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7일(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모협동어린이집, 구닥다리 잣대에 발만 동동

최근 ‘부모협동어린이집’과 보건복지부 사이에 냉랭한 기운이 감돈다. 부모협동어린이집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원하고 있고,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생기기 시작해 현재 130여 곳이 활동 중인 부모협동어린이집은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공동 출자해 만든 공동 보육 시설이다. 당시 어린이집 비리, 아동 학대 문제 등이 불거지자, 학부모들이 참여해 교육·임용·급식 등을 직접 결정하자는 취지로 탄생한 곳이다. 이사회 구성이나 총회를 통한 예·결산 처리, 민주적 경영 등 내용과 형식 면에선 협동조합의 운영원리를 따랐지만, 조직 형태는 임의단체였다. 협동조합 기본법(2012년)이 발효되자, 이들은 환호했다. “드디어 조직의 형태에 걸맞은 법인격을 갖추게 됐다”며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바꿀 준비를 했다. 부모협동어린이집 연합회 성격을 가진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의 정영화 부장은 “임의단체는 대표자 맘대로 금전이나 부동산 거래를 할 여지가 있는 만큼 정체성과 투명성 차원에서 안전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2년 동안 전국 80군데 조합을 돌면서 뜻을 모았고,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부모협동어린이집 측은 지금이라도 알맞은 법적 지위를 획득하고, 제도 안에서 협동조합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부모협동어린이집 측은 지금이라도 알맞은 법적 지위를 획득하고, 제도 안에서 협동조합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하지만 이들은 예상치 못한 보건복지부의 문턱에 걸려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이 되기 위해선 각 부처에서 인가를 해줘야 하는데, 보건복지부가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측은 “영유아보육법상의 부모협동어린이집과 협동조합기본법상의 사회적협동조합은 엄연히 다른 조직으로, 각각의 법적 근거나 목적, 요건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부모협동어린이집’이기 때문에 부모만 조합원이어야 하는데, 현재 교사도 조합원으로 포함돼 있고, 어린이집 사업은 이익을 남겨 이를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비영리 영역의 사회적협동조합과는 맞지 않다”고 반대 이유를 댔다.

이에 대해 정영화 부장은 “현장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일축했다. 정 부장은 “육아 분야에서 새롭게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할 때 교사가 조합원일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우린 수년간 운영하면서 돈을 남겨본 적 없는 비영리 공익 단체”라고 반박했다. 갈등이 불거지자, 지난 18일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에선 양측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느긋한 보건복지부와 달리 당사자들은 속이 탄다. 현행 협동조합기본법에서 (기본법 발효 후) 전환을 인정하는 유예 기간은 2년이다. 오는 30일이 지나면 전환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주택조합이나 영농조합, 부모협동어린이집 같은 모델은 협동조합 근거법이 없을 때 협동조합이 되려고 했던 시도들”이라며 “기본법에 시행령을 만드는 등 법의 유연성을 발휘해 이를 바로잡아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