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마이크로소프트, ‘AI for Impact’ 우수 사례 공개
사회적 기업·시민과학자·연구자까지 활용 성과 공유
“AI가 물어본 질문이 제 스토리를 열어줬습니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 무대에 오른 농인(聾人) 웹툰 작가 소민지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수어가 모국어이기에 한국어 문법은 늘 벽이었다. 처음엔 문법 교정 AI를 떠올렸지만, 교육 과정에서 깨달음이 찾아왔다. 창작에 필요한 것은 ‘교정’이 아니라 ‘스토리 발굴’이었다. 소 씨는 AI를 활용해 농인 작가가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이를 문장과 콘티로 확장하는 창작 도우미를 개발했다.

이날 현장은 AI가 사회문제 해결의 무기로 확장되는 순간을 보여줬다.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만든 ‘AI for Impact(이하 임팩트 프로그램)’는 사회적 기업과 환경·안전·보건 분야 시민과학자의 AI 역량 강화를 목표로 올해 신설된 교육 과정이다. 일상 속에서도 AI를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페스타에서는 9000여 명의 참가자 중에서 우수 사례로 뽑힌 다섯 명이 성과를 발표했다.
◇ 데이터·안전·환경·배터리…AI가 넓힌 사회혁신 현장
사회적 기업 비커넥트랩 정홍래 대표는 지방자치단체 발전 전략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과정을 AI로 자동화한 솔루션을 공개했다. 과거 연구진 3~4명이 일주일간 수행했던 공공데이터 취합과 해외사례 비교, 지표 분석 등이 AI를 통해 30초 만에 초안으로 완성된다. 그는 “작은 연구소도 AI를 통해 자원 한계를 극복하고 데이터 기반 정책 제안의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안전망 구축을 위해 위치 기반 데이터와 AI 분석을 결합한 ‘안심지도’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경찰·치안 데이터 등 10종의 정보를 통합해 동네별 안심지수를 산출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맞춤형 지도를 제공한다. 오픈도어의 박민선 대표는 “여성 1인 가구 절반이 일상에서 불안을 느끼지만 사회적 안전망은 아직 충분치 않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시민과학자의 참여도 돋보였다. 상명대 박사과정 백종원 씨는 시민과학자들이 찍은 수만 장의 생태 사진을 AI로 분류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정확도는 97%, 사진 한 장 판독에 걸리는 시간은 0.09초였다. 그는 “AI 덕분에 시민과학자는 생물을 정확히 판별하고, 연구자는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국대 석사과정 우지현 씨는 전기차 배터리의 상태를 예측하는 웹 기반 서비스를 만들었다. 차종·등록 연도·주행거리만 입력하면 배터리 건강도를 진단해 불필요한 교체를 늦추고, 남은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는 “정확도를 기존 0.45에서 임팩트 프로그램을 통해 0.84까지 끌어올렸다”며 장기 예측 안정화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 “AI의 중심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
행사 2부에서는 이방실 SK하이닉스 부사장이 사회를 맡아 패널 토론을 이끌었다. 성종은 마이크로소프트 엘리베이트 스킬 한국 총괄, 신재은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 소장, 김정빈 수퍼빈 대표, 윤석원 에이아이웍스 대표가 함께 무대에 올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AI 활용 가능성을 논의했다.
김정빈 대표와 윤석원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 AI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이를 극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 경험을 공유했다. 신재은 소장은 “AI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면 공익적 관점의 기획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기후·생태 위기 시대에 기술혁신이 제대로 쓰이려면 시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종은 총괄은 “AI는 과거 증기·전기·컴퓨터처럼 사회 구조를 바꿀 잠재력이 있다”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인 사회적 기업이 이를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 자체를 고도화하는 인프라 투자도 필요하지만, 결국 중심은 사람에 있다”고 했다.
이방실 SK하이닉스 부사장은 “포럼을 통해 사회적 기업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AI 기술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AI for Impact 교육 프로그램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