 전환 정책이 시급하기에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변경 시 국회 의견이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 동의를 의무화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고 전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재생에너지의 획기적인 증대가 제1의 정책 과제”라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30%, 2050년까지 80%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3080 햇빛바람 정책패키지’가 당 공약”이라고 밝혔다.

반면 구체적인 에너지 전환 방안 면에서는 여야 간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보수 정당은 저탄소를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양립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진보 정당은 신재생에너지에 몰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에너지를 편식하면 안 된다”며 “재생에너지 비율을 끌어올리려면 현실적으로 원전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핵발전이 녹색전환과 공존할 수 없다는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국회가 탈석탄법 제정 및 원자력진흥법 폐지를 바탕에 두고 에너지 전환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에너지 전환이 모두에게 ‘정의로운’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기존 고탄소 분야 관련 산업 및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존 석탄·석유화력 발전은 기후불평등이 생기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대 기후특위에는 ‘권한’이 필요하다

‘기후 당선자’ 8인 모두 22대 기후특위에는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부여하는 등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21대 국회에도 기후위기 특별위원회는 있었으나 6차례의 회의로 그쳐 실질적인 논의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11일 22대 기후특위에 관련 법률과 예산을 심의할 수 있는 등 실질적인 권한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구성 촉구 결의안’을 국회의원으로서 처음으로 발의했다. 이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9일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인 ‘비상’과 함께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발의했다.

지난 총선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기후 유권자’였다. 로컬에너지랩·더가능연구소·녹색전환연구소 등이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은 ▲기후 관련 용어를 알고 있으며 ▲기후위기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느끼며 ▲기후문제를 투표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한 유권자를 ‘기후 유권자’로 정의했다. 기후정치바람이 지난해 12월 전국 17개 시도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1인 33.5%가 ‘기후 유권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정치바람의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권한을 가진 기후특위에서 논의를 통해 기후 문제를 발굴하고 제도화하는 것이 기후 정치의 시작”이라며 “기후 위기가 한국 사회에 어떤 충격과 영향을 주는지를 인식하고, 기후 관련 정책을 제시하는 정치인이 준비된 기후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22대 국회는 ‘기후 유권자’에 응답하는 ‘기후 국회’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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