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다양한 얼굴 <3>
‘발전대안 피다’는 개발협력NGO 활동가들의 노동 인권에 대해 알리는 옹호 활동을 펼친다.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는 “개발협력이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는 전문적인 활동임에도 ‘착한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봉사활동’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인식 때문에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요구하는 것조차 불편해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개발협력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구인난과 활동가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활동가들이 더 오래, 더 잘 일하기 위해서는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전문성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발전대안 피다는 다음세대재단과 미국 오픈소사이어티재단(OSF) 후원을 받아 ‘2023 국제개발협력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를 제작했다. 피다를 비롯해 45개 인권단체가 다음세대재단과 OSF의 ‘인권운동 및 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았다<표 참조>.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는 “한국에서 인권단체를 폭넓게 지원하는 곳은 다음세대재단과 인권재단 사람 등 사실상 두 곳이 전부”라며 “인권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이지만 인권단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2년 설립된 ‘피스모모’도 다음세대재단 사업에 선정됐다. ‘평화’를 주제로 활동하는 피스모모는 민주사회 시민의식, 군사주의와 지역주의, 젠더 감수성, 활동가 교육론 등 다양한 평화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누적 교육 참여자 수는 11만명이 넘는다. 소속 활동가는 7명. 지난해 연간 예산은 4억원 정도다. 기업에서 받는 기부금은 거의 없고 개인 후원금 비중이 높다.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는 “무기 박람회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지적하면 ‘정신이 나갔다’거나 ‘전쟁이 나봐야 저런 소리 안 한다’는 식의 반응을 듣게 된다”면서 “자본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평화의 가치, 국경을 초월한 공동체의 삶을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본과 권력, 기존의 제도에 대해 의문을 품고 반기를 드는 인권운동의 속성 탓에 인권단체들은 필연적으로 예산이 넉넉지 않다. 기업 기부금을 받거나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시민의 공감과 지지가 더 필요하다. 방대욱 대표는 “인권에는 다양한 얼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성이 늘어난다는 건 우리 사회가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언젠가 우리가 도달할 미래, 즉 다름을 인정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인권단체들이 한발 앞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문일요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