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월드비전 직원 줄퇴사·휴직 사태… 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이하 ‘월드비전’)의 내부가 시끌시끌하다.

지난 6일 월드비전 내 커뮤니케이션·브랜드·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는 ‘참여본부’ 직원 24명은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 및 고위 리더급 앞으로 성명서를 냈다. ‘참여본부 직원 13명의 대거 퇴사 및 휴직 사태의 장본인인 K 참여본부장의 계약을 즉시 종료하라’는 것. 수개월간 이 사태를 묵과한 리더십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본부 및 전국 260여 명 직원들이 성명서에 지지를 보냈다. 지부 및 본부의 팀장급을 주축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도 꾸려졌다. 직원들의 공동성명서에 비대위까지 나서 회장 및 간부진의 인사 책임을 물은 건 월드비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갈등이 불거진 내막이 뭘까. 논란의 중심에 선 K 본부장은 올해 1월 월드비전에 새롭게 부임한 인물로 광고 회사, 다수의 영리기업을 거쳤다고 알려졌다. 그의 직무는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 총괄. 1월부터 6월까지 수습 기간을 가진 뒤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가 부임한 뒤로 지난 6개월간 참여본부 직원 37명 중 7명이 퇴사하고 3명이 휴직했다. 타 부서나 지역으로 보직을 변경한 이들도 3명이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월드비전에 몸담았던 이들이 단기간에 대거 조직을 이탈한 것.

지난 3월 참여본부 직원 27명이 작성해 인력실에 전달했다는 ‘K 본부장에 대한 의견서’에 따르면 직원의 90%는 본부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80%가 퇴사나 휴직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A4용지로 14장에 달하는 의견서엔 ▲외부 업체에 기관 가치에 위배되는 갑질을 하도록 지시 ▲고성 및 고압적인 태도 ▲직원들의 의견 무시 ▲집행 예산 대비 낮은 효과성에 대한 우려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직원들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음에도 지난달 월드비전 간부들은 K 본부장의 수습을 3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직원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소속인 한 팀장은 “월드비전에서만 8년, 10년 일했던 친구들이 조직을 떠났는데도 윗선에선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 모르는 것 같다”며 “직원들의 연이은 퇴사에 대해 조직 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월드비전 관계자는 “내부 절차에 따라 고충처리위원회를 구성했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실관계를 조사했다”며 “특정 개인의 문제라기보단 소통 방식 차이였다고 판단해 3개월의 기간을 두고 관계를 개선하는 중”이라고 했다.

 

더나은미래가 심층 인터뷰한 10명의 전·현직 직원들은 “오래전부터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깨졌던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미국 월드비전 본부에서 매년 전 세계 지부 직원들에게 돌리는 설문조사에서 월드비전 한국사무소는 3년 연속 ‘리더십’ 측면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한 퇴사자는 “양호승 회장 취임 이후 영리 방식을 도입한다는 명목으로 목표 수치와 성과 위주 지표들을 많이 설정하는 바람에 신뢰와 가치 기반이던 기존 조직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회장의 사택 전세금 지원 문제도 불거졌다. 월드비전이 양 회장에게 ‘동부이촌동 모 아파트의 전세금을 지원한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후원금을 그렇게 써도 되느냐’는 문제 제기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것. 기자가 월드비전의 법인 및 부동산 등기 등을 확인해본 결과 월드비전은 양 회장이 취임한 2012년 양 회장의 사택으로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동 소재 아파트(전용면적 140.81㎡)를 5억원에 임대했으며 2014년과 2016년에는 각각 5억8000만원, 6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연장했다.

계약이 만료된 올해 1월에는 양호승 회장의 이름으로 전세권이 재설정된 것을 확인됐지만, 월드비전에서 전세 자금을 냈던 지난 6년간은 연 3%대 보수적인 이자율로 계산해도 연간 1500만원 이상의 후원금 이자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양용희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비영리조직이 양적으론 팽창했지만, 민주적인 의사결정기제, 존재 이유 등에 대한 고민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영리조직은 특정 개인의 것이 아닌 ‘사회적 소유물'”이라며 “사회적 자본을 보다 공익적으로 쓰기 위해선 법적 의사결정권한을 가진 이사회에서도 권한을 이양해 직원 대표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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