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경연대 미세플라스틱 사용 금지 캠페인
우리가 쓰는 치약이, 물고기를 죽음으로 내몬다고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클렌징 폼과 치약. 어떤 제품에는 작은 알갱이가 들어 있어 몸을 깨끗이 닦아 줍니다. 이 작은 알갱이를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하는데요. 미세플라스틱은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로, 주로 각질제거나 연마 등을 위해 스크럽제, 세안제 등에 주로 사용합니다. 색조 화장품에 들어 있는 펄 등도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하네요. 그간 무심코 써왔던 미세플라스틱, 사실은 ‘죽음의 알갱이’라 불리는 환경 파괴 주범이라는 것 아셨나요?
◇죽음의 알갱이 ‘미세플라스틱’
‘바다를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3분의 1은 눈으로 확인하기 조차 어려울 만큼 미세입자다’
올해 초 나온 연구 결과가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 그만큼 환경에 해롭다는 이야기 인데요, 사실 이런 결과가 새로운 건 아니랍니다. 이전부터 여러 연구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을 지적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950만톤 중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3분의 1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라네요.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바다 위를 떠다니는 페트병이나 비닐봉지가 삭아 가루처럼 잘게 부서지며 만들어지기도 하고, 합성섬유나 타이어, 선박에 쓰인 도료, 도로 표시선, 도시의 먼지, 화장품 등에 포함된 플라스틱들이 하수구와 강을 타고 흘러 흘러 바다로 들어갑니다. 인간의 손길,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마지막 청정해역’으로 불리던 남극해도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니, 심각한 상황이죠.
문제는 ‘바다 오염’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 조각은 플랑크톤과 비슷한 크기거든요. 물고기와 같은 해양생물이 미세플라스틱을 먹잇감으로 오인해 먹게 되면, 먹이사슬을 타고 결국 사람에게까지 오게 됩니다. 미세플라스틱은 자체 독성은 없지만 주변 독성물질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어요. 바다에는 생활하수에서 나온 중금속과 같은 독성물질들이 있는데,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바다를 떠다니며 이 물질들을 흡수해 버리는 것이죠.
상상해 보세요. 물고기가 독성 물질을 가득 머금은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그 물고기를 다른 동물들과 인간이 먹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게다가 세포막을 통과할 만큼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세포에 축적될 수도 있다고 하니, 무시무시하지 않나요.
◇미세플라스틱 금지는 전 세계 트렌드
전 세계가 미세플라스틱 규제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8월 프랑스는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화장품을 2018년부터 팔지 못하는 내용을 공표했습니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화장품 외에도 플라스틱 면봉, 1회용 식기류 등을 포함한 제품을 2020년부터 판매금지하기로 했어요. 또 미국이 미세플라스틱 규제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의 유럽연합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첨가된 화장품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마련됐죠.
우리나라는 어떻냐고요? 한국에서도 앞으로는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치약이나 세정용품을 쓸 수 없어요. 국내 유통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이 마련됐기 때문이지요. 여성환경연대와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캠페인을 가열차게 진행한 덕분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올해 7월부터 적용된다고 해요. 내년 5월부터는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치약, 치아미백제, 구중 청량제 등 의약외품도 제조도 금지된답니다.
◇여성환경연대, 캠페인∙조사∙교육 등 다양한 활동으로 미세플라스틱 알려
국내 여성 및 환경단체인 여성환경연대는 2015년부터 거리 캠페인, 화장품 성분 조사, 찾아가는 교육, 전시회 등 여러 활동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을 적극적으로 알렸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네이버 해피빈 모금함에 모인 499만8900원은 여성환경연대의 미세플라스틱 규제 활동의 주춧돌이 되어 주었지요.
“우리나라는 대만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미세플라스틱 첨가 화장품 사용을 금지하게 된 나라에요. ‘미세플라스틱 첨가 화장품 조사’에 참여했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컸죠.”(고금숙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
지난해, 여성환경연대는 자체 조사한 미세플라스틱이 첨가된 화장품들을 공개했습니다. 2015년 유연환경계획(UNEP)에서 지정한 미세플라스틱 목록을 기반으로 클렌저, 각질제거제, 바디워시 등 총 9000여 개의 화장품을 조사했어요. 그 결과 총 406개 제품, 181개 브랜드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미세플라스틱 의심 제품을 생산하는 화장품 회사에 미세플라스틱 사용 여부 확인하고 향후 단종, 성분 대체 등 미세플라스틱 사용 폐지 계획 여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미세플라스틱 의심되는 성분을 포함하거나 대체 계획을 밝히지 않은 제품’,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하고 있으나 단종되었거나 앞으로 대체성분으로 교체될 제품’, ‘이미 미세플라스틱이 대체 성분으로 변경된 제품’ 등으로 분류해 미세플라스틱 화장품 목록을 최종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화장품 회사들과 몇 차례 간담회를 가진 뒤 지난해 6월, 아모레퍼시픽, 엘지생활건강 등 55개 화장품 업체가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중지하고 대체 성분을 사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미세섬유’다”
사실 미세플라스틱은 화장품에만 들어있지 않습니다. 합성섬유, 타이어 외에 선박에 쓰인 도료, 도로 표시선, 심지어 도시의 먼지에서도 나오지요.
그런데 왜 화장품과 의약외품만 사용 금지를 주장하냐고요? 고금숙 환경건강팀장은 “환경 운동이란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하네요.
“전 국민이 바다 위를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을 수거할 수 없고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는 모든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순 없잖아요. 반면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세안 화장품이나 치약 같은 의약외품을 쓰지 않는 일은 하기 쉽지요. 더불어 이런 캠페인을 펼침으로써 해양환경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고요.”
이제 여성환경연대는 미세플라스틱에 이어 미세섬유에도 주목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옷을 세탁하면 나오는 섬유 부스러기들이 물에 녹지도, 잘 썩지도 않아 미세플라스틱처럼 바다를 오염시킨다고 해요. 이에 플라스틱을 소재로한 섬유에서 나온 먼지들이 우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 및 연구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여성의 권리와 자연환경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여성환경연대의 행보를 주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