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F2023 ‘코이카 이노베이션 데이’ <2>
“UN 개발정상회의에 따르면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을 위해선 2016년에서 2030년 사이 연간 최대 4조5000억달러 규모의 개발재원이 필요합니다. 이를 주도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013년 기준 지원 규모인 1350억달러가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개발재원에 필요한 부분을 충당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혼합금융(Blended Finance)’입니다. 혼합금융은 부족한 공적개발재원을 충당하고, 기업이나 투자사 등 민간 부문은 SDGs를 달성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2023 코이카 이노베이션 데이의 두 번째 세션의 첫 문을 연 김진경 코이카 시민사회협력실 과장은 민간 자금과 공적 자금을 합친 혼합금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산업과 일자리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며 “투자재원으로 개발도상국의 산업 성장을 이루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 재투자가 이뤄져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두 번째 세션에서는 코이카의 혁신적 파트너십 프로그램(이하 IPS·Innovative Partnership Program)에 대한 성과 공유와 혼합금융을 통해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시에라리온에서 교육분야 펀드를 운영하는 이오에프(EOF·Education Outcome Fund)와 아시아,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임팩트투자를 진행하는 블루오차드(BlueOrchard)가 발표자로 나섰다.
코이카의 IPS는 SDGs와 연계된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창출하는 해외기관과 협업하는 사업이다. 파트너십을 통해 코이카 내 다른 사업유형으로 재생산하거나 신규 사업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막스플랑크재단, 카타르재단, 아시아재단 등 해외 글로벌 기관들과 협업하고 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캄보디아, 인도, 케냐 등 8개국에서 보건, 교육, 혼합금융 등 14건의 사업을 발굴하고 지원 중이다.
먼저 압둘라이 콘테(Abdulai Conteh) 이오에프 프로그램 매니저는 “이오에프는 측정 가능한 결과에 자금을 연결해 학습과 교육 분야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펀드 운영사”라며 “시에라리온 교육 혁신 사업(SLEIC)을 통해 1년 동안 4만5680명의 아동이 교육 혜택을 받고, 부모나 교사 등 지역 커뮤니티에 소속된 9200명도 해당 프로그램에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특히 내전이나 전염병 등으로 인한 휴교에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었는데 이는 충분한 재원을 바탕으로 구축한 인프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블루오차드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국가에서 135개 이상의 기술, 인프라 지원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임팩트투자사다. 프라발짓 샤카(Prabaljit Sarkar) 블루오차드 디렉터는 “개발도상국 대상 임팩트투자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높은 리스크 대비 낮은 기대수익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이카의 지원으로 체계적인 절차를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블루오차드는 추가성(additionality)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피투자사와 고객사가 임팩트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정도를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다”며 “이를 통해 투자를 활성화 시키고, 투자사들의 최소 수입을 보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크는 ‘혼합금융과 임팩트투자, ESG’를 주제로 진행됐다. 민간 영역에서 개발도상국 투자 시 장애 요인에 대해 진단하고, 혼합금융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였다. 패널토크에는 김승현 아주IB투자 이사가 모더레이터로 나섰다. 패널로는 프라발짓 샤카 블루오차드 디렉터, 크리스 클럽(Chris Clubb) 컨버전스(Convergence) 디렉터, 주희 랜드(Joohee Rand) 타이드라인(Tideline) 파트너, 민준기 코이카 기업협력실 과장이 참여했다.
크리스 클럽 컨버전스 디렉터는 “민간 부문의 개발도상국 투자 시 가장 큰 장벽은 위험 대비 낮은 기대 수익률”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투자에 집중해 인프라스트럭쳐, 제조사 등에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재원을 메우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컨버전스의 경우 여러 국가, 민간 부문에서 투자받은 재원을 공적자금과 혼합하기 위한 효과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발짓 샤카 블루오차드 디렉터는 “블루오차드의 경우는 투명한 절차와 자체적인 지표 마련을 통해 민간에서의 걱정을 제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블루오차드의 경우 제3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데, 개발도상국 재생에너지 인프라의 경우엔 해당 학계나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실제로 실사까지 진행한다”며 “또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ESG 연구와 시중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벤치마크해 외부인사들과 함께 올바른 투자 결정이 이뤄지는지를 파악해 개발도상국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주희 랜드 타이드라인 파트너는 “임팩트투자 시장은 1조1000억달러가 넘어가고, 수익성도 점차 보장되는 수준까지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팩트투자를 통한 긍정적인 사회와 환경 변화 사례들도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임팩트 사업 성과를 부풀리거나 속이는 임팩트 워싱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결국 워싱의 문제에서 자유로우려면 임팩트 성과 측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것과, 시중의 모든 포트폴리오를 동등히 비교할 수 있는 수치 모델 등이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민준기 코이카 기업협력실 과장은 “코이카는 2021년 미국 개발금융공사(USDFC)와 함께 여성 기업가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펀드를 조성했다’며 “당시 개발금융공사가 1000만달러 후순위 채권으로 참여했는데, 코이카는 그 투자원금의 8%인 80만달러의 원금 보전 계약을 통해 공사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펀드를 통해 부동산 담보 능력이 떨어지고 금융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 기업가 50만명의 대출 지원을 이뤄낼 수 있었다”며 “코이카는 개발도상국에 투자재원이 많이 흘러갈 수 있도록 금전적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낮추는 디리스크(derisk)와 촉진제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