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7일(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 인증 없으면 착한 일도 못 하나요

사회적기업 인증 제도

“저희를 더 이상 사회적기업이라 부르지 말아주세요.”

지난달 중순, 소셜벤처 ㈜에코준컴퍼니 이준서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논란이 들끓었다. 서울시 은평구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 유사명칭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19조 규정에 의거, 사회적기업이 아닌 자는 사회적기업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유사명칭을 사용하는 경우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2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의 규정에 의거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경고문이었다. 이준서 대표는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성을 키우고자 예비사회적기업에서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을 신청하지 않았다”면서 “좀 더 진보된 사회 혁신을 위한 선택을 했음에도, 마치 범죄자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불편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은평구 일자리정책과 담당자는 “사회적기업은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 등 간접적인 지원 혜택을 받기 때문에 서울시 정책에 따라 주기적으로 인증 유무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라 인증 사회적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이번 소동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여름, 소셜벤처 ㈜딜라이트는 관련 규정에 의거해 고용노동부에 과태료 500만원을 냈다. ㈜딜라이트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저가형 보청기 사업을 벌이는 기업으로, 올해 매출 80억원을 바라본다.재밌는 사실은 ㈜딜라이트와 ㈜에코준컴퍼니 두 기업 모두 미국의 비영리단체 ‘B랩(B-LAB)’으로부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수여하는 ‘B코퍼레이션(B-Corporation)’ 인증을 받은 곳이라는 점이다. 직원들의 근로환경, 지역 사회와의 연계성, 지배 구조, 환경친화성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받아 ‘B코퍼레이션’ 인증을 받으면, B랩과 파트너를 맺고 있는 글로벌 투자 회사들로부터 투자 기회도 가질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가 설립한 친환경 유아용품 회사 ‘어니스트 컴퍼니(The honest company)’,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 등이 대표 ‘B코퍼레이션’ 인증 기업이다.

한편, 지난달 27일 저녁에는 ‘2014 사회혁신기업가 셀프어워드’가 마련됐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기업을 만들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청년기업가 스스로가 청년기업가를 응원하기 위해 마련한 상이다. 100만원(신인상·역경상), 50만원(도전상) 등 상금 규모는 몇천만원이 넘는 정부 지원금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았지만, 청년들이 없는 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돈이기에 특별했다. 터치포굿, 레디앤스타트, 빅워크 등 올해 행사를 준비한 10여개의 기업 중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은 불과 5곳이다. 도대체 이들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이들은 이미 스스로를 ‘사회혁신기업가’라 명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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