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복지만큼 중요한 자원 봉사자의 역량…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적십자 ‘2014 희망풍차 콘퍼런스’ 자원봉사 전문가 교육 등 체계적 논의

“앞이 잘 보이지 않는 84세 할머니가 중학생 손주 두 명을 홀로 키우는 조손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집이 오래돼 제대로 된 가구가 하나도 없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사람이 먹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상해 있는 음식이 대부분이었죠. 이 사례를 보고해 적십자에서 ‘위기가정 지원’ 프로그램으로 매달 40만원씩 1년간 생활비를 지원해줬습니다. 집 안 인테리어도 바꿔드렸죠. 주민자치센터에도 연락해 손주들이 무료로 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는 날, 두 아이가 ‘그동안 우리를 챙겨주는 사람이 누구 하나 없었는데…’라며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가슴이 짠했습니다.”

지난달 28일 김숙자 적십자봉사회 서울지사협의회부회장이 소개한 사례다. 이날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는 ‘2014 희망풍차 콘퍼런스’를 열어, 휴먼 서비스(Human Service)의 질적 향상을 위한 역량 강화 방안을 토론했다.

지난달 28일 적십자는 지난 2년간의 희망풍차 활동 성과를 정리하고, 보다 빈틈없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2014 희망풍차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지난달 28일 적십자는 지난 2년간의 희망풍차 활동 성과를 정리하고, 보다 빈틈없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2014 희망풍차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올해 초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에서 드러났듯, 최근 우리 사회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인적인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고 수혜자를 발굴·지원하는 휴먼 서비스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다. 적십자는 2012년부터 적십자만이 할 수 있는 통합 휴먼 서비스를 실시해왔다. 이른바 ‘희망풍차’ 프로그램이다. 전국 구석구석에 실핏줄처럼 퍼져 있는 5만672명의 자원봉사자가 4대 취약 계층(아동·청소년, 다문화 가족, 노인, 북한 이주민)을 찾아 결연하고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생계와 의료, 주거와 교육을 통합 지원하는 모델이다. 이미 2만5660세대가 혜택을 받았다. 이날 열린 콘퍼런스는 지난 2년간의 ‘희망풍차’ 활동 성과를 정리하고, 보다 빈틈없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용희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희망풍차 프로그램은 단순한 모금 활동이나 재해 현장을 방문해 쌀이나 김치 등을 주는 사후적 구호 활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외 계층이나 소외 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대상자에게 물질·정서적 지원을 빠르게 제공하는 사전적 사례 관리로 변화한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이현숙 적십자 서초강남희망나눔봉사센터장은 “수혜자와 꾸준한 관계를 맺고, 이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현장 자원봉사자들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며 “각 읍·면·동의 자원봉사자들이 물품을 적절히 지원할 수 있도록 온라인 쇼핑몰을 설립하거나 희망풍차 나눔 기금을 조성하는 등 자원봉사 체계화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희망풍차 프로그램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봉사원 및 직원들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 자원봉사는 ‘열심히 일하는 것’에서 ‘유능하게 일하는 것’으로 관점이 바뀌어야 할 시기”라면서 “자원봉사자들이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주기적인 내부 교육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미자 서울시 성동구청 노인청소년과 드림스타트팀장은 “최근 지역사회 복지는 지자체, 학교, 사회복지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례를 분석하고 통합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추세”라면서 “적십자 자원봉사자들이 수혜자 정보를 관리하고 더 많은 도움을 연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의 지속적인 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희망풍차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민국의 나눔 문화 확산과 국민 대통합에 한발 더 다가설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자원봉사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인도주의 아카데미’ 설립을 추진하는 등 적십자의 전 구성원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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