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Talk!] 기댈 곳 없는 장애 가족에 손 내민 기업 임직원들

정해진(20)양은 올해 서라벌대 임상병리학과에 입학한 새내기입니다. 세 살 어린 나이에 양측성 방광요관역류라는 병으로 수술을 받은 정양은 일곱 살부터 소변 배출을 도와주는 카테터(Catheter)를 착용한 채 생활해야 했습니다.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아버지도 2급 신장 장애를 앓고 있어 대학 진학은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그의 삶은 2010년 LG유플러스의 장애 가정 청소년 자립 지원 사업인 ‘두드림U+요술통장’ 멘티에 선정되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은 본인한테 장애가 있거나 부모님에게 장애가 있는 차상위계층 청소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에 진출하거나 대학에 진학할 때 종잣돈을 마련해주는 게 목표입니다. 청소년 가정에서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청소년과 1:1로 매칭된 LG유플러스 임직원 멘토가 같은 금액을 적립하고, 회사가 해당 금액의 3배 이상을 함께 적립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학생들은 약 600만원에 이르는 종잣돈을 받게 됩니다. 정양도 한 푼 한 푼 모아 마침내 올해 서라벌대 임상병리학과에 입학해 적립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양이 꿈을 펼치기도 전에 문제가 터졌습니다. 아버지의 장애를 유전적으로 이어받아 최근 신장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다행히 서울대병원에서 겨우 투석 없이 약물로도 치료가 가능할 것 같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정기적으로 서울에 올라와 2~3일씩 입원하고 약물치료를 받다 보니 경제난이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LG유플러스는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임직원 1882명(전체의 28%)이 십시일반 참여해 조성한 ‘U+천원의사랑’ 기금을 해진양의 입원 치료비로 선뜻 내놓은 것입니다. 이 기금은 임직원이 1000원 이상의 기부 금액을 자율적으로 설정하면 매월 급여에서 이

일자리 창출 많은 코웨이·풍산… 우수 공헌 기업 되다

중견·중소기업 국가·사회 공헌 조사해보니쌍 용차·여천NCC, 매출·수출액 높고 SK인천석유화학, 시설투자 많이 해 많은 기업이 기부에 소극적 산업별 대기업과 임금 격차도 심해 “기업 성장 위해 수출 방안도 모색해야” ‘지난해 전체 기업체 48만372개 중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을 기록한 기업집단 1690개가 국가 전체 매출액의 41.7%(1698조원)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의 영리법인 기업체 행정통계 잠정 결과 내용이다. 한국 경제의 대기업 의존 현상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중소·중견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한국기업공헌평가원, 한국공인회계사회는 ‘2014 중소·중견기업 국가사회 공헌도’ 평가를 실시, 10대 산업별로 상호출자 제한 기업을 제외한 중소·중견 및 소기업의 공헌 정도를 분석했다. 이종천(숭실대 경영대학 교수) 한국기업공헌평가원 이사장은 “우리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노력해온 중소·중견기업의 공헌을 제대로 측정하고 국민의 관심과 성원을 높이기 위해 평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평가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서 제공한 기업들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매출액 ▲수출액 ▲인건비 ▲고용인원 ▲법인세 ▲연구개발비 ▲시설투자비 ▲기부금의 8개 영역을 조사했다. ◇매출과 수출 상위기업은 ‘쌍용자동차’와 ‘여천NCC’,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곳은 ‘SK인천석유화학’ 항목을 분석한 결과, 매출과 수출을 포함한 가치창출 및 외화가득 부문에서 일반인과 전문가가 높이 평가한 기업으로는 쌍용자동차와 여천NCC가 선정됐다. 특히 쌍용자동차의 작년 한 해 매출 및 수출액은 무려 5조749억원 규모에 달했다. 한편 국제적인 경제난 속에서도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을 아끼지 않은 중견기업들의 국가경쟁력 공헌도 순위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한 해 동안 SK인천석유화학은 총 5938억원의 비용을

복지만큼 중요한 자원 봉사자의 역량…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적십자 ‘2014 희망풍차 콘퍼런스’ 자원봉사 전문가 교육 등 체계적 논의 “앞이 잘 보이지 않는 84세 할머니가 중학생 손주 두 명을 홀로 키우는 조손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집이 오래돼 제대로 된 가구가 하나도 없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사람이 먹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상해 있는 음식이 대부분이었죠. 이 사례를 보고해 적십자에서 ‘위기가정 지원’ 프로그램으로 매달 40만원씩 1년간 생활비를 지원해줬습니다. 집 안 인테리어도 바꿔드렸죠. 주민자치센터에도 연락해 손주들이 무료로 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는 날, 두 아이가 ‘그동안 우리를 챙겨주는 사람이 누구 하나 없었는데…’라며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가슴이 짠했습니다.” 지난달 28일 김숙자 적십자봉사회 서울지사협의회부회장이 소개한 사례다. 이날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는 ‘2014 희망풍차 콘퍼런스’를 열어, 휴먼 서비스(Human Service)의 질적 향상을 위한 역량 강화 방안을 토론했다. 올해 초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에서 드러났듯, 최근 우리 사회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인적인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고 수혜자를 발굴·지원하는 휴먼 서비스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다. 적십자는 2012년부터 적십자만이 할 수 있는 통합 휴먼 서비스를 실시해왔다. 이른바 ‘희망풍차’ 프로그램이다. 전국 구석구석에 실핏줄처럼 퍼져 있는 5만672명의 자원봉사자가 4대 취약 계층(아동·청소년, 다문화 가족, 노인, 북한 이주민)을 찾아 결연하고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생계와 의료, 주거와 교육을 통합 지원하는 모델이다. 이미 2만5660세대가 혜택을 받았다. 이날 열린 콘퍼런스는 지난 2년간의 ‘희망풍차’ 활동 성과를 정리하고, 보다 빈틈없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동정 대신 동행 택한 사람들, 장애인에게 기회를 열어주다

효성그룹, 장애인 위한 일자리 창출 사업 ‘기증과 구매가 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듭니다.’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 위치한 ‘굿윌스토어’ 효성1호점에 들어서자, 이 문구가 새겨진 벽이 눈에 띈다. “어서 오세요!” 땀을 뻘뻘 흘리며 30인치 크기의 TV를 나르던 김도형(22·자폐성3급)씨가 우렁찬 목소리로 고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3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작은 공장과 장애인복지관을 전전하며 단순한 포장 업무만을 맡던 그는 이 매장에서 매장 물류 창고 정리와 물품 수거를 맡고 있다. 월급은 90만원이다. 예전에 비하면 몇 배 많은 월급이다. 김씨는 “소파나 액자 등 큰 물건을 옮길 때는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고, 잔돈 계산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 카운터에서 계산 업무를 도울 때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투덜대면서도 “일을 하나하나 배우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김씨는 얼마 전부터 매달 10만원씩 적금을 들고 있다고 했다. “저도 언젠가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야 하잖아요. 착실히 돈을 모아서 작은 집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굿윌스토어 효성1호점에는 김씨를 포함해 중증·발달장애 직원 8명이 월급을 최대 120만원 받으며 ‘정직원’으로 근무한다. ㈜효성은 2012년부터 굿윌스토어 설립 및 운영을 담당하는 ‘함께하는재단’과 1년간 사회적기업 사업을 준비, 작년 10월 150평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김봉수 ㈜효성 지원본부 사회공헌팀 부장은 “채용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지 임차료, 인테리어비, 차량 구입비 등 매장 설립 과정에 필요한 비용 6억원을 전액 효성이 부담했으며, 3년에 걸쳐 초기

사회공헌이 어렵다? ‘문화예술’로 즐기면서 하세요

환경·문화 이슈로… 중소기업 사회공헌 앞장선 넥서스커뮤니티 양재현 대표 회사 안에 영화관이 있다? 꿈같은 미래가 아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전문 IT기업 넥서스커뮤니티엔 사내 영화관 ‘더 로드(THE ROAD)’가 있다. 영화관 문을 힘껏 잡아당기자, 54좌석이 계단식으로 촘촘히 늘어선 영화관이 나타났다. 내부엔 방음 처리가 돼있고, 통로 벽면에는 넥서스커뮤니티의 영화제 활동이나 임직원의 동아리 활동 모습이 담긴 미니 액자가 옹기종기 걸려 있었다. 단상 좌우에는 통기타, 전기기타, 베이스기타, 드럼, 앰프 등 밴드 공연에 필요한 악기들도 놓여 있었다. 직원 100여명이 근무하는 이곳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이 되면 미니 영화제를 연다. 국내외의 주요 환경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넥서스 굿 필름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이다. 2012년 11월 첫 행사가 열린 지 2년 가까이 된 현재 22회를 맞이했다. 지난 4월 22일에는 게임 전문 회사 넥슨 컴퍼니(NEXON COMPANY·이하 넥슨)와 협력해 넥슨 1994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트럭농장’을 상영하기도 했다. “직원들과 광화문에 있는 한 예술극장에서 건축가 정기용씨의 삶을 다룬 독립영화 ‘말하는 건축가’를 봤어요. 내용이 감동적이었는데, 영화 관람객을 살펴보니 저희를 제외하고 겨우 서너 명에 불과하더라고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우리 회사가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상영하면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영화를 볼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양재현(53) 넥서스커뮤니티 대표가 말을 꺼냈다. 매출액 100여억원 규모의 회사가 매달 영화제를 여는 게 경영에 부담되지는 않을까. 양 대표는 “진정성이 떨어지는 사회공헌보다는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훨씬 도움된다”고

사진으로 보는 기업 사회공헌 ‘시간여행자’ 3기

여기가 세계문화유산 지정된 수원화성 ㈜두산이 주최하고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트(ARCON)가 주관하는 청소년 정서 함양 프로젝트 ‘시간여행자’ 3기가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채움과 나눔’ 캠프를 진행했다. 총 93명이 참여한 이번 캠프의 주제는 올바른 역사의식 함양. 카메라를 손에 든 아이들은 수원화성, 융릉 등 문화유산을 직접 돌아보며, 살아 있는 역사를 체험했다.  

83명 하모니가 모여… ‘미완성 교향곡’이 완성되는 순간

하트하트재단 ‘2014 하트썸머뮤직캠프’ 발달장애인 참여하는 무료 음악캠프 열자 문화예술에 관심 많은 부모 열기 뜨거워 KBS교향악단과 함께 배우는 수업… 재능 있는 학생에게 세세한 연주 지도 더 많은 발달장애인 참여하는 행사 할 것 “2년 전부터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 교육 프로그램을 수소문했지만, 그런 곳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다행히 올해는 바우처 사업이 적용되는 학원이 한 곳 있어 아이를 그곳에 보내고 있지만 수업 시간이 매주 2시간 정도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그룹 수업이 절반 가까이라 아쉬움이 남곤 했죠.” 김거곤(16·자폐성장애1급)군의 어머니 김정림(39)씨가 조용히 입을 뗐다.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김군은 평소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나 매미 울음소리만 들어도 귀를 틀어막을 정도로 소리에 예민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떠들썩하게 고함을 지를 때마다 날카롭게 반응해 종종 다툼이 발생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2년 전 우연히 한 관악제를 관람했을 때 김군은 관악기의 음을 ‘아름다운 선율’로 느끼며 오케스트라 연주에 흥미를 보였다. 김씨는 아들을 위해 클라리넷 교육을 시작했지만, 체계적이면서도 지속적인 수업을 받을 수 없었다. 지역의 유명 음악가들에게 정기 지도를 받는 방법도 알아봤지만, 50만원 가까운 비용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던 김씨 모자에게 큰 전환의 계기가 찾아왔다.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캠퍼스에서 지난 11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하트하트재단 ‘2014 하트썸머뮤직캠프(Heart Summer Music Camp)’ 참가자 83명에 포함된 것. 김군은 음악대학의 교수님으로부터 연주 방법을 지도받고 동료 6명과 함께 영화 ‘스팅’의 OST ‘엔터테이너’를 연습하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빗물 모아 만든 식수, 베트남 농촌에 생명수 되다

롯데백화점·환경재단이 만든 빗물관리시설 깨끗한 식수 제공해 경제·보건 문제 개선될 것 “느억 므어 젓 응언(빗물이 맛있어요).” 베트남 하노이 도심에서 약 15㎞ 떨어진 자그마한 농촌 ‘쿠케 마을’에 위치한 쿠케 유치원. 500여 명의 유치원생 및 교직원의 시선이 한곳에 모였다. 물맛을 본 오옛(3)양이 갈증을 해소한 듯 개운한 표정을 지었다. 이 물은 바로 12톤(t) 규모의 빗물관리시설에서 나흘간 모은 빗물을 정화해 만든 것이다. 빗물관리시설이 마을에 들어서기 전, 마을 사람들은 생수를 사서 먹어야 했다. 하노이 신도시에서 배출되는 폐수로 마을 하천은 사람의 접근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오염됐고, 지하수에서도 비소를 비롯한 중금속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쿠케 유치원의 응오 티 리에우 원장은 “쿠케 지역 6인 가족의 월 소득이 80만동(약 4만원) 정도인데, 한 가정이 매달 유치원에 내는 생수값만 10만동(약 5200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우물을 만들어주는 것보다 지속 가능한 방법은 없을까. 이를 고민하던 환경재단은 오는 9월 하노이 지점 오픈을 앞두고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준비하던 롯데백화점과 ‘빗물을 식수로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임수연 환경재단 NGO네트워크 부장은 “비가 많이 오는 베트남의 특성을 활용해 빗물관리시설을 제작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이미 지하수가 오염돼 있기 때문에 우물을 파는 것은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반면, 연평균 강우량이 2151㎜에 달할 정도로 비도 많이 내리고 주민들도 물이 부족할 경우 빗물을 모아 대체 식수로 활용할 정도로 빗물 이용에 익숙한 점에 주목한 것이다. 재단은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학원도 없던 산골에 무료로 아이 돌봐주는 곳 생겼어요”… 보육 사각지대에 내린 단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생명꿈나무돌봄센터 “가방 빨리 서랍에 정리하고 와. 블록 쌓기 놀이 해야지!” 지난 14일 오후 3시 월악산이 둘러싼 충북 제천 덕산면.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삼삼오오 손을 잡고 ‘생명꿈나무돌봄센터’의 문을 연다. 적막하던 센터는 순식간에 25명의 아이가 뛰노는 소리로 시끌시끌해진다. “자, 오늘은 우리 친구들과 함께 의사 선생님이 사용하는 청진기를 만들려고 해요. 노끈 2개가 있죠? 이 노끈들을 플라스틱 컵 구멍에 넣고 안에서 꽉 묶으면 예쁜 청진기가 된답니다.” 이윤희 덕산생명꿈나무돌봄센터장이 나긋한 목소리로 만들기 수업을 시작하자, 50개의 똘망똘망한 눈이 일제히 선생님을 향한다. 아이들은 책상 앞에 나란히 앉은 뒤 조그만 손을 움직여 청진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소리가 잘 들려?” “오, 나는 심장 소리 들리는 것 같아.” 몇몇 친구는 청진기를 서로의 가슴에 대고 소리를 듣는 데 열중한다. 인철(5)군은 청진기를 머리에 걸고 “꼬꼬댁 꼬꼬” 닭 흉내를 내며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근혜 정부는 작년 한 해 2조7360억원의 영·유아 보육료를 집행하는 등 보육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하지만 ‘무상 보육’ ‘초등학교 무상 돌봄교실 확대’ 등의 노력에도 중소 도시나 농어촌 지역은 보육 환경이 턱없이 열악해 보육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제공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읍·면 1429곳 중 어린이집이 아예 없는 읍·면은 440곳에 달한다(2012년). 10개 읍·면 중 3곳은 보육 시설이 없는 셈이다. 돌봄 서비스의 질도 불안정하다. 지난 14일 경기도 시흥 시립 어린이집의 교사들이 3세 여아의 귀를 잡아당긴

대기업 계열사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청소업은 하찮은 직종” 편견 바꾸는 이들

나는 르포기자다 (1) 홈클리닝 업체 ‘인스케어코어’ 2009년 ‘함께일하는세상’이 인수 직원 80여명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나 월 1억5000만원 적자 시달리기도 현재 본사 직원의 60%는 취약계층 “고객님, 저희가 소파 틈새를 청소하던 중 흰개미를 발견했습니다. 동물을 기르기 때문인 듯합니다. 우선 청소기로 다 빨아들였습니다만, 추후에 외부 업체를 불러 살균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48평 고급 아파트. 홈클리닝 전문업체 ‘인스케어코어’의 임유택 팀장이 집주인 최제희(80)씨를 찾아 집안 환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집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평소에 옷에 흰 물질이 묻어 있었는데 그게 흰개미일 줄 몰랐다”며 “가격이 조금 비싸도 신뢰감 있게 청소해주니 주변에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인스케어코어는 올해 22개 가맹점을 제외한 본사 매출만 10억원(예상)가량인 ‘알짜기업’이다. 월 최소 13만원을 내고 청소 관리를 받는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 수만 해도 1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회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특이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사회적기업의 계열사다. 이곳은 원래 웅진홈케어라는 대기업 계열사의 홈클리닝 사업부였지만 2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무너지기 직전까지 왔던 2009년, ‘함께일하는세상’이라는 청소용역 사회적기업에 전격 인수됐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청소업체가 사회적기업에 인수됐다는 사실로 회사 전체가 발칵 뒤집혔어요. ‘우리도 자활이나 청소 용역 업무를 맡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부터 ‘그래도 우선 1년은 지켜봐야지’ 등등 직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권기락 관리팀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인스케어코어에서 일한 터줏대감이다. 인수 당시, 함께일하는세상은 80여 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고용 승계하는 조건으로 웅진홈케어의 홈클리닝 사업부를 5000만원에

공모전, 사회문제 해결책 될 수 있을까

트렌드로 떠오른 기업 사회공헌 공모전 기업, 아이디어 수급·홍보 목적으로 공모전 개최 젊은층은 사회공헌에 관심 갖는 등 긍정적 효과 참여 많지만 새롭지 않고 구체화 어렵다는 지적도 “작년 봄쯤 봉사활동을 하다가 친해진 사회복지사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사회에 유익한 아이디어를 내는 공모전에 함께 참가하면 어떻겠냐고요.” 주수빈(22·전남대 생물학과 4년)씨는 작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정보센터가 개최한 ‘사회공헌프로그램 공모전’에 참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교보생명,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K-water, GS SHOP, 사회공헌정보센터 등 9개 기관이 제시한 주제로 공모가 이뤄졌다. 주씨는 “처음에는 사회공헌이라는 개념이 낯설었지만 4개월 가까이 밤을 지새우며 국내외 기업 사회공헌 활동과 사회복지 분야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녀가 속한 ‘한톨’ 팀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모바일 게임, 사회공헌에 날개를 달다’. 시민들이 게임 개발 업체의 재능기부로 제작된 게임을 플레이하면 독거노인 등 소외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기부금이 모인다. 게임 기부금의 재원(財源)은 여러 기업의 후원을 통해 마련된다. 주씨는 “직접 기부하기 어려운 10대와 20대가 나눔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며 “총 4년에 걸쳐 프로그램이 구체화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작년 11월 한톨 팀은 최우수상(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주씨는 “노인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되는 등 좋은 기회가 됐다”면서도 약간 아쉬워했다. “시상식에서 다양한 공익 분야 종사자들을 만나는 시간은 있었지만 저희가 제안한 프로그램이 실제로 적용된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어요. 우리 팀의 아이디어가 시민들 앞에 선보일 그날이 언제가 될지 궁금하네요.” ◇참신한 아이디어 모집, 기업 사회공헌 홍보 수단… 사회공헌 프로그램 공모전이 뜬다 최근

[희망 허브] 긴급 위기 가정 1534가구 구한 ‘희망풍차 금고’… 복지 사각지대를 메운다

대한적십자사 작년 한 해 27억 투입 소외계층 3176명 경제위기 벗어나 올해는 33억 규모 진행 중 수혜자 정서지원 돕기 위한 희망컨설턴트 교육도 운영 “두 달 전 전화 한 통이 걸려왔어요. 희귀질환을 앓으며 홀로 사는 남성이었는데, 방 보증금을 낼 돈도 없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이틀 뒤 봉사원들과 함께 그분 집을 방문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도움을 드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죠.” 상가와 아파트가 빼곡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 거리를 거닐며 이현숙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 서초·강남 희망나눔봉사센터장이 입을 열었다. 몇 분쯤 꾸준히 길을 걷자, 단독주택들 사이에서 6평 크기의 낡은 반지하 원룸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정석(45·가명)씨가 홀로 생활하는 곳이다. 피트니스 강사로 일하던 그는 작년 10월 다리에 힘이 없고 몸이 뻣뻣해지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운동신경을 담당하는 소뇌가 퇴화하는 희귀질환 ‘소뇌위축증’이었다. 갑자기 닥친 불치병은 강씨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한 발짝 걸을 수도 없었고, 수시로 말을 더듬거나 이야기하던 내용을 순간적으로 기억 못 하는 증상도 찾아왔다. 일자리를 잃자 우울증도 찾아왔다. “매일 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신체적 고통과 가족에 대한 죄책감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아내와 아이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반년 뒤인 지난 4월 이혼하고 자립하기로 결심했죠.” 홀로서기가 쉽지는 않았다. 월세 방 보증금 400만원도 마련하기 어려웠다. 기초생활수급을 받기 위해 구청에 장애등급과 긴급복지자금지원을 신청했지만, “적어도 몇 달은 기다려야 지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말만 전해들었다. 방황하던 강씨의 손을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