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AI 스캐너’로 식사량 분석… 음식 폐기물 연간 30% 줄였다

[인터뷰] 김대훈 누비랩 대표

AI 음식 데이터 600만개 보유
스캐너로 소비량 측정해 수요예측
불필요한 음식 생산 줄여 탄소저감

“손도 안 댄 멀쩡한 음식이 통째로 버려지는 걸 본 적 있습니까? 구내식당에서 마감 때마다 벌어지는 일이에요. 그동안 급식 업계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잘 처리하는 법에 집중해왔어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매일 들쭉날쭉한 식사 인원 수에 맞게끔 음식을 만들 순 없을까? 인공지능(AI) 기술로 데이터를 분석하면 정확한 패턴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푸드테크 스타트업 ‘누비랩’의 김대훈 대표는 “음식 폐기물을 줄이려면 생산 단계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비랩은 ‘AI 푸드 스캐너’로 식사 제공 전후의 음식량을 측정해 폐기물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음식 제공업체에는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고객 수요 데이터를 제공하고, 개별 대상자에게는 음식 섭취량 분석으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누비랩 오피스에서 만난 김대훈 누비랩 대표는 "그간 푸드테크 시장은 이미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집중했다"며 "누비랩은 데이터를 활용해 음식 생산부터 사후관리까지 모든 영역에서 음식물 관리를 하고있다"고 말했다. /장은주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누비랩 사무실에서 만난 김대훈 누비랩 대표는 “급식업체 관리자의 경험에 의존해 음식량을 준비하던 비효율 문제를 빅데이터와 AI로 해결할 수 있다”며 “폐기물 처리 비용과 식재료 비용 모두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은주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창업 6년차인 올해는 세계경제포럼(WEF)의 ‘테크 파이오니어(Technology Pioneer Cohort)’에 선발됐다. WEF는 산업 분야별 유망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100곳을 매년 선정해 발표한다. 한국 스타트업은 누비랩을 포함해 시각장애인 보조기기 개발사 닷(dot), 블록체인 보안기업 S2W 등 세 곳이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누비랩 본사에서 만난 김대훈 대표는 “푸드테크 시장의 과제 중 하나는 음식물 쓰레기 감축”이라며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앞단인 재료 준비부터 마지막인 음식물 폐기까지 전 영역을 관리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음식 폐기물 데이터를 어떻게 측정하나.

“급식 시설의 퇴식구에 AI 기술을 탑재한 스캐너를 설치해 음식물 종류와 양을 분석한다. 데이터가 쌓이면 음식 폐기물 정보와 개인별 섭취량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메뉴 선호도와 소비량을 예측하는 거다. 예측치에 따라 주방에서 필요한 만큼의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폐기물이 줄어든다. 빅데이터의 힘이다.”

-AI 스캐너가 수천가지 음식을 구분하고 분석할 수 있나.

“음식별 데이터가 충분히 쌓일수록 정확도는 높아진다. 그간 많은 기업이 진출하지 못한 이유이면서 사업의 핵심이 바로 데이터 확보다. 제육볶음을 예로 들면, 사람은 모양이나 형태가 조금씩 달라도 한 눈에 제육볶음이라는 걸 알지만 AI는 학습하지 않으면 동일한 음식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AI가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라벨링(Labelling)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보유한 음식 데이터는 600만개 정도다. 세계 어디에도 이만큼 데이터를 보유한 곳은 없다.”

-얼마나 효과가 있나?

“누비랩 솔루션을 도입한 급식소들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작년 기준으로 평균 30% 이상의 음식물 쓰레기를 절감했다. 규모로 따지면 한 곳당 9t 정도였다. 탄소 저감 효과로 환산하면 소나무 1848그루가 1년에 흡수하는 15.3t과 맞먹는다. 실제 한 고등학교에서는 2019~2021년에 음식물 폐기물 22t을 줄였다. 2년 만에 55.7%나 감축한 거다.”

누비랩은 지난 1월 미국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 참석했다. /누비랩
누비랩은 지난 1월 미국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 참석했다. /누비랩

-불필요한 생산을 줄이자는 접근이 새롭다.

“푸드테크 시장에 진입한 대부분의 사업이 생산성 확대다.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막상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분야에는 진입을 잘 하지 않는다. 음식 관련 데이터가 적은 탓에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 반응은 어땠나.

“음식물 과잉 생산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음식 생산은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영양사의 경험적 시각에 의존했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은 기존 업계의 관행을 완전히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러브콜이 잇따랐다. 아마존(AWS)과 유엔세계식량계획(WFP)와 글로벌 식량문제 해결 프로젝트, 구글 포 스타트업 순환경제 분야 사업 등을 진행했고,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에는 CES 혁신상, 미국 에디슨 어워즈에서 은상을 받았다.”

-음식 데이터로 헬스케어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들었다.

“음식은 결국 건강과 연결되기 때문에 음식 데이터를 헬스케어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어떤 음식을 많이 먹고, 어떤 음식은 잘 먹지 않는지를 분석해 식습관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이 기술을 선호한다. 어린이집에 도입해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녀의 식습관을 파악하고, 어린이집과 부모가 식사 계획을 수정하거나 아이들에게 식습관 교육도 가능하다.”

-확장 가능한 분야가 더 있을 것 같다.

“현재는 의료분야에 접점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9월 싱가포르의 병원과 협약을 맺어 환자식의 영양관리와 급식소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1년이 채 안 됐지만 신뢰도 있는 데이터가 확보돼 실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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