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캠퍼스 내에선 음식물 쓰레기 어디에 버리나요?

대학 내 음식물 쓰레기 문제 심각… 폐기물 업체가 수거 불가 통보까지
주요 大 30곳 중 20곳,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 없어… 있더라도 무용지물

지난달 14일 단국대학교 재학생들은 학과 단체 채팅방에서 ‘교내 음식물 섭취 불가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를 전달받았다. 교내에서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폐기물이 뒤섞여 배출되면서 학교와 계약한 폐기물 업체가 ‘수거 불가’ 통보를 해왔다는 게 이유였다. 대학 본부의 공지를 접한 학생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재학생 이모(22)씨는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학교 밖 식당에 가는 게 불안해 거의 매일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음식물 섭취를 금지하는 건 현실적이지도 않고 잘 지켜지지도 않을 것”이라며 “학교가 방법을 찾지 않고 무조건 막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학 내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단국대뿐 아니라 전국 대학교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학교를 찾는 학생 수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포장·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대신하는 학생이 급증하면서 대학 내 음식물 쓰레기 양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1998년 시행된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제’에 따르면, 학교도 가정·기업과 마찬가지로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폐기물과 따로 분리해서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유독 대학은 교내 음식물 쓰레기 관리에 소극적이었다.

수도권의 한 대학 캠퍼스 내에 있는 폐기물 집하장에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폐기물이 분리 배출되지 않은 채 버려져 있다. /폐기물 업체 제공

더나은미래는 지난달 26~28일 국내 주요 대학 30곳의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 설치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는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의 세계 대학 순위에 오른 국내 대학 중 상위 3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학내 식당을 제외하고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을 별도로 마련한 곳은 10곳(약 33%)에 불과했다.

수거함이 설치돼 있어도 전체 학교 면적에 비해 개수가 턱없이 적어 사실상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에 있는 A대학은 교내에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이 2개 설치됐다고 답했다. 이 학교의 면적은 42만9399m²로 서울월드컵경기장(7140m²)의 약 60배에 달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박준홍(24)씨는 “대부분의 학생이 음식물 쓰레기를 화장실 변기나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면서 “다른 방법이 없어서 버리긴 하는데 마음이 불편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대학들도 이런 문제들을 인지하고 있었다. 국립대인 B대학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 혼합 배출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건물마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을 설치하는 게 현재로선 쉽지 않다”며 “재정적인 여유도 없고 관리할 인력도 부족하다”고 답했다. C대학의 관계자는 더나은미래와 한 통화에서 “어차피 교내 규정상 음식물 섭취가 불가능한데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을 왜 설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설치한 대학들이 있긴 하냐”고 반문했다.

음식물 쓰레기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고 일반 폐기물과 혼합 배출될 경우 재활용이 어려워진다. 폐기물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학 캠퍼스 한 곳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양은 연평균 80~100t 규모다. 폐기물 업체는 대학에서 거둬들인 일반 폐기물을 작은 조각으로 파쇄해 고형폐기물연료(SRF)로 전환한다. 문제는 음식물 쓰레기가 섞여 있을 때다. 폐기물 업체 관계자는 “일반 폐기물의 약 90% 정도는 SRF로 만들 수 있지만 음식물 쓰레기가 섞여 있으면 연료 전환이 어려워 소각장으로 보낸다”고 했다. 폐기물을 연료로 만들려면 염분 농도가 가장 중요한데 음식물 쓰레기의 높은 수분량과 고농도 염분(NaCl)은 연료의 품질을 떨어뜨린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음식물 쓰레기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불필요하게 소각되는 쓰레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폐기물 업체에 따르면 폐기물 100t당 소각 처리 비용은 3000만~3500만원 수준이다. 한 폐기물 업체 관계자는 “원래 소각장에 음식물 쓰레기를 반입하면 안 되지만, 소각 말고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가 섞인 일반 폐기물은 소각장으로 보내고 있다”고 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소각로는 850도에서 1000도 범위 안에서 운전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축축한 음식물 쓰레기가 섞여 있으면 온도가 낮아져 문제가 생긴다”면서 “온도를 올리려 연료를 더 많이 넣어야 하고 소각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폐기물 파쇄 때보다 비용이 20~30%가량 더 든다”고 했다.

소각로를 거친 소각재를 땅에 매립하는 것도 문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매립관리처 관계자는 “최근 매립장 부족으로 전국 곳곳에서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면서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연료로 전환될 수 있는 일반 폐기물까지 소각되는 일은 줄여야 한다”고 했다.

폐기물 업체 관계자들은 “대학이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지 않았을 때 경고하거나 수거 불가를 통보해도 1~2개월 반짝 효과밖에 없다”며 “잠깐 시정했다가 다시 혼합 배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대학의 음식물 쓰레기 혼합 배출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질 문제”라며 “대학이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간단한 방법은 대학이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을 확대 설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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