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르포기자다 (1) 홈클리닝 업체 ‘인스케어코어’
2009년 ‘함께일하는세상’이 인수 직원 80여명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나
월 1억5000만원 적자 시달리기도 현재 본사 직원의 60%는 취약계층
“고객님, 저희가 소파 틈새를 청소하던 중 흰개미를 발견했습니다. 동물을 기르기 때문인 듯합니다. 우선 청소기로 다 빨아들였습니다만, 추후에 외부 업체를 불러 살균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48평 고급 아파트. 홈클리닝 전문업체 ‘인스케어코어’의 임유택 팀장이 집주인 최제희(80)씨를 찾아 집안 환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집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평소에 옷에 흰 물질이 묻어 있었는데 그게 흰개미일 줄 몰랐다”며 “가격이 조금 비싸도 신뢰감 있게 청소해주니 주변에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인스케어코어는 올해 22개 가맹점을 제외한 본사 매출만 10억원(예상)가량인 ‘알짜기업’이다. 월 최소 13만원을 내고 청소 관리를 받는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 수만 해도 1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회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특이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사회적기업의 계열사다. 이곳은 원래 웅진홈케어라는 대기업 계열사의 홈클리닝 사업부였지만 2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무너지기 직전까지 왔던 2009년, ‘함께일하는세상’이라는 청소용역 사회적기업에 전격 인수됐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청소업체가 사회적기업에 인수됐다는 사실로 회사 전체가 발칵 뒤집혔어요. ‘우리도 자활이나 청소 용역 업무를 맡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부터 ‘그래도 우선 1년은 지켜봐야지’ 등등 직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권기락 관리팀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인스케어코어에서 일한 터줏대감이다. 인수 당시, 함께일하는세상은 80여 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고용 승계하는 조건으로 웅진홈케어의 홈클리닝 사업부를 5000만원에 전격 인수했다.
그후 5년, 인스케어코어는 ‘프리미엄 청소 사회적기업’을 표방하며 남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정규직 월급제는 물론이고, 주5일제 근무와 전문인력의 경우 월 20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청소 관련 종사자들의 평균 임금이 120만원 남짓한 것과 비교하면 가히 파격적이다. “청소 서비스는 하찮은 직종이라는 편견을 없애고 싶다”는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이뿐 아니다. 이곳 직원들은 ‘에코(ECO·Ecology Consultant)’라는 명칭의 위생환경관리사로 불린다. 새로 들어오는 취약계층 직원들은 최대 반년 동안 현장 업무 보조, 청소 도구 및 세정제 사용법, 고객 응대 방식 등을 교육받은 뒤 에코로 활동 가능하다. 작업 중 금연이나 직원 간 잡담을 자제하는 자체 규약도 있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송영욱(45) 에코는 “주말에 마음 놓고 쉴 수도 있고,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도 보낼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예전 대기업 계열사 시절,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채 성과급에 목을 매면서 5만원 남짓한 멤버십 이용료를 받으려고 가정집 곳곳을 방문하고, 야근과 주말 근무가 다반사였던 것에 비하면 천양지차다.
“기자님도 여기까지 오셨는데 한번 일해 보셔야죠.”
임유택 팀장의 권유를 듣고, 걸레에 친환경 세정제 ‘오렌지포스(Orange Force)’를 뿌리고 블라인드를 닦기 시작한 지 10분쯤 지났을까. 임유택 팀장이 옆에 다가오더니 “마른걸레로 블라인드를 다시 한 번 닦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라인드를 살펴보니 한 번에 닦이지 않은 먼지들이 눌어붙어 회색 얼룩이 남아 있었다. “제대로 청소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고객님들이 불만을 제기하실 수 있어요. 고객 만족의 측면에서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지점입니다.” 마른걸레로 블라인드를 문지르자 그제야 새하얀 광택이 난다. 청소를 시작한 지 2시간, 이마에 흘러내린 땀을 닦으려고 고무장갑을 벗자 땀 냄새가 훅 올라왔다. ‘청소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사실 고된 청소업만큼이나 지난 5년간 회사 경영을 안정화시킨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다고 한다. 인스케어코어를 인수하자마자 비용 폭탄이 쏟아졌다. 10년 가까이 함께일하는세상을 꾸려오며 알뜰살뜰 모아온 3억원의 누적 흑자는 금방 고갈됐다. 사회적기업의 가치에 공감하지 못한 기존 직원들은 잇따라 사퇴했고, 4000여 명에 이르던 멤버십 고객 숫자도 곤두박질쳤다.
이 대표는 “인수 초기에 월 3000만원의 손실을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 다섯 배인 월 1억5000만원 적자였다”며 “함께일하는재단, 사회연대은행 등 사회적기금 대출부터 시작해 집안 선산을 담보 잡아 개인 빚까지 얻을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본사 직원을 줄이고 22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분화 설립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구청 용역이나 위생관리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맡으면서 2012년 이후 회사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었다. 현재 19명의 본사 직원 중 13명이 취약계층이다.
인스케어코어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기타형 사회적기업 인증 신청을 했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사회적 가치를 입증할 내용이 없어 1년여간 진통을 겪다가 작년 12월 일자리제공형 기업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정량화된 사회적 데이터가 부족했던 점이 기타형 인증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 같아 아쉽다”고 답했다.
오후 4시 반, 하루의 청소 작업을 마치고 파란색 유니폼을 벗어 권 관리팀장에게 반납했다. 권 팀장은 “고생 많았다”며 “정식으로 몇 달 배운 뒤 우리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농담을 건넸다.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고, 경영도 잘해내야 하는 사회적기업의 이중고가 지친 어깨 위로 내려앉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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