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30년 이상 나무를 베어내 바이오매스 발전에 쓰겠다는 산림청의 탄소중립 계획이 또 다시 등장했다. 산림청은 지난 2021년 나무 3억그루 벌채 계획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한발 물러선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비슷한 계획을 꺼내놓으면서 환경단체 중심으로 비판이 나온다.
10일 산림청은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량의 21%(3000만t)을 흡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남성현 산림청장은 브리핑에서 “오래된 나무를 베서 고부가가치 국산 목재, 산림바이오매스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벌목한 나무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224만t을 감축한다는 입장이다.
산림바이오매스는 목재 부산물로, 목재를 절단할 때 생기는 작은 목재 조각인 ‘우드칩’과 파쇄된 나무를 고온에서 압축해 알갱이 형태로 만든 ‘목재펠릿’ 등을 가르킨다. 주로 발전소 땔감으로 쓰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산림바이오매스 연소 시 탄소배출량은 1TJ(테라줄)당 112t으로 화력발전소용 역청탄(94.6t)보다 많다.
산림청은 지난 2021년 고령 나무 3억 그루를 베고 어린 나무 30억 그루를 심어 2050년까지 탄소를 3400만t 줄이겠다는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베어낸 나무를 바이오매스 발전에 활용하겠다고 밝혀 환경 파괴 논란을 빚었고, 이듬해 1월 나무를 심고 벤다는 내용을 삭제한 수정안을 발표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산림청의 탄소흡수원 증진 계획이 오히려 탄소중립에 역행한다며 비판했다. 송한새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정부의 산림 부문 탄소중립 전략은 지난 정부에서 발표한 것과 바뀐 게 없다”며 “산림청은 숲이 고령화될수록 탄소 흡수 속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산림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실상은 바이오매스용 벌목 확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십년된 나무를 베면 그 나무가 포집한 누적 탄소량이 한번에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오는데, 결국 기후위기를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리칭 펭 세계자원연구소(WRI) 박사와 티모시 서칭어 프린스턴대 교수가 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한 ‘세계 목재 수확의 탄소 비용’ 논문에서도 벌목 과정에서 대량의 탄소배출이 이뤄진다고 지적한다.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목재 수요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연간 35억~43억t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2010년부터 2050년까지 전 세계 목재 수요가 약 54% 증가할 것”이라며 “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미국 본토와 맞먹는 크기의 숲을 벌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산림바이오매스 보급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18일 더나은미래가 한국에너지원으로부터 받은 ‘2021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목재펠릿·우드칩을 활용한 전력 생산량은 177만657kW로, 5년 전(128만6185kW)보다 약 38% 늘었다.
기후솔루션은 산림바이오매스에 높은 가중치를 두는 REC 제도를 문제로 꼽았다. REC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를 공급한 사실을 증명하는 인증서로, 전력공급량(MWh)에 가중치를 곱해 산정·발급한다. 가중치가 높을수록 신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이용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산림바이오매스 설비의 가중치는 1.5~2.0으로 태양광(0.5~1.6), 육상풍력 (1.2), 수력(1.5) 보다 높다.
송한새 연구원은 “제도의 본래 취지는 벌목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 자원을 활용하는 것인데 과도하게 가중치가 적용되면서 산림바이오매스가 하나의 산업의 규모로까지 커진 것”이라고 했다.
19일 산림청은 더나은미래에 “국내 203만ha 규모의 경제림육성단지에 나무를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게 삼림정책의 기본방향”이라고 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