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랑의 열매’ 둘러싸고 NGO가 뿔났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선DB_이미지

“비영리단체들이 갈수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 공모 사업을 꺼린다. 불필요한 행정 처리에 인력과 리소스를 낭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절차상 비효율적인 걸 투명하다고 볼 순 없다.”

“공동모금회가 다른 비영리단체들과 모금 경쟁을 하는 모양새다. 오히려 배분 전문성을 키워 단체별 역량과 차별점을 연구·분석하고, 우리나라의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고민에 앞장서야 하는 게 아닐까.”

지난달 말, 국내 비영리단체 대표들이 기부문화선진화포럼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공동모금회에 대한 이 같은 비판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 묵혀져 왔던 공동모금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공동모금회는 1년에 5000억원 이상 모금하는 국내 사회복지계의 ‘맏형’이다. 하지만 1998년 모금회가 생기던 초창기, 국내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정부의 사회복지 사업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던 초기 목적에서 벗어나 ‘배분받는 비영리단체의 갑(甲)’이자 ‘민간 모금을 싹쓸이하는 공룡’이라는 비판 목소리도 높다.

한 대형 모금단체 관계자는 “예전부터 한 대기업과 파트너로 사업을 계속해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금회가 끼어들어 기업은 모금회에 기부금을 주고, 우리는 모금회로부터 사업비를 받는 구조로 바뀌면서 하는 일은 똑같은데 서류와 행정 절차만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배분 진행이 더뎌 불만이 있는 경우도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에서 조촐하게 행사를 치르고 남은 기부금을 모금회에 기부한 후 희귀 난치성 질환 환아 지원을 위해 쓰고 싶다고 했는데, 배분 기관 지정이 느려 1년 넘게 돈이 쌓여만 있었다”며 “불만이 있어도 배분 담당자가 몇 명 없다 보니 재촉하기도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국회 및 외부 기관으로부터 받는 정기 감사에서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회계 증빙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마치 공공 조직처럼 ‘형식 논리’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C기관 사업 담당자는 “대형 모금단체들은 내부 회계 시스템을 통해 투명성이 확보되는 상태인데도, 유독 공동모금회는 회계장부 전체를 사본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모든 지출 건에 대해 영수증을 첨부하도록 한다”면서 “행정 인력이 별도로 1~2명 확보되지 않으면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인데,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사업비만 지원하는 구조라 애초에 공모를 포기하는 단체가 많다”고 귀띔했다. 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 기탁을 하려던 한 중견기업은 각종 서류 구비 등 불필요한 절차에 결국 두 손 들고, 단체와 별도로 사업을 진행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공동모금회 배분을 받은 사업의 경우 모든 인쇄물, 현수막마다 공동모금회 로고를 박고 일일이 사진을 찍어 증빙해야 한다는 이야길 듣고 깜짝 놀랐다”는 말을 덧붙였다.

B단체 사무국장은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더 좋은 방안으로 수정하거나 성과 평가를 수정할 수 있는데, 공동모금회 사업에 선정되면 계획서에 써낸 그대로 하지 않으면 낮은 평가를 받는다”면서 “공동모금회의 평가 기준이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업을 했느냐’보다 ‘계획한 절차대로 진행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선 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를 하게 되면 공신력이 확보된다는 장점을 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절차는 까다롭지만 지침에 따라 명확하게 사업과 예산을 관리, 분석할 수 있다”고 했고, 한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지정 기탁 사업의 경우 후원 기업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따라 사업 내용이 변경되는 경우의 수가 줄어든다”고 얘기했다.

전문가들은 보건복지부가 공동모금회의 운영 자율성을 보장하고, 진정한 비영리단체 ‘맏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동우 강남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순수한 민간모금재원을 정부의 간섭에 의해 배분하도록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민간의 창의성과 자발성에 의해 분배되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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