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로페이’ 이어 ‘S택시’까지… 플랫폼 시장에 또다시 선수로 뛰어든 서울市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시가 지난 1일 택시 호출 앱 ‘S택시’를 출시하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카카오T’ ‘T맵 택시’ 등 관련 민간 서비스가 이미 다수 나와 있는 터라 논란을 불렀다. 서울시는 고질적인 승차 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심판이 선수로 나섰다” “생태계를 교란한다” 등 성토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에도 간편 결제 서비스 ‘제로페이’를 선보여 ‘관치(官治) 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관이 직접 플랫폼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합당한지를 두고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7일 한 시민이 ‘S택시’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고 있다. ⓒ조선일보

◇”시민의 선택권 보장 위한 것” vs. “시가 민간 회사와 경쟁하는 꼴”

서울시가 택시 호출 앱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개발비 10억원을 들여 ‘지브로’를 선보였으나 택시 업계와 승객 모두에게 외면당하면서 1년여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지브로를 기반으로 4000만원을 추가로 투입해 만든 앱이 S택시다. ‘목적지 미표시’ ‘강제 배차’ 등이 핵심 기능이다. 승객이 직접 빈 차를 선택해 호출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승차 거부를 할 수 없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여객자동차운송사업 개선명령 및 준수사항 공고’에 따라 택시운송사업자는 S택시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승차 거부 적발 시 120만~36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고홍석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카카오·T맵 택시 등 플랫폼이 승차 거부를 줄일 수 있는 목적지 미표시 기능을 도입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며 “법적 규제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가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시민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의도”라고 S택시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는 플랫폼 회사와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업계의 이야기는 다르다. 지난 3월부터 웨이고블루 서비스를 시작한 타고솔루션즈의 강순구 부사장은 “목적지 미표시 배차는 올해 서울시로부터 여객자동차운송가맹사업자로 지정된 웨이고블루의 핵심 기능”이라며 “웨이고블루 사업을 인가한 서울시와 경쟁하게 됐다”고 말했다. 웨이고블루는 승객이 3000원의 추가 이용료를 부담하는 대신 승차 거부를 원천 차단한 프리미엄 택시 호출 앱이다. 성중기 서울시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S택시는 현재 추가 이용료를 받고 있지 않지만, 정식 서비스되는 오는 7월부터 최대 3000원의 추가 이용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직접 플랫폼을 운영해 민간과 갈등을 빚은 사례는 또 있다. 서울시 산하 서울관광재단은 지난 2016년 외국인 대상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 ‘원모어트립’을 선보였다. 여행 프로그램 개발부터 판매까지 직접 챙기면서 수수료는 5%만 받았다. 비슷한 모델로 수익 사업을 하면서 15~20%의 수수료를 받은 관련 스타트 업계는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극심하게 반발했다.

배인호 트래볼루션 대표는 “외국인 로컬 관광을 활성화해 보겠다는 시의 목표 자체에는 공감했다”면서도 “여러 여행 관련 스타트업들이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지, 직접 사업에 나서서 생태계를 독점해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관광재단은 원모어트립 관련 문제 제기를 수용해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에 직접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중단했다. 지금은 여행 관련 기업들과 여행객을 중개하는 역할만 한다. 배 대표는 “관이 관련 업체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에 집중하면서 현재는 서로 윈윈(win-win)하는 시스템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비판을 받았던 제로페이도 민간에 주도권을 넘기면서 활성화를 도모하는 모양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안으로 민간 주도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제로페이 운영을 맡길 계획이다. 오승훈 서울시 지역상권활력센터 센터장은 “원칙적으로는 민간이 해야 할 일이 맞는다”면서도 “서울시나 정부 입장에서는 ‘관이 왜 플랫폼을 만드느냐’는 욕을 먹더라도 소상공인 수수료 인하 대책을 강구할 절박함이 있었다. 공공이 마중물을 띄우고 민간이 이어받아 활성화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조산구 한국공유경제협회장은 “플랫폼 사업은 공공이 정책을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는 무기지만, 모든 문제를 직접 뛰어들어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면서 “공공의 역할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jangp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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