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는 ‘기후 국회’가 될 수 있을까 <12>
파리 올림픽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친환경 올림픽을 지향한 올림픽으로 주목받았지만, 조직위는 최근 몇년간의 기록적인 폭염 탓에 ‘에어컨 없는 올림픽’ 원칙을 포기했다. 기후위기는 스포츠계에서도 직면한 현실이다.
지난 11일, 김소희 의원실은 기후이슈를 대중화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입법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기후위기 대응, 스포츠로 빌드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호영 국회부의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과 유승민 IOC 위원,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 등이 참여해 ‘스포츠계에서의 기후위기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후와 스포츠는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까. 최근 기후 위기로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조차 어려워졌다. 다니엘 스콧 워털루대학교 지리학 교수는 “역대 개최지 21곳 중 2080년 개최 가능한 곳은 삿포로가 유일하다”고 전망했다.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100% 인공눈을 활용했다. 김소희 의원은 “우리가 열광하는 스포츠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이번 파리올림픽도 기후로 인해 선수들이 실력발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스포츠 부분에 대한 기후대응, 환경보호, 탄소배출 저감에 대한 구체적 법안이 없다. 김 의원은 “기후위기는 한 분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슈로, 기후와 스포츠 연계 등 국민이 기후 의제를 쉽고 가깝게 인식할 수 있도록 ‘기후 이슈의 대중화’가 필요하다”며 “국민 여론을 모아 스포츠 기본법 등 법령을 개정해 기후위기에 대응할 방침이다”라며 강조했다.
‘2030년까지 모든 올림픽이 기후 긍정적(Climate Positive) 목표를 달성한다.’ 2014년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가 발표한 ‘올림픽 아젠다 2020’의 주요 목표 중 하나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17년 개최권을 획득한 이후 ‘지속가능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환경 친화적 방식으로의 전환을 내세웠다.
역대 올림픽 개최지들은 대대적인 건설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파리는 ‘최대한 덜 짓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리 올림픽에 사용되는 올림픽 경기장의 95%는 이미 존재하는 시설이고, 새로 짓는 경기장과 시설도 재활용을 위해 철거에 용이하게 설계됐다. 최근 기록적인 폭염으로 ‘에어컨 미사용 원칙’은 철회됐지만, 올림픽 선수촌은 인공적인 냉각 시스템 없이 히트펌프와 재생 에너지를 통해 에너지가 공급되는 친환경 구역으로 설계됐다.
IOC는 지속가능성 전략을 ▲인프라 및 자연경관 ▲구매 및 자원관리 ▲이동성 ▲인력 ▲기후 등 5대 쟁점 분야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기장을 건설할 때 지역 사회와 자연환경을 고려해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4 강원청소년동계올림픽에서도 2018 평창올림픽에 사용됐던 경기장과 시설을 재사용했다. 이번 파리올림픽 메달 제작에는 에펠탑을 철거하며 나온 자재들을 활용하며 순환경제를 실현한다.
유승민 IOC 위원은 “앞으로 모든 스포츠 행사 진행방식이 이렇게 변화하지 않으면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강원FC의 기후위기 대응 실천 사례 및 계획에 대해서도 공유됐다. 강원FC는 오는 20일부터 플라스틱 재활용 연계행사를 진행한다. 플라스틱 전용 수거함을 경기장 곳곳에 배치해 수거하고 이를 수거업체 전달을 통해 새롭게 구단 MD로 재탄생할 계획이다. 또한, 텀블러 지참 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SNS에 참여인증을 한 관객을 대상으로 강원FC 텀블러를 제공할 예정이다.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는 “스포츠 현장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배출 및 재활용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스포츠 팬, 선수, 관계자 등 모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구단의 중요한 역할이다”라면서 “각자의 작은 실천을 통해 변화가 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활동에는 예산이 투입되지만 환경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며 “많은 구단이 동참해 지속가능한 스포츠 문화를 구축했으면 좋겠다”며 “기후위기 시대 스포츠 현장의 역할과 책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서는 플라스틱 재활용 캠페인 ‘플라스틱 리리리(ReReRe)’ 오프닝 세리머리도 함께 진행됐다. ‘리리리(ReReRe)’는 재활용(Recycle), 재사용(Reuse), 재탄생(Reborn)을 의미하며, 일상 생활 속에서 기후위기 주범으로 지목되는 플라스틱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자는 의미다. 리리리 챌린지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축구, 탁구, 농구 등 스포츠 동작을 활용해 재활용 수거함에 넣음으로써 참여할 수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챌린지에 동참했으며, 앞으로 대국민 캠페인으로 확산해나갈 예정이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