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기부 그 후] 사회가 품은 위기 청소년, 든든한 가족이 되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빛나(가명)양에게 산다는 건 끝 없는 터널을 통과하는 일이었습니다. 어릴적 부터 불우했던 가정 환경, 바닥까지 내려간 자존감… 산다는 게 하루하루 외롭고 버거웠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집에 불까지 질렀지만, 빛나양에게 남은 건 고통스러운 화상이었습니다. 방화범으로 체포돼 소년원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소년원을 나온 뒤에도, 사는게 막막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되돌아 갈 집도, 품어줄 부모님도 없었습니다. 막막한 빛나양에게 유일하게 ‘비빌 언덕’이 되어준 이들이 있었습니다. 소위 ‘비행청소년’, ‘소년원 출신 청소년’이라는 딱지를 안고사는 청소년들이 사회 안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국소년보호협회’ 활동가 선생님들이었습니다.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떨어진 ‘외로운 섬’, 불우위기 청소년

‘소년원’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나쁜 짓을 저질러 죄값을 치르는 비행 청소년의 이미지부터 떠오르시진 않나요? 사실 ‘소년보호기관’에 가는 청소년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마음 둘곳 없이 자란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낳아준 부모의 무관심, 사회의 외면 속에서 ‘외로운 섬’이 되어 학교와 사회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것이죠. 그중에서도 한순간의 실수로 소년원에 들어갔다 나온 친구들이 겪는 어려움은 훨씬 큽니다. 돌아갈 가정도 없고, 주변의 영향으로 재비행의 위험에 노출될 때도 많습니다. ‘소년원 출신’이라는 꼬리표 앞에서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굳은 결심이 꺾이기도 합니다. 

한국소년협회는 불우위기 청소년들이 다시 비행을 저지르지 않고,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정착을 지원하는 소년보호전문재단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기댈 곳 없이 자란 청소년들이 한 순간의 실수로 사회와 격리돼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보듬어주는 ‘마지막 안전망’인 셈이죠.

“우리 사회는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소년원에 보내 처벌하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출원생들이겪는 상황이나 어려움, 안정적인 사회정착에 대한 정책은 미흡한 수준이에요. 소년원에서 출원한 많은 청소년들이 돌아갈 가정도 없고, 무엇을 하고 살지도 막막하거든요. 이런 친구들이 다시 비행을 저지르지 않고 사회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도움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이기진 한국소년보호협회 활동가)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다

빛나씨에게도 한국소년보호협회는 든든한 ‘비빌 언덕’이었습니다. 협회에서 운영하는 창업보육기업이자 인쇄소에서 일자리도 얻었습니다. 물론 사회에서 적응하는게 마냥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소년원 출원 후,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던 빛나씨에게 사람을 마주하고, 소통해야 하는 사회생활은 두려움과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소년원 출원생들의 결혼을 돕는 한국소년보호협회의 ‘희망드림 웨딩’. 사진은 희망드림 웨딩을 통해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출원생 부부. ⓒ한국소년보호협회

그래도 빛나씨를 믿고 응원하는 이들 덕분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1년이 지난 뒤부턴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빛나씨의 인생을 바꾼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빛나씨 ‘인생의 짝’, 남편 현수(가명) 씨 입니다. 현수씨는 세상 그 누구보다 빛나씨를 잘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빛나씨 처럼, 소년원 출신인데다 불우한 가정의 고통 또한 겪어 봤기에 둘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되었지요. 올해 5월 이 둘은 소박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외롭던 섬’처럼 떠다니던 두 사람은 이제 세상속에서 서로 의지하는 ‘가족’이 됐습니다.

◇소중한 후원금이 자립의 부부의 ‘씨앗자금’으로

깨끗하게 도배가 된 빛나씨 부부의 임대 아파트. ⓒ한국소년보호협회

오랜 기간 긴 터널을 통과해 새 출발을 한 빛나씨 부부는 정부 지원으로 LH 임대 아파트에 입주하게 됐습니다. 살 공간을 마련한 건 다행이었지만, 오랜기간 미입주로 해진 곳도, 곰팡이가 핀 곳도 많았죠. 냉장고나 가스레인지 같은 최소한의 가전제품도 필요했습니다. 

이에 한국소년보호협회는 이들의 집수리와 가전 구입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네이버 해피빈에 모금함을 개설했습니다.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기업과 개인 후원자들의 성원 덕분에 540만1200원이 모였습니다. 후원금은 결혼앨범 제작, 주거 개선, 냉장고, 세탁기 등을 장만하는데 사용됐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기댈곳 없는 두 부부가 따뜻한 새출발을 하게 됐죠. 참 감사한 일입니다. 

빛나씨 부부 신혼집에 해피빈 후원금으로 마련한 냉장고가 들어왔다. ⓒ한국소년보호협회

우리 사회엔 여전히 빛나나 현수 같은 이들이 많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부모와 사회의 무관심속에서 외롭게 떠있던 이들에게도 사회 내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기회가 주어져야하지 않을까요. 불우위기 청소년들의 ‘비빌언덕’, 한국소년보호협회는 소년원 친구들이 출원 이후 함께 사는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사업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아래 ‘기부하기’로 한국소년보호협회의 따뜻한 동행에 발맞춰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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