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기부 그 후] 뒤늦게 꽃핀 어머니들의 학교를 응원해주세요

 

◇ 배움의 꽃 피우는 늦깎이 ‘어머니’ 학생들

 

선생님, 저 이제는 글을 배우고 싶습니다.

힘들게 말을 꺼낸 김금자(가명)씨의 볼 위로 눈물 한 방울이 흘렀습니다. 긴 세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처음으로 입 밖에 낸 순간이었습니다. 김씨는 30년이나 일했던 정든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했습니다. 공장에서 그녀에게 작업반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는데, 이를 거절하다 끝내 정든 회사를 떠난 겁니다. “반장이 되면 매일 작업일지를 써야했어요. 차마 ‘글을 쓸 줄 모른다’고 말 할 수는 없었습니다.”

김금자씨처럼 뒤늦게 한글을 배우는 ‘어머니’ 학생들이 모인 학교가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서울어머니학교’입니다. 40대부터 70대까지, 90여명의 어머님들이 모여 한글과 영어, 수학 등을 공부합니다. 대부분이 가난으로, 공장 여공 등으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느라 초등학교 문턱도 밟지 못한 늦깎이 학생들입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 한글을 다 떼는 데에만 평균 3년이 걸리지만 어머님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보다 강합니다.

서울어머니학교에서 글을 배우는 한 어머니 학생 ⓒ서울어머니학교

 

◇낡은 책걸상과 칠판이 공부를 방해했습니다

 

“여기저기 얼룩이 남고, 하얀 칠판에 형광등이 반사돼 글자가 잘 안 보여요.” 

올해로 24년 된 서울어머니학교는 어머님들의 학비와 이십 여명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최대한 어머님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려 애써왔지만, 낡은 책걸상과 칠판이 말썽이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모은 중고 책걸상은 높낮이가 들쭉날쭉 했습니다. 금이 간 화이트보드 칠판에는 마카 자국이 까맣게 남았고, 광택 때문에 빛 반사가 심해 시력이 좋지 않은 어머님들은 칠판 글씨를 보기도 힘들었습니다.

특히 금이 많이 나간 칠판 1개는 안전 상 문제로도 교체가 시급한 상황. 서울어머니학교는 오래된 학교 물품의 교체를 위해 지난해와 올해 2차례에 걸쳐 네이버 해피빈 모금함을 개설했습니다. 총 625명 네티즌들의 귀한 후원의 손길로, 칠판 1개를 새로 교체하고 56세트의 새 책걸상을 구입할 수 있는 약 170만원의 금액이 모였습니다. 어머니 학생들을 위한 많은 분들의 관심과 따뜻한 손길에 감사드립니다.

모양도 높이도 제각각인 중고 책걸상들 ⓒ서울어머니학교

 

 

◇배움을 향한 열정을 가진 어머님들을 응원해주세요

 

“교실이 달라졌네요. 예전에는 책상에 앉으면 글씨가 잘 안보였는데, 이제 보기에도 좋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새롭게 바뀐 칠판과 책걸상을 본 어머님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까맣게 착색됐던 칠판은 새하얀 법랑 칠판으로 교체됐습니다. 책상 높이도 어머님들에 키에 맞춰 주문 제작했고, 앉은키가 작은 분들을 위해 아래로 꺼지지 않고 방석을 깔 수 있는 의자도 새로 들였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 건물, 4층까지 낑낑 대며 책상을 나른 10명의 자원교사들과 자원봉사자들도 뿌듯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지난 13일, 부암동 환기미술관 관람 후 미술 체험을 하시는 어머님들 ⓒ서울어머니학교

오늘도 서울어머니학교는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배움의 열기로 가득합니다. 수십 년 품어온 배움의 한을 안고 새로이 학교 문을 두드리는 신입생 어머님들도 많습니다. ‘문해교육(글을 읽고 쓰며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 기본적인 삶을 영유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살기 위해 중요합니다. 뒤늦게 꽃핀 어머님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응원해주세요!

어머님들의 열정은 배움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쌓아온 한글 실력을 바탕으로 고아원에 동화구연 봉사도 다니기 시작하셨습니다. 봉사 전날 아이들에게 읽어 줄 동화책을 수십 번 연습하실 정도로 열기를 보이시는 어머니 학생들을 응원해 주세요.

서울어머니학교 어머니 학생들의 단체 사진. ⓒ서울어머니학교

☞서울어머니학교의 어머니 학생들을 응원하고 싶으시다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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