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폐교 논란 이후… 한양대병원 병원학교 수업 중단 두 달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달 폐교 논란이 있었던 한양대병원 병원학교의 수업 중단 사태가 두 달째 접어들었다. 병원학교는 소아암이나 백혈병 등으로 3개월 이상 장기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로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아들을 위해 병원 내에 설치한 학교다. 병원학교에서 이뤄지는 수업은 정규 교육과정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환아들이 완치 후 학교로 빠르게 복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병원학교 폐교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달 16일이다. 환아 수업을 맡은 교육 봉사 동아리 ‘한양어린이학교’는 “이날 교무부장으로부터 폐교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바로 다음 날이 마지막 수업이 됐다”고 말했다. 사흘 뒤인 20일 대학생 교사들은 병원장으로부터 폐교 통보 메일을 받았다. 메일을 확인한 당일 교실을 찾았지만, 이미 책상과 책장을 비롯한 수업 기자재를 모두 치운 뒤였다.

대학생 교사들은 즉시 폐교 반대 투쟁을 시작했다. 병원 측은 ▲폐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10월 20일) ▲폐교 논의 중이지만 결정된 바 없다(10월 25일) ▲병원장 임기 내 폐교는 없다(11월 1일) 등으로 태도를 바꿨다. 한양대병원은 “소아과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병원학교 기자재를 치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수업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 각종 비품으로 가득 차 있는 한양대병원 병원학교 임시 교실. ⓒ한양어린이학교 제공

지난 25일 기자가 직접 병원을 찾아가 봤다. 기존 병원학교 교실이 있던 자리는 ‘심혈관집중치료실’로 바뀌어 있었다. 병원학교 간판은 철거된 상태였다. 한양어린이학교의 조현지(한양대 식품영양학과 2학년) 폐교반대TF 팀장은 “병원 측이 ‘폐교는 없다’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수업 재개를 위한 움직임은 전혀 없다”면서 “임시 교실이라며 짐을 옮겨 놓은 공간은 소아과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아이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 병원학교 교실은 소아청소년과 병동이 있는 본관 7층에 위치해 환아들이 편안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병원 측이 새로 마련한 임시 교실은 동관 7층. 링거나 의료 장비를 단 장기 입원 환아들이 다니기엔 불편함이 크다. 본관과 동관이 연결돼 있긴 하지만, 두 건물 부지의 높이가 달라 본관 7층에서 동관 4층으로 넘어간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7층으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위치도 문제지만 교실 크기도 확 줄었다. 기존 42.90㎡(6인실 크기)였던 교실이 절반 수준인 21.45㎡(2인실 크기)가 됐다. 교육 봉사자 박세은(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3학년)씨는 “교실에 있던 비품을 좁은 공간에 억지로 넣다 보니 서랍은 열리지 않을 정도고 책장 하나는 아예 못 들어갔다”고 말했다. 링거와 의료 장비를 단 아이들이 모여 공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크기다.

임시 교실 맞은편에는 방사선옥소치료실이 있다. 방사선옥소치료실은 갑상샘암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진행하는 곳이다. 박씨는 “투병 중인 아이들은 물론 보호자, 교육 봉사자들조차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방사선 치료 시설 앞으로 교실을 옮긴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3~5월 기준 한양대병원 병원학교의 하루 평균 이용 학생은 8명으로 서울 병원학교 10곳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총이용자는 19명으로 적은 편이지만, 꾸준히 교실을 찾는 환아가 많다는 뜻이다. 조현지 폐교반대TF 팀장은 “병원학교 프로그램 가운데 전문의와 함께 떠나는 ‘1박 2일 캠프’는 학교의 자랑이었다”면서 “완치된 친구들과 환아 가족들이 한데 어울리면서 서로 용기를 주고받는 기회가 사라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용조 진주교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기 입원 환아들은 우리 사회의 약자 중 약자”라며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양대병원 측은 “폐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고 향후 계획은 논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건강한 어린이, 긍정적인 어린이, 꿈을 키우는 어린이’. 지난 15년간 병원학교를 지켜온 교훈이 다시 벽에 걸릴 날은 언제일까? 환아들은 오늘도 교실이 사라진 병동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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