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청년미래센터’ 시범사업 성과와 한계
“공동생활 전담 코치 반드시 필요”
올해 2월, 울산의 한 임대주택에 두 명의 고립·은둔 청년이 입주했다. 말수가 거의 없던 한 명은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인사를 건넸고,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던 청년은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익혔다. 보건복지부 ‘청년미래센터’ 시범사업을 통해 시작된 첫 공동생활 실험. 회복의 가능성은 확인됐지만, 이 실험은 두 달 만에 휴지기에 들어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부터 위기청년을 위한 ‘청년미래센터’ 시범사업을 인천, 울산, 충북, 전북 등 4개 시·도에서 운영 중이다. 센터는 가족 돌봄, 고립·은둔 청년 등 위기 청년의 자립을 돕는 기관이다. 울산청년미래센터는 지난해 10월 개소했고, 올해 2월 LH 매입임대주택에 마련된 공간에서 공동생활 1기를 시작했다. 민간에서 운영돼 온 모델을 참고해 공공 차원에서 회복을 실험한 첫 사례다.

울산청년미래센터는 현재 두 명의 남성 청년이 입주해있다. 두 청년 모두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공동생활을 시작했다. A씨는 관계 형성과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고, 반복 학습에도 어려움이 있어 직장에서는 잦은 질책을 받곤 했다. B씨는 오랜 대인 기피 상태로 인해 5년간 대화를 거의 하지 못했다.
◇ 2년 만에 면접·농담 주고 받기도
공동생활은 규칙적인 일상을 통해 생활 습관과 사회성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오전 6시 기상 후, 씻고, 아침을 먹고, 오전 9시에는 센터로 출근한다. 센터에서는 자격증 공부, 심리상담, 공모전 참여, 직업 체험 등 개별 맞춤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오후 6시 퇴근 후에는 함께 장을 보고 식사를 하며 하루의 일과를 나눈다. 이윤우 고립은둔팀 활동가는 “놀이 중심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막상 만나보니 인사법, 말할 때 목소리 조절 등 아주 기본적인 사회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다. A씨는 최근 2년 만에 면접을 보고 왔다. 그는 “또래들과 비슷한 활동을 드디어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너무 기쁘다”며 “남들보다 부족하고 못하다는 생각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됐다”고 전했다. A씨는 다음 기수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B씨 역시 변화를 겪고 있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도 어려워했지만, 이제는 먼저 말을 걸고 농담도 주고받는다. 감정적으로 힘들 땐 스스로 산책을 하며 조절하는 연습도 하고 있다.
◇ 2개월 만에 종료되는 1기…지속가능성 확보하려면
그러나 이 두 청년이 참여하고 있는 공동생활 1기는 4월 25일 종료된다. 신규 참여자 모집 등 한 달 정도 휴지기를 거친 후, 6월쯤 2기 운영이 재시작될 예정이다. 다양한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순환 운영이라는 취지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가장 큰 이유를 ‘전담 인력의 부재’로 꼽는다.
입주 두 달 만에 1기 운영이 종료되며, 청년들의 회복 흐름도 잠시 멈추게 됐다.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설계된 기간이었지만, 전담 인력 부재 등으로 지속적·상시 운영은 쉽지 않은 구조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센터 내 고립은둔팀에는 사회복지사와 직업상담사 등 8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공동생활을 전담할 코치는 없다. 결국 1기에는 이윤우 활동가가 7주, 홍국진 팀장이 3주간 청년들과 함께 생활했다. 공동생활 코치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청년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24시간 근무나 다름없다.
홍 팀장은 “전담 코치를 별도로 채용하지 않은 채 시범사업이 시작돼, 기존 인력이 본업을 병행하며 공동생활을 이끌 수밖에 없었다”며 “실제 함께 살아주고 일상을 함께하는 존재가 있어야 청년들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지금 구조로는 연중 지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청년미래센터 시범사업은 오는 12월 말 종료될 예정이다. 홍 팀장은 “단 2개월의 실험이었지만, 고립·은둔 청년들에게 공동생활이 왜 필요한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정식 사업 전환이 검토된다면, 전담 인력 배치, 안정적인 공간 확보, 그리고 공동생활 운영 가이드라인 등 현장에 필요한 조건부터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