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기부 그 후] ‘생명의 물’로 에볼라를 씻어냈습니다

에볼라 치료에서 물은 곧 ‘생명’ 입니다. 그런데 환자들 치료할 물은 커녕 마시거나 손 씻을 물도 없었어요. 우물엔 미생물이 가득하고, 물을 뜨면 거머리가 떠다녔고요.

에볼라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은 죽은 도시였습니다. 8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에볼라에 감염됐지만, 병원에서는 환자들을 치료할 물이 부족했습니다. 환자 1인당 필요한 물은 하루 400L, 마실 물 구하기도 어려운 시에라리온에서 치료할 물을 구하는 건 꿈도 꾸기 어려웠습니다. 외부에서 깨끗한 물을 트럭에 싣어 운반했지만, 모든 환자들을 치료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에볼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도 문제였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위해 이동이 제한되자, 마실 물 구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원래부터 물이 부족한 시에라리온에서는, 물을 구하러 먼 마을까지 이동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손 씻기’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가장 기본이지만, 손을 씻을 깨끗한 물조차 구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마시는 물에 거머리가 떠다니고, 오염된 물로 피부병에 걸리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빠른 개입이 시급한 상황, 15년간 깨끗한 물을 위해 활동해 온 팀앤팀에서는 곧바로 지원 결정을 내렸습니다. 전문가 3명이 한 팀이 돼 시에라리온으로 떠났습니다. 긴급 모금을 위해 해피빈의 모금함도 열었습니다.

팀앤팀_개발현장의_모습_(1)
지하에서 물을 개발하는 모습 ⓒ 팀앤팀 제공

사람들의 관심이 ‘에볼라’를 씻기는 물이 됐습니다. 치료하고, 마시고, 벽돌을 만들어 집도 지을 ‘물’이 생겼습니다.

목표금액은 900만원.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6개월에 걸쳐 6000여명의 시민들로부터 923만원의 돈이 모였습니다.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꼈다’, ‘에볼라 퇴치를 위해 다같이 힘을 모으자’는 등의 응원의 댓글도 연이어 달렸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으로 모아진 돈이, 시에라리온에 ‘생명의 물꼬’를 트는데 쓰였습니다. 긴급 구호에서부터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10개월에 걸쳐 ‘물 파기’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급한 불 끄기’부터 시작됐습니다.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에볼라 치료소에 지하수 펌프를 설치하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팀앤팀에서 ‘긴급 식수 지원 사업’으로 들어간 포트 로코(port loko) 지역은 에볼라 사망자수가 시에라리온 전국 3위에 달하던 곳이었습니다. 2012년 콜레라 창궐 당시에도 사망자수가 전국 2위를 기록하는 등, 물과 관련한 인프라나 보건 위생상황이 열악했습니다. 팀앤팀에서는 땅 깊이 묻힌 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얻기 위해, 딱딱한 시에라리온의 암반층을 뚫고 50m 이상을 파서 지하수가 나오는 우물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시에라리온 전국에 걸쳐 에볼라 치료소 11개소, 긴급구호단체 4개소에 물을 댔습니다.

팀앤팀_개발현장의_모습_(4)
마을에 물을 개발하는 모습 ⓒ 팀앤팀 제공

급한 불은 꺼졌지만, 물이 필요한 곳은 여전히 많았습니다. 식수원이 부족한 14개 마을에도 식수 펌프를 설치했습니다. 카푸 볼룸 만카사(Kaffu Bollum Mankasa) 마을은 에볼라 이전부터 깨끗한 물을 얻는 것이 어려웠던 곳이었습니다. 마을에서 왕복 4시간 이상 걸리는 늪지대까지 여자들과 아이들이 걸어가 물을 길어와야 합니다. 가는 길도 위험합니다. 차량 속도가 빠른 국제공항의 주요 도로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을에도, 이제는 새로운 식수 펌프가 생겼습니다.

“마을에 우물을 개발하러 갔는데, 진흙길이고 포장이 되어있지 않아 차량과 장비가 진입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첫날은 일단 돌아가고 다음날 다시 돌아갔더니, 풀이 깎여있고 옆으로 새롭게 길이 나있더군요. 마을에 물을 만들러 왔다는 소문을 듣고 전날 마을 사람들이 길을 만들어놓은 거예요. ‘이 사람들이 정말 물이 간절하구나’ 싶었죠.”

팀앤팀_칼랑바마을_물_이용하는_모습_(2)
“이젠 깨끗한 물이 콸콸 나와요!” 칼랑바 마을 아이들의 모습 ⓒ 팀앤팀 제공

한 살도 안된 막내딸에게 깨끗한 물을 마시게 할 수 있어 기뻐요. 이제는 물 구하러 아이를 등에 업고 두 시간씩 걷거나 고속도로를 횡단하지 않아도 되고요.

팀앤팀_투레이_아줌마_(1)
‘아이에게 깨끗한 물을 먹일 수 있어 기쁘다’는 카푸 볼룸 만카사 지역, 투레이 아주머니 ⓒ 팀앤팀 제공

시에라리온의 물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깨끗한 물을 구하기 위한 시설들이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기존 30%에 못미치던 물 보급율이 이제 겨우 50%로 오른 수준입니다. 게다가 물 펌프에 들어가는 부속품은 1~2년 후에 교체해야 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관심을 갖고 관리해나가지 않으면 우물 펌프는 언젠가 마을의 ‘고철 쓰레기’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팀앤팀은 <‘깨끗한 물’ 자립마을 프로젝트 -펌프맨이 돌아왔다> 모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펌프맨이 돌아왔다’는 물 펌프에 대한 기본 구조를 알려주고, 고장 났을 경우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수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한 마을 당, 한 명의 ‘펌프맨’을 두는 것이 목표입니다. ‘펌프맨’ 한 명이면, 마을에서 스스로 식수 및 보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부의 도움 없이 앞으로도 쭉 깨끗한 물을 쓰고 마실 수 있도록, 여러분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글/ 김지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betterfuture.kr 
사진·자료/ 팀앤팀 www.teamandteam.org


 

팀앤팀은?… 

지구촌 오지를 비롯해 국경 지역의 물 부족과 수인성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찾아가 가장 기본적인 식수를 공급하는 기초 보건위생사업을 하는 국제구호개발단체입니다. 재난지역의 긴급 구호 및 초기 복구사업도 함께 진행합니다. 1999년 동부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활동을 시작. 현재 케나, 북부 수단, 남부 수단, 소말리아, 인도네시아, 캐나다에 NGO로 등록돼 있습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