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다양한 얼굴 <2>
전문가들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놓고 설명한다. 인권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므로,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인권의 범위도 확장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조건과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돕는 인권단체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이하 행성인)’는 지난 7월 성소수자의 직장 동료를 위한 일터 가이드북을 펴냈다. ‘성소수자의 동료가 될 당신에게’라는 제목의 책자에는 평등하고 편안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비법이 담겼다.
행성인은 성소수자 노동권에 집중한 활동을 벌인다. 행성인이 청년 성소수자 345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들은 성정체성을 드러내기 가장 꺼려지는 장소로 직장(66.3%)을 꼽았다. 학교(44.4%), 가족(39.8%), 공공장소(33.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행성인은 “많은 성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고 살아가지만 동시에 직장에서 커밍아웃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청년 성소수자 직장인들이 직장에 가장 바라는 것은 ‘커밍아웃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의 여러 주제 중에서도 특히 성소수자, 젠더, 이주민, 난민, 장애 이슈는 사람들의 가치가 서로 충돌하며 논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흔하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권리’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권리는 ‘소유’되는 게 아니라 ‘확장’되는 것이며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것은 권리를 가지는 사람들의 범위와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리를 소유의 개념으로 이해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 상대가 권리를 가지면 그로 인해 내 권리를 빼앗긴다고 믿게 되고 결국 타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자격이 ‘국민’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비국민, 이주배경주민들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2009년 설립된 ‘지구인의정류장’은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지원하는 단체다. 임금을 제때 못 받거나 성폭력을 당한 이주노동자를 돕는 일을 한다. ‘인권버스’를 타고 경기 이천, 충남 논산, 경남 밀양 등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농촌 지역을 찾아가 노동권, 건강권, 성폭력 대응에 관한 교육을 한다. 노동권을 침해당한 이주민을 돕기 위해 노동청이나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동행하고, 연중무휴로 전화 상담을 진행한다.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대표는 “우리 국민의 권리가 중요한 것처럼 이주민의 권리도 똑같이 중요하다”면서 “지금은 우리 단체의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이 있지만 이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게 언젠가 우리 사회에 큰 이익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문일요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