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평가 지표
지난달 24일 오후 2시,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은 500여명의 사회복지사들로 가득 메워졌습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시설평가원이 이듬해 적용될 사회복지관 평가 지표를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재정 및 조직 운영, 시설 및 환경, 인적자원관리 등 항목별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 공개되자 객석은 술렁거렸습니다. “기존의 ‘줄 세우기식 평가’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 “지자체 회계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기관은 낮은 점수를 받게 되는 것이냐” 등 우려 섞인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기존의 평가 절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전국의 사회복지시설은 최근 3년간의 운영 실적 및 투명성을 복지부 및 지자체로부터 평가받아야 합니다(사회복지사업법 제43조의 2). 문제는 3년마다 변경되는 평가 지표를 이미 진행된 사업에 소급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이에 사회복지시설들은 제한된 시간 내 새로운 평가 지표에 ‘끼워 맞추기’를 해야 합니다. 평가원은 시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표를 평가 1년 전 공개하지만, 미봉책이라는 지적입니다.
서울의 한 사회복귀시설 원장은 “지표에 맞는 사례를 찾기 위해 그동안 작성해온 서류철을 일일이 뜯어내 재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차라리 평가 지표를 미리 공개하고, 사후 3년간 사업 실적을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간 시설 평가 내용이 중복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2005년 사회복지시설 운영사업이 지방사업으로 이전되면서,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기준을 마련해 시설을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기존 복지부 시설 평가 역시 지속되면서, 현장에선 반복되는 행정 처리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입니다.
한 복지기관 대표는 “지자체의 지도점검 2회, 해빙기나 동절기 등의 안전점검, 소방서의 소방점검, 복지부의 시설평가까지 하면 1년에 5번을 점검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황규인 교남소망의집 원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점검 이외에도 특정 시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유사 서비스 기관들이 별도로 감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복 절차의 폐해는 고스란히 시설 이용자들에게 돌아갑니다.
관악구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했던 사회복지사 유정민(가명·27)씨는 “직원 5명이 며칠간 밤을 새우면서 서류 작업을 해도 시간이 모자라, 정작 아이들에 대한 관리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사회복지시설의 과도한 행정 업무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영종 경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지도점검을 적극 활용하거나 중복된 평가 내용은 과감히 삭제하면서 현장의 부담을 줄여주는 체계로 발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