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부는 우리가 영수증은 대행사가 ‘꿀꺽’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부한 것은 우리인데, 한마디 말도 없이 대행사가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았다. 팬들에게 남은 것은 실질기부자라는 것을 증명조차 할 수 없는 종이 한 장뿐이다.”

지난 3월, 걸그룹 A의 팬클럽은 스타의 생일을 맞아 기부 선물을 하기로 결정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팬마음(fanmaum.com)’이라는 회사를 통해 온라인 모금 프로젝트를 개설했다. 팬마음은 ‘국내 최초의 연예인 서포트 모금 서비스’를 표방하는 회사다. 팬클럽에서 스타를 위한 프로젝트를 개설하면 정해진 기간 동안 모인 ‘마음(유료로 구매하거나 광고 시청 등 이벤트에 참여하면 받을 수 있는 포인트)’을 팬클럽이 원하는 NGO에 기부금 형태로 전달해준다.

A팬클럽이 3월 개설한 프로젝트에는 한 달간 144명의 팬이 참여해 200만원 상당의 포인트가 모였다. 모금 기간이 종료된 뒤 팬마음은 “TV 2대(120만원)와 기부금(80만원)을 팬클럽이 지정한 장애인복지전문 NGO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팬들의 뿌듯함은 곧 당황스러움으로 바뀌었다. 기부금 영수증이 엉뚱한 회사의 이름으로 발급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해당 기부 프로젝트를 개설한 A팬클럽의 김지수(가명·25)씨는 “기부 증서를 받으려고NGO에 전화를 걸었는데 ‘요청하신 기부금 영수증도 같이 드릴까요?’라고 해서, 그제야 팬마음이 우리 모르게 기부금 영수증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지금까지 팬마음을 통해 진행한 기부는 총 400만원. 해당 기부금에 대한 영수증은 모두 팬마음의 모회사인 ‘㈜스펙업애드’ 앞으로 발급됐다. 스펙업애드는 온라인 취업 정보 카페 ‘스펙업’을 운영하는 회사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팬들의 기부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항의가 이어지자 팬마음 측은 법률사무소 연우, 참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서를 받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팬클럽에서 구매한 포인트를 ‘매출’로, 기부한 금액을 ‘비용’으로 계산하기 위한 증빙 자료가 필요했을 뿐”이라는 해명이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최호윤 삼화회계법인 이사는 “고객에게 처분 권한이 있는 포인트(재화)의 경우, 항공 마일리지와 마찬가지로 고객에 대한 회사의 부채”라면서 “무엇보다도 실제 기부를 하지 않은 사람이 기부금 영수증을 남몰래 발급받은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미(팬클럽이 구매한 쌀화환의 수만큼 NGO에 기부할 수 있는 상품)’를 판매하는 사회적기업 ‘나눔스토어’의 박영복 부장은 “불특정 다수가 함께 기부를 진행하는 팬클럽의 특성상 기부금 영수증을 요청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실질 기부자가 아닌 회사의 이름으로 영수증을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A팬클럽 관계자는 “다른 팬클럽 기부금도 우리가 조사한 것만 1400만원 상당”이라며 “팬마음 측에 법인세 수정 신고와 기부금 영수증 취소를 요구했지만, 대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더나은미래’가 팬마음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스펙업애드는 “담당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팬마음_스펙업애드_기부금영수증_공지사항_2016
팬마음이 기부금영수증 불법 발급을 해명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게재한 공지사항. /팬마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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