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허브]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다양한 광고·마케팅 아이디어 나누고 실행하기 위해 모였어요”

세계가 주목하는 광고인 플레이그라운드 김홍탁 CCO 11개 회원사 수평적 결합 SNS 기부문화 플랫폼 ‘쉐어앤케어’ 서비스 등… 3주 만에 1200명 참여 세계 광고계 트렌드… 소비자와 관계·사회변화 중시하는 콘셉트로 격변 이제 소비자에게 전달할 새로운 메시지 고민할 때 “미국에 골수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2만명이 넘는데, 실제로 이식받는 경우는 절반도 안 돼요. 혈액검사 등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거든요.”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 CCO(Chief Creative Officer·크리에이티브 총책임자·사진)가 말을 이었다. “2012년에 미국의 ‘헬프 레메디(Help Remedies)’라는 제약사가 일상생활 중 상처가 났을 때 간단히 혈액을 채취해 (골수이식센터에) 보낼 수 있는 응급키트를 제작했고, 쉽고 재밌는 광고로 세상에 알렸죠.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골수 기증자가 3배 이상 많아졌고, 이 회사 반창고 판매량은 1900% 늘었어요. 아이디어가 실제로 세상을 바꾼 거죠.” 김홍탁 CCO는 “좋은 아이디어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가치를 창출해 결국 솔루션이 된다”고 했다. 20년 이상 광고계에 종사하며 얻은 철학이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김홍탁 CCO는 세계가 주목하는 광고인이다. 1995년부터 글로벌 광고·마케팅 기업 ‘제일기획’에 근무하며 ‘마스터'(전문임원·Executive Creative Director)의 칭호까지 얻었고, 칸(Cannes)을 비롯한 국제 유수의 광고제에서 100회 넘게 수상했다. 심사위원으로서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2012년엔 ‘칸 키메라'(Cannes Chimera·빌앤멀린다재단이 공익 아이디어를 공모해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전문 심사위원 14명 중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 역시 지난 3월부터 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을 오가며 빡빡한 일정을 치르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2월 돌연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크리에이티브(Creative·창조적인 생각)’에 날개를 달기 위해 대기업 임원직을 뒤로

잘나가는 혁신 기업들, 왜 ‘비콥’ 인증에 몰릴까

딜라이트·트리플래닛 등 국내 8개 혁신기업 美 B코퍼레이션 인증 해외에서 높은 공신력 글로벌 비즈니스 원하는 기업 관심 높아져 기업 신뢰도 커지니 직원들도 자신감 향상 성공한 청년 사회적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는 ‘딜라이트’, 국내의 ‘퍼네이션'(Funation·재미(fun)와 기부(donation)를 합친 말)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트리플래닛’, 국내 최초의 컨설팅 전문 사회적기업 ‘임팩트스퀘어’, 해외 투자 기관으로부터 200억원 투자 유치의 대박 신화를 쓴 ‘쏘카’까지…. 이 혁신기업들의 공통점은 소위 ‘잘나간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이 기업들의 이름 옆에는 모두 ‘B’ 마크가 아로새겨져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B랩(B-LAB)’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수여하는 ‘B코퍼레이션(B-Corporation)’ 인증 마크다. 국내의 젊은 기업가들은 왜 미국 단체에게서 기업의 신뢰도를 검증받았을까? ‘B코퍼레이션(이하 비콥)’ 인증은 지난 2007년부터 시작했다. 온라인 설문, 전화 인터뷰 등의 단계를 통해 지배 구조, 임직원, 고객, 지역사회와의 연계, 환경 등 다섯 가지 분야에서 180개 질문에 답하고, 80점(200점 만점) 이상이면 통과다. 지금까지 33개국에서 약 1000여개 기업이 인증 마크를 달았다.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 매출 3조원이 넘는 브라질의 화장품 회사 ‘네츄라(Natura)’ 등도 비콥 회원이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2년 동북아시아 최초로 인증에 성공한 딜라이트(128점)를 시작으로, 2013년 트리플래닛(110점), 2014년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120점)·에바인(98점)·임팩트스퀘어(94점)·쏘카(102점)·에코준컴퍼니(97점), 올해 제너럴 바이오(162점) 등이 차례로 기준을 통과했다. 인증을 받는다고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건 없다. 정식 로고를 사용할 수 있고 비랩이 제공하는 무료 광고나 각종 제휴 서비스 혜택을 받는 정도다. 특히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얻는 실익은 크지 않다. 상금이나 지원금도 없다. 반면 인증 절차는

“받기만 하던 아이들, 공장 청소 봉사하겠다고 할 땐 뭉클했어요”

야쿠르트봉사단 ‘사랑의 손길펴기회’ 전국 16개팀 운영, 야쿠르트 아줌마 통해 지역의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도와 20년 넘은 양산 ‘애육원’ 돕기, 탈북 아동 위한 야구단 ‘논현돌핀스’도 지원 “모든 게 부족했던 때였지…. 1990년대 초만 해도 여기선 라면도 금쪽같았어. 그런데 한국야쿠르트 하면 애들이 맛있게 먹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올라. 올 때마다 라면·빵·우유 같은 간식을 듬뿍듬뿍 안겨줬거든.” 경남 양산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애육원’. 30년 넘게 이곳을 지켰던 허미야(54) 아동팀장이 회상에 젖었다. 벌써 20년 넘게 쌓아온 한국야쿠르트와 애육원의 인연. 그 시간만큼 이야깃거리도 많았다. “15년 전이던가 어느 날 ‘건물이 너무 낡았다’면서 고쳐주고 싶다는 거야. 그러곤 한 주에 서너 번씩 와서 페인트칠도 해주고, 지붕도 새로 쌓아주고, 내부 전기 공사도 해줬어. 한 달 넘게 다니면서 완전히 새 건물을 만들어주더라고.”(허미야 팀장) 1990년대 중반부터 줄곧 이 시설로 자원봉사를 다녔다는 김대열(44) 한국야쿠르트 생산지원팀장(양산공장)도 사연을 보탰다. “2002년 애육원 친구들이 우리 공장으로 청소 봉사를 하러 온 적이 있었어요. 받는 데 익숙한 아이들이 먼저 나섰다는 게 정말 감동이었죠. 다짜고짜 한국야쿠르트에서 일하고 싶다는 아이에게 자격증 준비를 시켰던 일도 기억나고요.” 김 팀장은 “벌써 20년 가까이 됐는데도 문밖까지 뛰어나와서 맞아주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자꾸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지난 1969년 ‘건강한 사회’를 꿈꾸며 창업한 한국야쿠르트. 세대를 아우르는 유제품과 더불어 회사를 이끌어 온 한 축이 바로 사내 봉사단 ‘사랑의 손길펴기회’다. 1975년 결성돼 올해로 40주년을 맞았으니, 애육원 사례와 같이 간직해온 미담(美談)이 적지 않다.

젊은이들로 북적북적… 제2의 부흥기 여는 전통시장

서울형 新시장 모델 사람들 어깨를 스치지 않고선 지나치기도 힘든 좁은 시장통, 상인들 목청이 갈수록 높아졌다. “몸에 정말 좋은 미숫가루가 하나 남았어요!” “한 번밖에 안 입은 옷인데 싸게 드릴게~.” “액자 1000원! 피규어 500원!”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정릉시장’. 시장 아래 흐르는 정릉천(貞陵川)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는 ‘개울장’의 풍경이다. 일종의 ‘시장 속 시장’ 개념인 개울장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토요장터(2·4주 토요일 개최)다. ‘서울형 신(新)시장 모델’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가 침체돼 가는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찾은 이곳은 시장이라기보단 커다란 문화 놀이터에 가까웠다. 개울가에 마련된 공연장에선 인디밴드 ‘마리슈’팀, 거리 공연을 주로 하는 재즈팀 ‘더 뉴 재즈밴드’ 등의 음악이 끊이질 않았다. 개울장 끝에 위치한 ‘개울놀이터’에선 튜브를 두른 아이들의 물놀이가 한창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파랑병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부스. 파랑병원은 ‘병원놀이’를 콘셉트로,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춤과 노래, 상담 등을 통해 치료해 주는 예술 단체다. 시퍼런 눈 화장에 상·하의 모두 파랗게 차려입은 이들이 손님들을 맞았는데, 때론 익살스럽게, 때론 진지하게 처방전을 제시했다. 소심한 어린이가 오면 “간이 뻥튀기 돼서 엄청 커질 거야”라는 말과 함께 뻥튀기 한 봉지를 처방해주는 식이다. 파랑병원 관계자는 “기력이 떨어진 어르신에겐 시장 내 정육점에서 바꿀 수 있는 소꼬리 교환권을, 취업이 힘든 청년이 오면 치킨집에 가서 치킨과 맥주로 바꿀 수 있는 교환권을 준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장터의 가장 큰

오색채 볶음면 스테이크 핫도그… 級이 다른 셰프의 급식

새롭게 개발된 메뉴들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 채소를 쏙쏙 숨겨놓은 것이 포인트죠.” 프랑스 요리의 대가 김은희 ‘더 그린 테이블'(서울 서초구) 오너셰프가 자신이 개발한 ‘라따뚜이 스파게티’를 소개했다. 김 셰프는 “프랑스 사람들이 먹는 채소 스튜인 ‘라타투이(ratatouille)’를 활용해 채소를 친근하고 편하게 섭취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의 공공급식 프로젝트를 위해 유명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행복도시락’은 전국 27개 행복도시락센터에서 공공급식 도시락을 만들어, 지역의 결식아동이나 독거노인에게 배달한다. 전국에서 하루 1만2000개 정도의 도시락이 배달되고 있다. 이들을 아우르는 협동조합은 급식 메뉴를 연구하고, 식자재를 공공구매한다. 지난 5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6개월간 총 26개의 메뉴를 개발할 예정이다. 먼저 7월 말까지 셰프 5명(어윤권·김은희·김동원·육향성·김승미)이 1차 메뉴 개발을 완료한다. 김은희 셰프는 두뇌에 좋은 호두를 듬뿍 사용한 ‘호두 크러스트 치킨구이’와 ‘라타투이 스파게티’를 완성했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중식당 ‘금룡’에서 근무하는 육향성 셰프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중국 요리를 그대로 도시락통에 옮겼다. ‘유니짜장 유부밥’, ‘유니짜장 새우볶음밥’, ‘오색채 볶음면’ 등이 그의 작품. 중국 요리 특유의 기름기와 화학 조미료를 자제한 것이 특징이다. ‘양출쿠킹'(서울 가로수길)의 김승미 셰프는 ‘닭다리살 간장구이 덮밥’, ‘돼지고기 버터 된장소스 덮밥’, ‘소고기 덮밥’ 등 덮밥 3종 세트로 승부수를 띄었다. 한식의 친밀함과 일식의 담백함을 더해 아이들에겐 인기 만점인 메뉴. 특히 단체급식 주방에서 실제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조리 난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동원 ‘이츠크리스피'(서울 을지로) 오너셰프는 핫도그의 고정관념을 바꿨다. 소시지 대신 미트소스로 속을 채운

유럽만큼 좋은 급식 만들고 싶어서… 한 달간 점심·저녁 스파게티만 먹었죠

행복도시락 ‘공공 급식 개혁 프로젝트’ 참여한 어윤권 셰프 이탈리아 유학시절, 레스토랑보다 수준 높은 급식에 놀라 좋은 재료에 맛과 멋까지… 단가 맞추기 급급한 한국과 달라 직원 9명과 한 달간 매달려… 이탈리안 도시락 3종 개발 “스파게티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에오’의 대표이자 총주방장인 어윤권(45) 셰프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가 자신의 주 종목에 신물이 난 이유는 뭘까. “스파게티를 도시락으로 만들어야 했는데, 최고의 타이밍을 찾는 과정이 험난했어요. 조금만 어긋나도 면이 불거나 국물이 생겨서 제 맛을 잃었죠. 한 달 동안 수도 없이 실패했는데, 그 불량품이 고스란히 전 직원의 점심·저녁이 됐어요.” 26년 경력의 베테랑 셰프를 애먹인 미션은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이하 행복도시락)이 기획한 공공 급식 개혁 프로젝트. 결식아동이나 독거노인에게 공공 급식을 제공하는 행복도시락이 영국의 공공 급식 혁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지난 2003년 영국의 스타셰프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가 진행한 학교 급식 개선 프로젝트는 건강한 식자재 사용과 메뉴 구성으로 학교에서 ‘정크푸드’를 몰아내고, ‘공립학교 급식개혁법안’ 제정으로 이어지는 등 영국 학교 급식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 5월부터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 레스토랑 ‘에오’의 전 직원 9명이 매달렸고, 7월 첫 주, ‘라구(ragout·미트소스의 일종) 스파게티’ 등 3종의 이탈리안 도시락 레시피가 개발돼 행복도시락에 전해졌다. 순수하게 재능기부만으로 이뤄진 성과다. 어윤권 셰프는 자타 공인 국내를 대표하는 이탈리안 요리사다. 세계 최고급 호텔 중 하나인 이탈리아 밀라노의 ‘포시즌호텔'(Four Seasons Hotel) 셰프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동네가 떠도, 동네를 떠나는 사람 없어야

성동구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막막하더라고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1가, ‘서울숲’ 초입에서 디자인 회사 ‘소울스프(Soulsoup)’를 운영하던 방장혁 대표는 지난 4월 말 쫓기듯 사무실을 옮겨야 했다. 2013년 3월, 지저분한 식품 창고였던 15평 공간에 손수 페인트칠과 바닥 공사를 하며 안착한 보금자리였다. 애착이 남달랐지만 버틸 도리가 없었다. “구정 끝날 무렵, 갑자기 건물주가 우리 공간에 직접 카페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동네가 뜨면서 언젠가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 몰랐어요.” 인근 부동산에 확인한 결과 이 점포는 임대 매물로 나와 있었다.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20만원. 3개월 만에 임대료가 월 6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배로 뛴 것이다. 소위 ‘핫(hot)’한 동네라면 피할 수 없는 운명, 바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낙후된 도시환경이 개선되면서 임대료나 집값 등이 상승하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홍대(서대문구), 가로수길(강남구), 삼청동길(중구), 경리단길(용산구) 등에서 벌어진 현상으로, 최근 사회문제로 급격히 대두되고 있다. 다음 타깃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역이 바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 2012년부터 사회혁신단체, 예술가 등이 둥지를 트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지역으로, 서울숲길 주택가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40여 곳의 소셜벤처·사회적기업·비영리단체들이 동네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최근 도시재생 시범지구로 선정된 것도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지역 임차인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오는 11월로 임대 계약이 끝나는 공정무역기업 ‘더페어스토리’ 임주환 대표는 “2014년 1월에 입주했을 때, 우리 위층의 임대료가 50만원이었는데, 최근 110만원으로 올랐다더라”면서 “10월 말에 재계약을

정체성 없는 황무지 空間에서 공동체 가능성 깨울 共間으로…

舊질병관리본부 부지, 111개 혁신단체 공간으로 대변신 서울혁신파크에 NGO·사회적기업 등 111개 단체 선정 입주 1000명의 혁신가들 협업해 경험·가치 공유 버려진 공간이 재탄생하고 있다. 지방 이전으로 텅 빈 공공건물에 사회 혁신가들이 입주하고, 쓸모없던 지자체 소유 공터가 공익 공간으로 변신한다. 지난달 26일 개관한 ‘서울혁신파크'(서울시 은평구)와 이달 초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언더 스탠드 애비뉴'(서울시 성동구)가 대표적 사례다. 편집자 주   서울 은평구 녹번동 10만9000㎡(약 3만3000평) 부지.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있던 곳이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충북 청주시로 이전한 후, 이렇다 할 정체성 없이 대관이나 임대 등으로 유지돼왔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서울혁신파크’로 불린다. 사회 혁신을 꿈꾸는 NGO,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협동조합 등이 함께 모이는 거대한 실험실이다. 지난 5월부터 공간을 채울 단체를 공모, 약 361개의 단체, 1800여명이 몰렸다. 최종 111개 단체가 선정됐는데, 두꺼비하우징, 에이컴퍼니, 터치포굿, 대지를 위한 바느질, 동구밭, 해피브릿지협동조합HBCC,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등 유명 사회적기업도 다수 참여했다. 입주 단체는 코워킹 공간을 이용하거나(1인당 월 3만원), 개별 사무실을 이용(1㎡당 1만3000원 내외)할 수 있다. 서울혁신파크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혁신가들이 그들의 경험과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흙미장·목공·바느질 등을 활용한 워크숍을 열거나, 도시형 생태예술 캠프를 개최하는 프로젝트 그룹 ‘킵스(Keeps)’의 조유나(39) 대표는 “신진예술가를 위해 일하는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와는 예술가 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있고, 공간 공유 전문 사회적기업인 ‘페어스페이스’와는 색다른 공간을 함께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3만평 부지, 32개 건물을

45만명의 허기 달래는 ‘빨간차’가 달린다

BC카드 사회공헌 ‘빨간밥차’ 10년 전국 9개 지역에 13대 밥차 기증…독거노인·노숙인에게 식사 제공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새벽 3시부터 하루를 시작해요.” 경기 광명시에 사는 임종권(23·숭실대 전기공학부4)씨의 말이다. 대중교통도 없는 시간, 자전거로 30분을 내달려 찾는 곳은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인근. 새벽 인력시장이 열리는 장소다. 일거리를 찾아 모여든 일용직 노동자 100여명이 매일 새벽 북새통을 이루는 곳. “여기에 ‘빨간밥차'(한 번에 600인분의 밥을 지을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차량)가 오거든요. 테이블을 닦거나 수저나 위생장갑을 나눠주고, 국밥 배식을 하는 게 제 일이죠. 집에 돌아가면 (오전) 9시가 다 돼요.” 지난 9월 시작된 봉사 초기에는 ‘스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별 뜻 없이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덧 10개월이 훌쩍 흘렀다. 이젠 가족이나 친구들이 “그 정도 했으면 됐다”며 말릴 정도지만 임씨는 놓을 마음이 없다. “취업이나 진로 때문에 고민이 많은 시기잖아요. 자신감이 떨어져 무기력한 생활을 했었죠. 그런데 봉사를 하고 나선 자신감이 커지고 생활의 활력도 높아졌어요.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면 그 뿌듯함이 한 주를 가요. 주변에서 ‘참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임씨는 현재 BC카드의 ‘빨간밥차 봉사단’에서 활동 중이다. 임씨 외에도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봉사자 100여명이 함께한다. BC카드의 ‘사랑,해 빨간밥차'(이하 빨간밥차)는 이 회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2005년 취사·냉장시설을 완비한 5t 차량을 직접 제작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 기증한 것을 계기로 시작돼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서울(용산노인복지관 외 2곳), 대구(사단법인 사랑해밥차), 부산(로사리오카리타스),

진로 교육 프로그램 만들고 낙후된 지역 발전도 이끌어

목공 활용한 해외 청소년 교육 사례들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목재 교육인 ‘우드 매직 사이언스 페어(Wood magic science Fair)는 1993년 미국의 미시시피 주립대학(MSU)에서 고안해 지역의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 효능을 인정받으며 점차 전국으로 확대됐는데, 지난해 미시시피 주립대학에서만 4000명의 초등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현장’에 있다. 학생들은 실험과 견학을 통해 실제 나무를 보고 만지면서 자연스레 자연과 친해진다. 비누방울 실험을 통해서 나무가 호흡하는 원리를 배우고, 잘라진 목재를 가지고 종이가 만들어진 과정을 이해하는 등 기초적인 과학 지식도 동원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임업위원회(South Carolina Forestry Commission)가 16년째 진행하고 있는 ‘우드 매직 포레스트 페어(Wood Magic Forest Fair)’도 비슷한 사례다.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 교육은 반 나절 동안 숲과 나무 사이를 누비며, 자연을 배우고 우리 일상생활에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깨닫는다. 지금까지 약 2만9000명의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청소년 대상 목공 프로그램으로 지역 재생을 이끄는 사례도 있다. 영국 북부 ‘애싱턴(Ashington)’에서 활약하고 있는 ‘애싱턴 숲 지역 공동체(Ashington Community Wood)’는 채광 산업 몰락 후 유령 도시가 된 지역을 복구하기 위해 이 지역을 목공의 중심지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를 펼쳤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젊은 목수 양성’. 단체 산하에 목수공동체 ‘애싱턴 숲 지역 공동체의 친구들(Friends of Ashington Community Woods)’을 두고 녹지에 대한 인식 교육, 목공을 이용한 레크리에이션, 친환경 목공 교육의 확대 등을 펼쳤다. 고등학교의 정규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친환경 목공 프로그램이나 여름방학

“우리에게 나무란 치료제이자 소통 도구”

나무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어느 날 딸아이 침대가 우연히 눈에 들어왔어요. 오래돼서 삐걱거렸죠. 집에 있는 도구 몇 개를 이용해 ‘리폼(reform)’ 해봤는데, 딸이 정말 좋아하는 거예요. 그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잃었던 삶의 의욕이 다시 솟구치는 느낌 같은 거였죠.” 우상경(50) ‘상상공방’ 대표의 말이다. 그는 광고 대행사 ‘씨쓰리커뮤니케이션즈’를 운영하는 기업가이자 경기 의왕시에 ‘상상공방’이라는 이름의 목공방을 운영하는 디자이너다. 공방에선 주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폐목재를 활용해 공공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 그가 처음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시련’ 덕분이었다. “5년 전 믿었던 동료에게 30억원에 달하는 사기를 당했어요. 고스란히 제 빚이 됐죠. 그 여파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심하게 앓았어요. ‘어떻게 죽을까’를 고민할 정도로 심각했죠.” 우연히 재능을 발견한 목공은 무엇보다 좋은 ‘치료제’가 됐다. 나무가 품은 향은 마음을 차분하게 했고, 창조적인 작업을 통해 탄생한 결과물은 새로 일어설 용기를 줬다. 우 대표는 아예 전문 목수 밑으로 들어가 2년간 목공 기술을 갈고 닦았다. “나무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무처럼 따뜻합니다. 그들과 같이 땀 흘리면서 욕심을 버리는 법이나 배려하는 것도 많이 배웠죠.” ◇시련 딛고 폐목재 업사이클링 디자이너로 우뚝… 우상경 ‘상상공방’ 대표 16일 오후 강서구 화곡동의 작은 카페에서 만난 우 대표는 우울증 병력이 믿기지 않을 만큼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본인 작품(폐목재로 만든 시계)을 들고 와 카페 벽에 붙여놓을 정도로 능청스럽기까지 했다. 목공을 통해 생긴 변화다.(본업에도 충실해 빚도 3분의 2 정도는 갚았다고 한다.) “제

[Cover Story] 나무로 뚝딱뚝딱… 문화를 DIY

[Cover story] 木工, 문화가 되다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 名品이 된 폐목재 나무라는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나만의 물건 만든다는 특별함 기업·학교 등에서 관심 증가 친환경가구 제작, 공원 조성 등 폐목재 이용한 사업·활동도 활발 ‘목공(木工)’ 열풍이 심상치 않다. 특별한 취미를 찾는 직장인, 제2의 인생을 바라는 시니어, 사회 혁신을 꿈꾸는 활동가, 노작교육(勞作敎育·신체활동을 통한 교육)의 가치를 깨달은 청소년까지 나무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기기로 인해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지고, 점점 빨라지는 트렌드에 지친 사람들은 요리나 목공 등 직접 시간을 들이고 땀 흘려 만들어야 하는 ‘슬로 워크’에 몰려가고 있다. 버려진 나무에 주목하는 기업, 목공을 통해 소통하는 공동체도 점점 는다. 유행을 넘어 문화가 되고 있는 목공 열풍 현장을 따라가봤다. 편집자 주 해발 128m 높이 나지막한 산. 서울 강서구 개화동에 자리 잡은 ‘개화산’에는 특별한 길이 하나 있다. 정상에 이르는 길 700m를 1.8m 폭으로 만든 ‘무장애 숲길’로, 지난해 7월 말 완공됐다. 반들반들하고 평평한 나뭇길은 고령자는 물론, 장애인 휠체어에도 자유로움을 허락한다. 서울의 자치구 중에서 장애인 인구가 둘째로 많고, 65세 이상 어르신이 넷째로 많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보행 약자 친화형 산길이다. 목재 바닥 곳곳에 설치된 핸드레일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판에도 약자를 위한 배려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13일, 이곳에서 만난 정방선(60·강서구 방화동)씨는 전동 휠체어 위에 앉아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정씨는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1급 지체장애인. 5년 전 앓았던 척수염의 여파다. 휠체어에 앉기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