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기부 그 후] 철거 직전 건물에서 구조된 10마리 고양이들

“고양이 보호소죠?”

지난 5월 26일, 고양이 보호소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나비야 사랑해로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당장 다음주면 철거될 서울 북아현동의 한 건물에 고양이 7마리가 남아있다는 제보였습니다. 약속된 철거 날짜까지는 3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 자정이 넘은 시각, 이 소식을 들은 봉사자들 몇몇이 모여 서둘러 철거지역으로 달려갔습니다.

깨진 유리조각과 쓰레기들 사이에 위태롭게 서있던 달이 ⓒ나비야 사랑해

현장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주민들이 떠난 건물은 문이 뜯기고 유리창이 깨져 사방이 유리조각 투성이었습니다방 안은 더 심각했습니다전에 살던 주인은 닥치는 대로 고양이를 수집하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였습니다버려진 이불과 옷가지들 위에 몇 년치는 쌓인 듯한 고양이 분변과 쓰레기봉투가 널려 심각한 악취가 났습니다.

불결한 환경 속에 버려진 고양이들의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한 아이는 깨진 유리 파편에 다쳐 피를 흘렸고, 방 안 곳곳에 고양이들의 구토와 설사 흔적이 보였습니다. 당장 응급 처치와 정밀 검사가 필요한 상황. 봉사자들은 주말 이틀을 꼬박 써서 주인 잃은 7마리 고양이를 구조했습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울음소리로 기적처럼 발견한 아기 고양이 3마리도 함께였습니다

포획 당시의 럭스의 모습. ⓒ나비야 사랑해

기적처럼 구조된 10마리 고양이들, 당장 치료와 장기 입원이 시급했습니다. 이미 100여마리 고양이들을 구조해 보호하고 있던 나비야 사랑해는 고양이들의 치료비와 중성화 비용 마련을 위해 네이버 해피빈 모금함을 개설했습니다. 모금함 개설 4일 만에, 무려 400여명의 네티즌들이 3215000원의 후원금을 모아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합니다.

모인 후원금 덕분에, 고양이들은 병원비 걱정 없이 곧바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질나쁜 사료를 먹어 생긴 구내염과 치주질환부터 세균성 장염을 앓던 아이들도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새 이름도 얻었습니다. 별이, 달이, 하늘이, 마카롱, 캐러멜, 코코아, 이지, 그레이스, 써니, 럭스. 이중 여덟 마리가 따뜻한 새 가족을 만났고, 두 아이가 아직 보호소와 임시보호처에 남아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받을 당시의 별이. ⓒ나비야 사랑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나비야 사랑해의 고양이 보호소 2곳에는 현재 130여마리 고양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직원과 봉사자들이 사랑으로 돌봐주지만, 따뜻한 내 집만하지는 못합니다. 개체 수가 많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종종 고양이들간 싸움이 일어나 다칠 때도 있습니다. 결국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입양입니다. 가족에게 버려지거나 길에서 태어나 고달픈 생활을 해온 고양이들은 오늘도 따뜻한 손을 내밀어줄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80여마리 고양이들이 모여 사는 제2보호소의 모습. ⓒ나비야 사랑해

☞사단법인 나비야 사랑해의 고양이를 돕기 원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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