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AI 플랫폼’ 구축…KT·LG유플러스도 기술 즉시 공개
지난해 전국에서 보이스피싱이 2만여 건 발생했고, 피해액은 8545억 원에 달했다. 하루 평균 57건의 범죄가 발생하고, 23억 원 가까운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피해 건수는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고, 피해액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정부는 갈수록 정교해지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통신·수사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보이스피싱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통신사들도 악성앱 추적과 변조 음성 탐지 기술을 즉각 공개하며 민·관 공조 체계를 예고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보안원 교육센터에서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연내 ‘보이스피싱 AI 플랫폼(가칭)’을 공식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금융회사, 통신사, 수사기관이 보이스피싱 관련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AI 분석을 통해 범죄 계좌를 사전에 식별·차단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보이스피싱 대응은 국가의 역할”이라고 강조한 뒤 약 한 달간 10여 차례의 실무 회의를 거쳐 마련됐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예방–차단–구제–홍보까지 아우르는 인프라로 보완하겠다”며 “이번 플랫폼은 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 KT, ‘딥보이스 탐지’로 음성 사기 실시간 차단
정부 발표 직후인 29일, KT와 LG유플러스도 자체 AI 기술을 앞세워 보이스피싱 대응 방안을 공개했다.
KT는 오는 30일부터 ‘AI 보이스피싱 탐지서비스 2.0’을 상용화한다. 딥보이스(변조 음성) 탐지와 화자인식 기술을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수집한 ‘그놈목소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범죄자의 음성 패턴을 학습해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시스템이다.
KT는 상반기 동안 1460만 건의 통화 트래픽을 분석, 91.6%의 정확도로 약 710억 원 규모의 피해를 사전 차단한 것으로 추산했다. 서비스 초기(90.3%)보다 1.3%포인트 향상된 수치다. 이번 2.0 버전 출시를 통해 연간 2000억 원 이상의 피해 예방, 탐지 정확도 95%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 도입은 금융권과의 실시간 협력 체계로 이어졌다. KT는 지난 5월 은행연합회와 MOU를 체결하고, 보이스피싱 탐지 정보를 금융권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과 연계했다. 이를 통해 ‘의심 통화 탐지→계좌 모니터링 →출금 차단’ 등 즉각적인 후속 조치가 가능한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현석 KT Customer부문장은 “AI 탐지 기술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한층 강화하고, 금융권과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 차단에 기여하겠다”며 “정부 기관들과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고객 중심의 보안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LG유플러스, 악성앱 추적부터 경찰 동행까지
LG유플러스는 29일 보안 전략 간담회를 열고, 보이스피싱 대응을 위한 ‘3대 보안 체계’와 기술 패키지를 공개했다. CEO 직속 정보보안센터를 중심으로, 거버넌스·예방·대응으로 구성된 체계를 기반으로 실시간 탐지부터 현장 대응까지 전방위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보이스피싱 조직이 운영하는 악성 앱 서버를 직접 추적해, 감염이 의심되는 고객에게는 카카오 알림톡을 발송하고 전국 1800여 개 매장에서 보안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AI 통화 분석 기능 ‘익시오’를 통해 음성 기반 피싱도 감지하며, 기계음 변조 탐지 기능인 ‘안티딥보이스’까지 탑재해 탐지 정확도를 높였다.
이를 통해 최근 5개월간 스팸 차단은 약 1.4배 증가했고, 월평균 2000건 이상의 의심 통화가 탐지되고 있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는 경찰과 협력해 현장 대응팀을 운영 중이며, 악성 앱 설치가 의심되는 고객과 함께 경찰관이 직접 방문해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27년까지 모든 접속을 검증하는 제로트러스트 보안 모델을 완성하고, AI 기반 이상 행위 탐지 시스템을 자동화할 계획이다. 홍관희 정보보안센터장(CISO)은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위협”이라며 “민관 협력 확대를 통해 선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