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30일(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공성’ 빠진 사회서비스원법에 비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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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법안 1소위 통과한 내용엔
공공의 우선 위탁사업 범위 축소시켜
“취지에 맞게 보완, 공공성 확대해야”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법을 입법하라.”

지난달 21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1소위를 통과한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사회서비스원법’)을 두고 사회복지 현장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육, 요양, 장애인활동지원, 간병 등 사회복지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해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사회서비스원법이 대폭 변경되고 축소된 상태로 소위를 통과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다.

사회서비스원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별로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민간 중심의 사회서비스 공급 구조를 공적 서비스로 재편한다는 취지였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7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공약 내용을 바탕으로 사회서비스공단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 내용은 같은 달 15일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담겼다.

이듬해 설립 추진 과정에서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2018년 5월 보건복지부는 ‘사회서비스공단’이라는 명칭을 ‘사회서비스원’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해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공단’이라는 용어가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처럼 국가가 독점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에 쓰이기 때문에 사회서비스공단이라는 말을 사용할 경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민간시설 운영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사회복지 현장과 학계에서는 명칭이 바뀐 것을 두고 사회서비스공단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복지부는 “사회서비스원이라는 명칭은 보다 중립적인 표현”이라며 “사회서비스는 국공립 시설과 민간 시설의 공존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름을 이렇게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그해 복지위 소속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에 대한 내용을 사회서비스원으로 명칭을 바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담긴 사회서비스원 취지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요양보호사, 장애인 활동보조인, 어린이집 교사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전국 광역지자체에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 처우를 개선하고 서비스 질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20대 국회 때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직후인 지난해 6월 남인순 의원은 사회서비스원법을 다시 대표 발의했고 최근 법안 1소위를 통과했다. 그간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던 사회서비스원은 근거 법령이 부족해 지자체 간 노동 조건 차이가 크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4개 지역(서울·경기·대구·경남)에서, 2020년에는 7개 지역(충남·강원·광주·세종·인천·대전·전남)에서 사회서비스원 운영을 시작했으며 오는 2022년까지 17개 광역지자체에 설치를 마치기로 했다.

문제는 여야가 해당 법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사회서비스원의 우선 위탁사업 범위를 축소시켰다는 것이다. 남인순 의원이 제출한 원안은 ‘국가나 지자체가 민간보다 우선해 사업을 위탁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공공이 민간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할 것이 우려된다”는 야당 반대에 부딪혀 ‘~위탁받을 수 있다’고 표현을 수정했다. 또 수익성 낮은 사업 등 ‘민간이 기피하는 분야’에 한정해서만 우선 위탁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을 한정시켰다.

국민의힘은 한국의 공공사회복지지출이 낮은 만큼 아직은 공공이 사회서비스를 주도하기보다 간접적 역할로 민간을 지원하자는 입장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2.2%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0%)의 절반 수준이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공공이 사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에는 예산 면에서 한계가 있다”면서 “사회서비스원은 민간의 서비스질 향상 등을 관리하는 간접적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성이 빠진 사회서비스원법의 내용을 두고 시민단체와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논평을 내고 “국회는 국민의 돌봄 받을 권리보다 민간의 이해관계를 우선해 사회서비스를 국공립에 우선 위탁하게 하는 핵심 조항을 삭제했다”면서 “후퇴한 법안을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취지에 맞게 보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보영 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는 “현재 절대다수의 사회서비스들이 민간에서 제공되고 있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사회서비스가 왜곡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공성을 확대해야 하며, 사회서비스원이 공적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예산과 지원 체계를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우선 사회서비스원 운영을 위한 근거 법안을 통과시킨 뒤 사회복지 현장의 지적을 수용해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남인순 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등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을 위한 근거법 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6월 중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부족한 부분은 법 제정 후 현장에서 작동되는 과정을 보면서 보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준혁 더나은미래 기자 press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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