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암입니다. 수술을 해야 해요.”
지난해 6시간이나 되는 먼 길을 걸어서 캄보디아 블루크로스 의료캠프에 찾아온 한 여성에게 천청병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10년이 넘게 목에 암덩어리를 지닌 채 살아온 그는 죽음의 공포와 혼자 살아갈 아이들 걱정에 눈물만 흐릅니다. 설상가상으로 육아 뿐 아니라 생활비까지 벌어야 하지만 숨쉬기도 어렵고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아 얼마 전 일터에서도 쫓겨난 상황입니다.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아들, 아들을 부르고 싶은 엄마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그의 막내 아들 ‘썸낭’은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게 소원입니다. 엄마의 목에 있는 커다란 혹 덩어리가 성대를 짓누르면서 엄마는 말하는 것도 힘듭니다. 또 숨을 쉬는 것도 무척 힘이 듭니다. 그래서 썸낭은 엄마가 편하게 숨 쉴 쉬고 말 할 수 있도록 매일 밤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러던 이들 가족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한국에서 온 의료진이 갑상선암 수술을 무료로 해주겠다는 겁니다. 2시간 여의 수술 끝에 그의 목을 짓눌렀던 혹들이 제거되었습니다. 덕분에 숨쉬기가 편해지고, 말하기도 수월해 졌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도 이젠 두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제 썸낭은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엄마는 아들의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기부자 4000여명과 의료진이 만들어낸 기적
성산장기려기념사업회와 인제대 서울 백병원, 부산 고신대 복음병원 의료 봉사단이 함께 만든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이하 봉사단)은 국내외 의료난민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봉사단은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헤브론 병원에 매년 무료 진료 및 수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봉사단에겐 큰 고민이 있었습니다. 자비로 비행기 티켓과 숙소비를 부담해오고 있음에도 의료봉사에 필요한 비용은 늘 부족했던 거죠.
이에 봉사단은 썸낭의 엄마를 포함 캄보디아 의료난민들을 돕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모금함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개인 기부자 4423명의 따뜻한 성원 덕분에 약 990만원이 모아졌습니다. 후원금은 봉사단의 수술 용품과 약품 구입 및 물품 운송비로 사용됐고 봉사단은 큰 근심 하나를 덜어 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지구촌 이웃들을 위한 ‘나눔의료’는 계속돼야 합니다”
봉사단을 지휘하고 있는 장여구 인제대 서울 백병원 응급실장은 “매년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휴가를 반납하고 의료봉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혜택을 못 받는 의료난민들이 넘쳐난다”고 말합니다. 매년 평균 18명 정도의 의료진이 4일간 25-30명 정도의 환자들을 치료해오고 있지만 긴급 환자 치료와 현지 의료진에게 의료 기술을 전달하기에 4일은 매우 짧은 시간이죠.
캄보디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 미만으로 국민의 74%가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병원에 한번 가려면 약 40달러의 돈을 내야 하니 일반 서민들에게 병원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지요. 특히 김이나 미역 등 요오드의 섭취부족으로 인해 갑상선 암은 매우 흔한 질병 중 하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술만 하면 살 수 있는 질병도 심각한 수준이 될 때까지 방치하다가 생명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봉사단은 앞으로 규모를 키워 1년에 한 번 이뤄졌던 봉사를 두 번으로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현지 의료인 교육도 보다 더 체계적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러려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아래 ‘기부하기’로 세계 의료난민을 돕는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의 아름다운 동행에 함께 발맞춰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