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일(목)

22대 국회, 200일 만에 ‘기후’ 법안 255건 발의 [2024 결산]

22대 기후국회 2024년 결산 <下>
의원 발의로 본 기후 법안의 현주소

2024년 한국은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꼈다.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사상 최다인 20.2일, 서울은 34일 연속 열대야를 기록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11월 말에는 서울에 28.6cm의 폭설이 내리는 등 이례적인 기상이변이 이어졌다.

이처럼 심각한 기후위기에 22대 국회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을까. 국회 개원 200일 만에 기후 관련 법안이 255건 발의됐다. 이는 12월 24일 기준 발의된 의안 총 6752건 중 약 3%에 해당된다.

국회 상임위원회 중 가장 많은 기후 법안을 심사한 것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다. 71건의 법안이 농축산위원회를 거쳤으며 이는 전체의 28% 가량이다. 그 뒤를 환경노동위원회(62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40건), 행정안전위원회(24건)가 이었다. 반면, 법제사법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은 기후 관련 법안을 심사한 사례가 없었다.

◇ 탄소중립·취약계층 보호…기후 법안이 담은 과제들

가장 핵심적인 법안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기업의 녹색경영을 촉진하기 위한 ‘중소기업 녹색경영 혁신 촉진 특별조치법안’을 이달 3일 발의했다. 법안은 중소기업이 온실가스를 줄이고, 탈탄소 경제 전환에 기여하도록 지원책을 마련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771개로 전체 기업 수의 99.9%, 수출의 42.2%를 차지하고 있다.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지역과 주민이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원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 1일 대표발의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 사례다. 정부는 2036년까지 전국 석탄발전소 59기 중 28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계획인데, 이 법안은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을 ‘정의로운 전환 특구’로 지정해 기금을 조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것을 주문한다.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 세워진 ‘기후위기시계’. /더나은미래 DB

기후위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기후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도 다수 발의됐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반지하주택 침수나 쪽방촌 폭염·한파 피해 등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이들을 국가가 적극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예방·해결하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10월 발의된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현재 각 학교가 재량으로 진행하고 있는 환경교육에 대해 목표와 운영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하여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255건 중 6건 개정·공포, 기후특위는 ‘제자리’

현재까지 발의된 255건의 기후 관련 법안 중 41건이 위원회를 거쳐 가결 혹은 대안반영 처리됐다. 이중 국회 본회의 심의를 통과한 것은 오직 10건이며, 개정·공포된 것은 6건에 그쳤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10월 22일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다. 이 법안은 사업주가 폭염이나 한파 같은 극단적 기후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보건조치를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최근 5년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115건 발생하고, 이로 인해 12명이 사망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20일 공포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은 기후위기가 국민의 신체·정신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반영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대응하는 건강관리 시책을 마련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국민들이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평가 결과를 알 권리도 함께 보장한다.

기후위기적응정보통합플랫폼 구축을 위한 법적 기반도 마련됐다. 10월 22일 공포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은 국민들이 극단적 기후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통합하고 분류체계를 수립하도록 규정했다.

기후를 명시한 채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법안도 있다. ▲농어업재해대책법 일부개정법률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농어업재해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그 대상이다. 이들 법안은 기후변화로 인한 농어업 피해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해 예방, 피해 복구, 경영 안정 지원 등의 제도적 개선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며 세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갔다.

김소희 의원과 청년들이 국회 기후특위 상설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 대표발의 기자회견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소희 의원실

한편, 22대 국회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를 상설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박지혜·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공동으로 기후특위를 상설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022년 21대 국회에서는 기후특위가 한시적으로 설치되었으나, 법안 발의와 예산 심의 권한이 없는 임시 특별위원회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야는 입법권과 예산 심의 권한을 갖춘 상설 기후특위 설치에 합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9월 국회 개원식에서 “기후특위에 법안 심사권과 예·결산 심의권을 부여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 위원회로 만드는 데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관련 법안들은 국회 운영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장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의 실질적 성과를 위해서는 상설화 논의가 조속히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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