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물가 흔든다…“AI로 수급 예측,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필요”

국민의힘 기후특위 두 번째 간담회
농수산물·에너지 가격 대응책 논의

기후위기가 상수가 된 지금, 농수산물 가격 급등과 에너지 공급 불안이 겹치며 소비자 물가 안정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의힘 기후대응특별위원회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기후 변화가 흔드는 물가, 해법은?’을 주제로 두 번째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기후변화로 인한 농수산물 가격 및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한 민관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한 수급 예측, 저장 인프라 구축, 재생에너지 지원 확대 등 제도 개선 방안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4월 10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기후대응특별위원회가 ‘기후 변화가 흔드는 물가, 해법은?’ 정책간담회를 열고 기후변화로 인한 농수산물과 에너지 물가 상승 대안을 모색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

기후변화로 흔들리는 식탁 물가, AI가 대안 될까

농식품부는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 수급 정보가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배민식 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수급안정지원단장은 “기후변화는 농산물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단위면적당 수확량에 기반한 예측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며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정보가 현실과 맞지 않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AI를 활용한 관측 정밀화와 함께, 기후 변화가 상수로 자리 잡은 만큼 장기 저장 시스템을 상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산물 가격도 기후 영향으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박준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산업연구팀장은 “지난해 표층수온이 18.74℃를 기록해, 50년간 3℃ 넘게 오른 수치”라며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자연재해로 인한 양식장 피해는 약 3300억 원이며, 이 중 3분의 2가 고수온으로 인한 폐사”라고 밝혔다. 그는 “기상 변화로 어선 출항 일수도 줄어들며 생산량 감소와 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양식장과 어선에 대한 재정 지원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후 인플레이션 현상도 본격화되고 있다. 김현경 기상청 기후과학국장은 “작년 열대야 일수는 평년의 4배에 달하고, 9월에도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등 이상기후가 빈발했다”며 “이로 인해 여름철 배추 생산이 급감해 김장철까지 영향을 주는 이른바 ‘기후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기상청은 국가 표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대응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며 “농수산물 가격 안정화를 위한 영향 정보 수요가 있다면 적극 발굴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기후변화의 완충지대 역할을 강조했다. 이경희 이마트 ESG담당 상무는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산지 직매입 확대와 대체산지 개발이 중요하다”며 “월마트는 AI로 농수산물 공급량을 예측하지만, 국내 기업은 도입이 어려운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스마트팜은 기후위기 시대에 중요한 해법이지만,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자본과 에너지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취약계층 보호, 산업경쟁력 확보 위한 에너지 제도 정비 시급

에너지 분야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기 위한 제도 개선이 요구됐다. 정학준 한국전력공사 요금전략처장은 “기후변화 적응은 곧 취약계층의 에너지 사용권 확보 문제와 연결된다”며 “하계 전력소비가 많은 시기에는 저소득층 할인율을 25%까지 확대해 작년 기준 약 15%(54만 호)의 가구가 전기요금 부담 없이 여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름이 점점 길어지는 만큼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하고, 현재 전체 요금 중 10% 미만에 그치는 기후환경요금의 비중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세제 인센티브 필요성도 강조됐다.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정책실장은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두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며 “RE100에 참여한 기업들에 저렴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획재정부의 조세지출 기본계획에 따라 무탄소 에너지 구매비용에 대한 세액공제가 예비타당성조사 평가 대상으로 올라 있다”며 “통과 시 기업의 에너지 조달 비용이 줄어들고 생산비 절감으로 물가 안정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에너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에너지 가격은 한국의 수출 경쟁력과 AI 산업 경쟁력에도 직결된다”며 “지금은 비용이 다소 높더라도 재생에너지 기반을 마련해두어야 미래에 저렴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초기 투자 단계에서 정부가 안정적인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의 불가피성을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고 장기 전략을 세울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에너지 시장에 시장원리를 적용하는 제도 개선을 언급했다. 안드레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과 서기관은 “한국은 재생에너지, 원전, 수소 등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 조합을 활용하고 있으나, 비용 부담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EU처럼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며, 태양광·풍력 등 발전원 간의 시장 경쟁이 가능한 용량 시장 개설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발표된 에너지기술개발계획에 따라 중장기 확보 전략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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