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이 발생한 지 3주가 지났다. 양국의 누적 사망자 수는 5만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 정부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건물 17만3000채가 부서졌고 임시 대피소나 호텔, 공공시설 등에 머무르는 이재민은 190만명이 넘는다. 재난 발생 직후 한국 NGO 활동가들도 현장으로 출동했다. 튀르키예로 파견 간 구호 전문가들이 재난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담아 더나은미래로 보내왔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대한적십자사 활동가들의 글을 차례대로 전한다. <1> 박한영 한국월드비전 국제구호·취약지역사업팀 대리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믿을 수 없었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로 뒤덮인 도시는 이미 뉴스 영상을 통해 접한 상태였고, 튀르키예행 비행기에서도 내내 머릿속으로 피해 상황을 그렸다. 하지만 멀쩡한 건물 하나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도시 전체가 무너져버린 튀르키예 안타키아(Antakya)의 상황을 직접 보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동료 활동가는 안타키아에서 멀지 않은 시리아도 비슷한 처지라고 전해왔다. 국제월드비전 동료들은 시리아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인 활동가들은 시리아에 입국할 수 없다. 한국 외교부가 10년 넘게 내전 중인 시리아를 여행금지국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구호활동가로서 다양한 재난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하는 훈련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실제로 접한 대지진의 참혹한 현장 속에선 무력감을 느꼈다. ‘Save lives, alleviate suffering, and maintain human dignity(생명을 살리고, 고통을 경감시키고, 존엄성을 지킨다).’ 사무실 모니터에 붙여 뒀던 문구를 머릿속으로 되뇌며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애썼다. 긴급구호 상황에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빠르게 의사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월드비전 긴급구호대응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