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마 위에 오른 CSV

“차라리 사회공헌 개념조차 모르던 시절, 기업이 선의로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진심’, 그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

최근 사회공헌·CSR 10년차 실무자들 사이에선 이런 푸념이 많습니다. 바로 CSV 때문입니다.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란 2011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개념으로,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에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문제는 CSV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보다 업그레이드된 버전처럼 인식되면서, 국내에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일단 사내 조직 구조부터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CJ는 기존 CSR팀을 CSV경영실로 확대 개편한 뒤 CJ제일제당·CJ오쇼핑 등 계열사에 CSV팀을 신설했고, KT와 아모레퍼시픽도 기존 CSR팀을 CSV팀으로 교체했습니다. 유한킴벌리는 사회협력팀과 별도로 CSV사무국을 운영하고 있고, 현대차도 최근 CSV팀 신설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지난 5월 ‘CSV의 선도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삼성그룹 역시 삼성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관련 전략을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이에 담당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입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전략 자체를 찾기 어려운 데다가, 상당수 CEO가 사회 문제 해결보다는 CSV 전략을 통한 마케팅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장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사업도 통과가 안 된다” “이제야 간신히 사회공헌과 CSR을 구분하고 체계를 잡았는데, CSV가 기존의 진정성과 노하우를 흔들고 있다” “CSV 때문에 현장에 꼭 필요한 기존의 좋은 사회공헌 활동들을 당장 접어야 한다”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내용과 방법이 달라진 게 없는 사회공헌 활동을 CSV로 이름만 바꿔 홍보하기도 합니다. ‘지배구조·인권·노동관행·공정거래·환경·소비자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을 고려해 사회적 책임을 지키라’는 CSR의 부담을 CSV를 통해 회피할 수 있게 됐다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곳도 있습니다.

반면 CSV를 놓고 여러 차례 검토해온 일부 기업은 ‘기존의 사회공헌 활동, 기업의 사회적책임부터 제대로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CSR이든 CSV든 개념에 집착하기 보단, 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는 주변 환경 및 이해 관계자들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나누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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