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6일(목)

택배차에 폐페트병 싣자, 비용 줄고 탄소 감축…‘착한 물류’ 이야기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3> CJ대한통운
[인터뷰] 윤한득 CJ대한통운 ESG팀 책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한켠에 투명 페트병이 수북이 쌓여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CJ대한통운 택배 차량이 이를 수거해 재생기업 ‘RM’으로 보냈다. RM은 이를 세척해 플라스틱 원료(재생 펠릿)로 가공했고,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아로마티카’는 이를 화장품 용기로 제작·판매했다. 해당 수익금은 CJ나눔재단을 통해 친환경 공모전에 활용됐다.

이는 CJ대한통운이 2022년 도입한 ‘택배 기반 자원순환’ 모델이다. 환경부와 함께 기획한 ‘세이브 더 플래닛 얼라이언스’ 캠페인의 일환으로, 호텔에서 나오는 투명 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다.

◇ ‘배송하는 김에’ 폐기물도 수거했더니

CJ대한통운이 자원순환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강화되면서 비대면 소비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플라스틱 폐기물도 급격히 늘어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3월 재활용 가능 품목 발생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2%, 9.1% 증가했고, 특히 플라스틱류는 23.4%, 18.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연스럽게 기업에게는 기후변화 대응 요구도 커졌다. 윤한득 CJ대한통운 ESG팀 책임은 아파트 단지에서 쓰레기 수거차가 분리배출된 폐기물을 한꺼번에 섞어 싣는 모습을 보고 해결책을 떠올렸다.

윤한득 CJ대한통운 ESG팀 책임은 “CJ대한통운의 강점인 ‘물류’를 바탕으로 한 사회 기여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사회 문제 해결 솔루션”이라며 “앞으로도 자원순환에서 기부까지 연계되는 모델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유현 기자

“배송하는 김에 폐기물도 수거하면 어떨까?”

윤 책임은 “쓰레기 수거차가 아파트에서 분리 배출된 폐기물을 한꺼번에 실어 가면서, 재활용 가능 자원이 뒤섞이는 문제를 목격했다”며 “1차로 뒤섞인 폐기물이 선별장에서 다시 한번 뒤섞이는 ‘이중 혼합’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차량 운영 비용 부담 때문에 수거 차량을 추가로 배치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윤 책임은 ‘전국 곳곳을 오가는 택배 차량을 활용하면 추가 비용을 줄이면서도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택배 차량이 기존 배송 경로를 따라 폐기물을 함께 수거하면, 추가 비용 없이도 인력비를 절감하고 탄소 배출까지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폐기물 수거 대상지는 호텔로 정했다. 깨끗한 상태의 투명 페트병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호텔 투명 페트병 수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수거하면서 다른 택배를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위생 관리도 철저히 했다. 호텔 하우스키퍼가 페트병을 찌그러뜨린 뒤 비닐봉지로 싸고 전용 수거 박스에 동봉하는 식이다. 윤 책임은 “철저한 위생 관리로 지금까지 배달 상품 ‘오염 이슈’가 단 1건도 없었다”고 했다.

CJ대한통운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2022년 12월부터 6개월 동안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등 국내 8개 호텔에서 약 19만 개의 투명 플라스틱 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했다.

◇ ‘민관 협력’ 콜렉티브 임팩트 모델 구축

CJ대한통운이 자원순환 사업을 추진하면서 강조하는 것은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모델이다. 정부, 기업, 비영리 단체 등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이 힘을 합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CJ대한통운이 국내 8개 호텔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해 제작된 아로마티카 화장품. /CJ대한통운

호텔 투명 페트병 수거 사업에는 환경부, CJ대한통운, 재생기업 RM, 소셜벤처 아로마티카가 협력했다. 호텔이 페트병을 일정량 모으면 CJ대한통운이 이를 수거해 RM으로 배송하고, RM은 페트병을 세척 후 재생 펠릿으로 가공한다. 이후 아로마티카는 이를 100% 재활용해 화장품 용기로 제작·판매하며, 수익금은 CJ나눔재단을 통해 친환경 공모전에 활용됐다.

이 같은 순환 모델이 알려지면서, 포스코엠텍에서도 협력 요청이 들어왔다. 포스코엠텍은 9년 전부터 광양·포항 지역 제철소에서 알루미늄 캔 자원순환 사업을 진행해왔는데, 이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CJ대한통운이 전국 22개 국립공원에서 수거한 알루미늄 캔. /CJ대한통운

해당 요청에 윤 책임은 “단순한 수거가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하자”고 역제안했다. 협력 기관을 물색하다가 물류 취약 지역을 관리하는 국립공원공단에 손을 내밀었다. 호텔 투명 페트병 수거 때부터 협력했던 환경부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알루미늄 캔 자원순환 모델’이 탄생했다.

사업 방식은 이렇다. 국립공원공단은 일정량의 알루미늄 캔이 모이면, 재활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먼저 발로 찌그러뜨린 후 1차로 생분해성 비닐로 포장하고, 전용 수거 박스에 2차 포장한다. 이후 CJ대한통운 앱 ‘오네’를 통해 수거 요청을 하면 CJ대한통운 택배 기사가 캔을 회수해 가까운 물류 거점으로 옮기고, 이후 포스코엠텍 본사로 보내진다.

포스코엠텍은 회수된 알루미늄 캔을 철강 원료로 재활용하며,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은 국립공원공단에 기부돼 공원 환경 조성 등에 사용된다. 또한 알루미늄 캔 선별 작업에는 장애인 인력 3명이 투입돼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환경부는 행정 지원과 운영 자문을 담당한다. CJ대한통운은 1년 반 동안 전국 22개 국립공원에서 약 75만 개의 알루미늄 캔을 수거하며 자원순환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 친환경 프로젝트 확장… “자원순환부터 기부까지”

CJ대한통운은 올해도 다양한 기업 및 기관과 협력해 자원순환 프로젝트를 확장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멸균팩 새가버치 프로젝트’다.

2023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CJ대한통운이 매일유업, 카카오메이커스와 협력해 사용된 멸균팩(우유팩 등)을 수거해 핸드타월로 재탄생시키는 친환경 프로그램이다. 사업 첫 해 기준, 7.9톤(약 83만 장)의 멸균팩을 수거해 핸드타월로 가공했으며, 판매 수익금은 결식 우려 아동 지원에 사용됐다. CJ대한통운은 멸균팩 수거부터 재활용된 상품 재판매 등 모든 물류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윤 책임은 “CJ대한통운의 강점인 ‘물류’를 활용한 사회 기여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사회 문제 해결 솔루션”이라며 “앞으로도 자원순환에서 기부까지 연계되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전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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