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대선 앞두고 민주당에 건넨 ‘5대 정책’은 [6·3 대선]

더불어민주당 “기본법·예산 복구” 약속

대선을 앞두고 사회적기업계가 정치권을 향해 ‘역할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는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정책제안회를 열고, 사회적기업 생태계 회복을 위한 5대 정책을 더불어민주당에 전달했다.

13일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가 사회적기업의 역할 강화를 위한 5대 정책제안을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에 전달하고 있다. /채예빈 기자

2023년 기준 국 사회적기업은 3762곳, 고용 인원은 7만1950명이다. 이 중 64.5%는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같은 해 이들 기업이 사회적 목적에 재투자한 금액은 2839억원, 직간접 수혜자는 610만명에 달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전체 사회적기업 중 51.7%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연 매출 10억원 미만의 영세 기업 비중이 60%(2270개)를 넘는다. 정부의 정책 기조 전환도 부담을 키웠다. 2023년 9월 발표된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은 기존의 ‘육성’ 중심에서 ‘자생력 확보’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따라 2025년 관련 예산은 131억원으로 2년 전보다 93% 줄었고, 일자리 창출과 사업개발 보조금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이에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는 ▲이익잉여금을 활용한 ‘임팩트 자조금’ 제도 도입 ▲의료·복지 연계를 위한 ‘통합돌봄 전문가’ 양성 ▲사회적가치 측정위원회 신설 ▲공공기관 및 기업과의 협력 구조 정비 ▲지역 사회적기업 일자리사업 재추진 등 5대 정책을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했다. 또, 2012년 이후 멈춰 있는 사회적기업 육성법 개정도 촉구했다.

◇ 이익잉여금부터 골목 일자리까지…5대 정책 제안

‘임팩트 자조금’ 제도는 사회적기업의 이익잉여금을 기업 간 상호 투자나 성장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법령상 사회적기업은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에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실질적 재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고진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대표는 “사회적기업들이 10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쌓아두고도 활용 못하고 있다”며 “이 자금을 인정된 사회 목적 투자에 활용하면, 자립의 시드머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는 13일 사회적기업 역할 확대를 위한 정책 제안서를 발표했다.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복지 분야에서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영국의 ‘링크워커’ 제도를 참고한 ‘통합돌봄 전문가’ 양성·배치 제안이 나왔다. 이는 의료와 복지, 지역자원을 잇는 인력을 사회적기업 중심으로 두자는 주장이다. 영국의 경우 읍면동 수준의 작은 행정 단위에서 환자를 지역 사회 서비스와 연결해주는 ‘링크워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허현희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현재 장기요양이나 활동 지원제도는 돌봄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에 건강돌봄센터를 만들고 사회적기업이 중심이 돼 주민 건강활동가와 함께 서비스를 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가치의 ‘측정’과 ‘인정’을 제도화하자는 요구도 포함됐다. SK와 신한금융, KB금융 등 민간에서는 이미 ESG 연계 사회적가치 측정 실험이 진행 중이다. 협의회는 정부에서 ‘사회적가치측정위원회’를 신설해 성과를 객관화하고, 가치 기반 거래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강동구 소재 사회적기업 코이로는 SRT의 굿즈를 생산하는 것에서 시작해 철도 기관과 협력하는 굿즈샵 트레인메이트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코이로 홈페이지 갈무리

공공기관 및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자생력 확보 방안도 강조됐다. 강동구 사회적기업들이 철도기관과 손잡고 만든 굿즈 매장 ‘트레인 메이트’는 대표 사례다. 판매 제품의 70%가 사회적기업 생산품이며, 3월 한 달 매출이 15억원을 넘었다. 코레일과 SR, 국가철도공단, 부산교통공단, 코레일유통까지 총 다섯 개 철도 기관과 17개 사회적기업이 참여해 이익을 분배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종료로 중단된 지역 일자리 사업의 재추진도 요청됐다. 고 대표는 “예산 삭감으로 일몰됐던 지역 일자리 사업을 지역 소상공인과 연계해 재편하겠다”며 “단순 복원이 아닌 지역 맞춤형 사업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 사회적기업계 요청에 민주당 “법·예산으로 뒷받침”

정책제안서를 전달받은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날 사회적경제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과 예산 복구를 공식 약속했다. 복기왕 위원장은 “사회적경제는 검증된 따뜻한 경제”라며 “새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13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복기왕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지난 3월 12일 사회적경제위원회 발대식에서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금융을 아우르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올해 안에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법안은 사회적경제를 법률로 정의하고, 5년마다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유세 첫날이던 지난 5월 12일,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IT 개발자들을 만나 “공익과 영리, 고용 확대 모두가 기업 활동”이라며 “사회적기업을 ‘사회주의’로 낙인찍는 낡은 시각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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