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음식물쓰레기, 아는 만큼 줄인다”… 수거부터 재활용까지 데이터로 관리

[인터뷰] 김근호 리코 대표

국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평균 1만3221t에 이른다. 외식산업, 소매업, 개별 가정 등에서 음식물 폐기물은 필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처리가 까다로워 ‘골칫덩어리’로 불린다. 발생 규모도 상당하지만, 폐플라스틱·폐지 등과는 달리 악취 등의 문제로 수거와 운반도 까다롭다.

스타트업 ‘리코(Reco)’는 기피산업으로 분류되는 음식물 폐기물 시장에 지난 2018년 뛰어들었다. 기업 대상으로 업장에서 나온 폐기물의 양과 처리비용, 처리과정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폐기물 관리 서비스 ‘업박스(UpBox)’를 제공한다. 그간 음식물 폐기물 분야는 환경부 차원에서 집계한 총량만 있을 뿐 개별 사업장의 데이터는 없었다. 그렇다보니 폐기물 업체가 기업에 처리비용을 청구할 때 실제 배출량보다 더 많은 비용을 책정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리코는 업박스 서비스를 통해 기업에 음식물 폐기물 배출량, 처리비용, 배출된 폐기물의 재활용률, 저감된 탄소배출량 등을 제공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서울오피스에서 만난 김근호(40) 리코 대표는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들은 배출량과 비례한 처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1년새 음식물 폐기물 배출량을 평균 15%가량 줄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서울오피스에서 만난 김근호(40) 리코 대표가 업박스 음식물 수거용기 옆에 서 있다. 업박스 음식물 수거용기 내부에는 음식물 폐기물 양을 계량할 수 있는 지표(ℓ)가 표시돼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서울오피스에서 만난 김근호(40) 리코 대표가 업박스 음식물 수거용기 옆에 서 있다. 업박스 음식물 수거용기 내부에는 음식물 폐기물 양을 계량할 수 있는 지표(ℓ)가 표시돼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리코의 핵심 서비스 ‘업박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쉽게 말해 폐기물 밸류체인 전체를 관리하는 통합 서비스 플랫폼이다. 기업이 폐기물을 배출하면 이를 수거해 운반하고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보통의 폐기물 업체들은 수거·운반이나 처리를 담당한다. 업박스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폐기물 배출량, 환경영향성 등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폐기물 관리에 데이터를 도입한 것이다. 또 각 사업장에 맞는 폐기물 처리 공정을 제안하기도 한다. 폐기물 처리비용을 줄이고 싶은 업장에는 가장 저렴한 업체를 연결하고, 재활용률을 높이고 싶은 업장에는 순도가 높은 폐기물 배출방법을 컨설팅한다.”

-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폐기물 시장에 뛰어들었나?
“국내 폐기물 시장에서 배출량을 기준으로 민간과 공공의 비중을 따지면 민간이 90%를 차지한다. 특히 한꺼번에 막대한 양의 음식물 폐기물을 배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관리가 거의 안 되고 있었다. 또 ‘자원화’ ‘순환경제’ 등이 폐기물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으면서 바이오가스나 사료 등으로 재활용가능한 음식물 폐기물 시장 규모도 점차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독일 등 세계 각국은 음식물 폐기물을 매립·소각하는 대신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배출원으로 여겨지던 음식물 폐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산업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BCC리서치는 음식물 폐기물 산업 규모가 지난 2020년 377억7000만 달러(약 46조원)에서 2028년 699억1000만 달러(약 85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를 관리하면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나?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기업들은 폐기물 배출량, 지출비용 등을 줄일 수 있다. 매일 음식물쓰레기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배출된 음식물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음식물 폐기물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되면 각 과정에 따른 액션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이 한 달간 배출하는 음식물 폐기물 양이 궁금하다.

“지난해 기준 업장당 월 평균 2660ℓ의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했다. 아파트 단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물쓰레기 수거용기(120ℓ)를 꽉 채워 매달 22통씩 배출한 수준이다.”

-음식물 폐기물 양을 어떻게 데이터로 전환하는지?

“음식물 폐기물 양을 측정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무게를 측정하는 방식, 부피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업박스를 이용 중인 사업장에는 전용 분리배출장인 ‘업박스 스테이션(UpBox Station)’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스테이션에 있는 계근기를 통해서 무게를 측정할 수 있다. 부피 같은 경우는 120ℓ짜리 ‘업박스 음식물수거용기’를 통해 측정한다. 업박스 음식물수거용기 내부에는 음식물 폐기물 양을 계량할 수 있는 눈금(ℓ)이 표시돼 있다. 폐기물 수거 기사는 일차적으로 눈금에 맞춰 양을 추정하고, 수거용기 내부를 촬영해 업박스 클라우드에 업로드한다. 클라우드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부피를 정확하게 측정해 데이터로 송출하는 방식이다.”

김근호 리코 대표는 "폐기물 시장에서 순환경제를 만드는 '리소스 커넥터(Resource Connector)'가 되고 싶어 리코를 설립했다"면서 "디지털 전환(DT)를 통해 폐기물 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김근호 리코 대표는 “폐기물 시장에서 순환경제를 만드는 ‘리소스 커넥터(Resource Connector)’가 되고 싶어 리코를 설립했다”면서 “디지털 전환(DT)를 통해 폐기물 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음식물 폐기물의 재활용률도 궁금하다.

“사실 모든 폐기물이 100% 재활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 폐기물의 분리배출 정도가 중요한데, 음식물쓰레기 안에 플라스틱, 종이 등이 섞여있으면 이를 자원화하기는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폐기물이 바이오가스, 퇴비, 사료 등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업박스를 이용한 고객사의 누적 폐기물 양은 3만3582t이었는데, 이중 2.2%만 소각처리되고 나머지는 모두 재활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반응이 좋을 것 같은데.

“업박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서비스를 해지하지 않고 몇년씩 꾸준히 이용한다. 폐기물 수거부터 운반, 처리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니 기업 입장에서는 편리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자원화, 탄소배출량 절감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리코는 지난해 6월까지 폐기물 3만352t을 자원화했다. 이로 인해 절감한 탄소배출량은 1만3625t CO₂E(이산화탄소환산량)에 달한다. 기업들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이유다.”

-현재 보유한 고객사는 총 몇 곳인가?

“업박스를 이용 중인 고객사만 약 3000개에 이른다. 급식·식자재 기업인 삼성웰스토리를 비롯해 파스토, 서울드래곤시티호텔 등이 주요 고객이다.”

-고객사 3000개를 관리하기 위해 리코도 인력, 사업 규모를 키웠겠다.

“직원 수는 설립 첫해 3명에서 5년이 지난 지금 70명 이상으로 늘었다. 매출은 2021년 37억원에서 지난해 약 130억원으로 3.5배가량 급증했다. 최근에는 145억원 규모의 시리즈B 브릿지 라운드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액만 300억원에 이른다. 자랑할 게 한가득이다(웃음).”

-앞으로의 목표는?

“업박스가 관리하는 폐기물 유형을 점차 확장해나가는 게 하나의 목표다. 최근 리코는 동식물성잔재·폐플라스틱·폐지·폐합성수지·오니폐기물 등 폐기물 23종에 대한 수거 운반 업체로서의 공식 허가를 받았다. 하나의 사업장이 한 종류의 폐기물만 배출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뿐 아니라 다양한 폐기물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자 한다. 또 폐기물 시장에서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을 만들고자 한다. 노후하고 비효율적인 폐기물 시장에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도입해 배출자, 운반자, 처리자 모두가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리코가 불투명한 폐기물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길 바란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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