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청년들, 유한양행 유일한 창업자 정신 잇다

유한양행 ‘유일한 아카데미’ 수료식 현장  병원 접근성 지도·치매 예방·우울증 가이드북 등 6개 프로젝트 발표 “눈으로 남을 볼 줄 아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귀로는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머리로는 남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더욱 훌륭한 사람이다.”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말이다. 지난 12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는 이 말의 의미를 온몸으로 실천한 청년들이 모였다. 지난달 8일부터 5주간 매주 두 차례씩 수업과 현장을 오가며 사회문제의 해법을 찾아온 이들이다. 6개 팀, 30명의 청년들은 자료 조사, 전문가 및 당사자 인터뷰, 현장 방문 등을 통해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고들었다.  ‘유일한 아카데미’는 유한양행이 희망친구 기아대책, 진저티프로젝트, 더나은미래와 함께 올해 처음 선보인 청년 사회혁신 교육·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제약·바이오 산업과 사회문제 해결에 뜻을 둔 전국 대학생·취업준비생이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방식으로 보건·복지 사각지대를 직접 탐구하고 해결책을 설계했다. ◇ 정보 장벽 허문 ‘병원 지도’…아동·영유아 건강까지 이날 최우수상은 병원 접근성 지도 제작 프로젝트를 발표한 장애인팀이 차지했다. 이들은 성동구청에서 휠체어를 빌려 약 70개 병원을 직접 돌았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건, 물리적 장벽보다 더 높은 ‘정보의 장벽’이었다. 이를 깨기 위해 뚝섬역 근처 병원 접근성 지도를 제작하고,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등으로 공유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향후에는 노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류 지도’도 제작해 노인복지관에도 배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호인(22·차의과대 간호학 2년) 씨는 “정책의 벽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현장이 진짜 답을 알려줬다”며 “이

서동은 리플라 대표는 8일 유일한 아카데미 특강에서 개발하고자 하는 기술을 많은 사람들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생각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밝혔다. /채예빈 기자
[유일한 아카데미 커리어 특강] 서동은 리플라 대표 “실패해도 괜찮다, 누군가를 돕고 싶었다”

청년 바이오 벤처창업가 서동은이 전하는 ‘창업과 도전’ “필요한 기술이라면 끝까지 간다” “실패할 것 같지만 그래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부딪혔어요.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사장님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거든요.” 서동은 리플라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유한양행 ‘유일한 아카데미’ 명사 특강에서 만 21세에 창업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릴 적부터 내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로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기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그는, 플라스틱과 미생물이라는 남들이 쉽게 연결하지 않는 조합에서 해법을 찾았다. 1998년생인 서 대표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공학 전공으로 창업 인재 전형에 합격했다. 고등학생 시절 과학탐구대회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를 접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졸업 전 ‘리본(REBORN)’이라는 초기 창업팀을 꾸렸고, 이후 ‘플라스테이스’와 합병해 2019년 리플라를 설립했다. 리플라는 ‘편식하는 미생물’을 활용해 폐플라스틱에서 원하는 성분만 남기고 나머지를 분해해 특정 플라스틱의 순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재질 분리 공정에서는 이물질로 인해 순도가 최대 98%에 그쳤지만, 미생물이 남은 2%를 분해해 100%에 가까운 순도를 구현한다. 현재 이 기술은 PP(폴리프로필렌)에 적용 중이다. 서 대표는 “플라스틱에 이물질이 섞이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불량품이 많이 발생하다 보니 이물질이 많은 생활계 플라스틱을 낮은 단가에 판매할 수밖에 없다”며 “공장에서는 플라스틱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 기계를 멈추고 필터를 자주 교체하다 보니 생산성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는 서 대표가 직접 발로 뛰며 파악한 것이다. 2018년 한 해 동안 전국 2000여 곳의 공장을 직접 찾아 사장들의 애로를 들었고, 이후에도

‘정답’보다 ‘이해’를 배운 시간, 유일한 아카데미의 특별한 수업

유한양행 ‘유일한 아카데미’ PBL 교육 현장 당사자 인터뷰 통해 관점 전환…“해법이 바뀐 건, 더 깊이 들여다봤기 때문” “처음엔 누구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인터뷰를 해보니, 그 전에 필요한 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어떻게 찾느냐였더라고요.” ‘유일한 아카데미’에 참여한 이호인(차의과학대 간호학과 2년) 씨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고립 문제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씨가 속한 ‘살구씨 프로젝트’ 조는 처음엔 돌봄자 간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상했다. 정보 공유와 정서적 지지를 통해 고립을 완화하자는 취지였고, 커뮤니티 지속 운영을 위한 배너 광고 모델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무의 홍윤희 대표를 비롯한 현장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거치며, 프로젝트의 초점은 바뀌었다. 홍 대표는 “발달장애는 진단 경계가 불분명하고 치료법도 확립되지 않아 상업적으로 악용되기 쉽다”며 “실제로 온라인상엔 치료 효과를 과장하거나, 광고와 당사자 정보가 섞인 콘텐츠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인터뷰를 통해 지체장애인이 병원을 찾는 데조차 정보 부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정보 접근성이야말로 사회적 고립을 풀기 위한 첫 관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살구씨 프로젝트 팀은 신뢰할 수 있는 병원 정보를 모아 시각적으로 제공하는 ‘1차 병원 정보 지도’ 제작으로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단순한 커뮤니티 공간보다, 장애 당사자와 보호자들이 병원 이용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도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현재는 정보 업데이트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조모임이나 관련 기관과의 연계 방식까지 논의 중이다.

김칫국물 뒤집어쓴 복날, 그래도 ‘계’운했던 이유 [더나미GO]

더나은미래 기자, 자원봉사자가 되다 <6>농협상호금융 ‘복날맞이, 무더위도 계(鷄) 운하게’ 나눔 행사 현장 “어르신들 식판 쏟아지면 정신없어요! 지금 빨리, 빨리!” 베테랑 봉사자의 외침을 신호탄으로 컨베이어 벨트처럼 움직이는 손길들이 빨라졌다. 머리 두건과 앞치마, 마스크, 비닐장갑으로 중무장한 채 기자가 맡은 임무는 식사 후 식판 정리였다. 식판에서 수저와 닭 뼈를 분리하고, 남은 음식물을 덜어내는 손길은 쉴 틈이 없었다. 사방으로 튀는 반찬 국물과 삼계탕 기름이 옷과 얼굴에 묻었지만 닦아낼 겨를도 없었다. 한 봉사자는 눈에 들어간 김칫국물을 급히 물로 씻어냈고, 다른 봉사자는 쓰레기통에 잘못 떨어진 젓가락을 황급히 건져 올렸다. 정신없는 순간이 이어졌지만, 누구 하나 찡그리는 얼굴이 없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일, 서울 마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복날맞이, 무더위도 계(鷄) 운하게’ 나눔 행사는 농협상호금융이 주최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이틀 앞둔 말복을 맞아 삼계탕과 수박 등 800인분의 여름 보양식을 지역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자리였다. ◇ “10점 만점의 10점이요” 오전 10시 40분, 배식이 시작되자 복지관 1층 식당은 금세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들고 나는 식판마다 뜨거운 국물과 김치, 수박이 담겼다. 삼계탕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공기를 채우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어르신들 얼굴엔 연신 미소가 번졌다. “그제 왔다가 삼계탕 준다기에 오늘 또 왔지.”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유근자 어르신은 식판을 앞에 두고 “10점 만점에 10점”을 외쳤다. 마포구의 고영대 어르신도 “간이 딱 맞고 뼈까지 씹히니까 더 좋다”며 웃었다. 몇몇은 부부가 함께 앉아 식사를 나눴다. 누군가에겐 외식이고, 누군가에겐 오랜만의

“안전한 지역이 경쟁력”…3대 지표로 본 회복력 상위 지자체는

대한민국 로컬 역량 지도 <3·끝> 장애친화·온실가스·공익 생태계 지표로 본 지자체 TOP20 ‘인구를 얼마나 끌어오느냐’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그 인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가다. 최근 지역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안전’이 부상하면서, 단순한 방재 역량을 넘어 위기 속에서도 주민의 일상이 유지되는가가 지속가능성의 핵심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확장된 안전’ 개념을 정량화한 것이 바로 지역자산역량지수(Korea Local Asset Competency Index·이하 KLACI)의 4대 항목 중 하나인 ‘안전회복력’ 지표다. KLACI는 전국 229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인구성장력 ▲경제활동력 ▲생활기반력 ▲안전회복력 등 4개 범주, 총 55개 정량 지표를 분석해 지역 역량을 110점 만점으로 수치화한 지표다. 이 지수는 이슈·임팩트 분석 전문기업 트리플라잇과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연구팀(한양대 로컬리즘연구회)이 공동 개발했다. 그중 안전회복력 항목은 재난·질병·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주민의 삶의 질과 회복 가능성을 평가하며, 사망률, 치매 유병률, 지역안전등급, 녹지율, 온실가스 배출량 등 15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단순 수치 비교가 아닌 최근 개선 추이와 인구 규모에 따른 보정치를 반영해, 대도시 쏠림을 줄이고 중소도시의 의미 있는 변화까지 조명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더나은미래>는 KLACI 안전회복력 15개 항목 중에서도 주민 정착성과 공동체 기반을 가늠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지표인 ▲장애친화인증 ▲온실가스 배출량(역산) ▲비영리·사회적기업 수를 중심으로, 상위 20개 지자체의 현황과 특성을 분석했다. ◇ ‘배리어프리’ 도시, 중규모 지자체가 앞섰다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와 영유아 등 이동약자의 삶의 질은 일상 공간의 ‘배리어프리(Barrier-Free)’ 수준에 달려 있다. 단순히 시설이

[유일한 아카데미 커리어 특강] 이훈상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 이사 “정답 없는 문제에 기회가 있다”

국제보건 전문가 이훈상이 전하는 커리어의 방향 “세상에 필요한 일을, 시장으로 풀 수 있다” “북한에서 100만 명이 굶어 죽던 시절, 그들을 돕고 싶어 의대로 편입했습니다. 그런데 국제보건기구(WHO) 마닐라 사무소에서 인턴을 하며 깨달았죠. 북한보다 더 열악한 곳들이 세상엔 많다는 걸요.” 이훈상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RIGHT Foundation·이하 라이트재단) 전략기획이사는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유한양행 ‘유일한 아카데미’ 특강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제학을 전공하던 그는 2000년대 초 의과대학으로 진로를 틀었고, 이후 WHO 평양 사무소에 직접 인턴십 문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 경험은 그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었다. 국제보건이라는 거대한 문제 앞에 ‘북한만 바라보던 시선’을 바꿨다고 했다. 이날 특강에서 이 이사는 국제보건을 단순히 ‘좋은 일’로만 보는 인식을 경계했다. “국제보건은 저소득 국가를 돕는 일이긴 하지만, 동시에 매년 수십조 원이 오가는 거대한 글로벌 시장입니다.”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 사업에 매년 40억 달러가 투자되고, GAVI 등은 신규개발 백신 구매조달에 10여년치 백신을 사전구매약정을 하여 적정한 가격에 조달하는 등의 지원을 한다. 글로벌 공공조달시장은 약품 개별 제품 당 단가가 낮은 대신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그는 “매년 어떤 나라가 어떤 국제보건 분야에 투자하는지 데이터를 추적하는데, 작년엔 처음으로 한국이 국제보건 재정지원국 통계에 이름을 올렸다”며 “국가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청년들의 진출 기회도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이훈상 이사가 몸담고 있는 라이트재단은 2018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글로벌 보건 R&D 민관협력기금이다. 보건복지부와 게이츠재단, 국내 생명과학 기업들이 함께 참여해

[유일한 아카데미 커리어 특강]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 “세상은 도전하는 사람이 바꾼다”

벤처캐피탈리스트 윤건수가 전하는 ‘혁신가의 조건’ 혁신가는 문제를 정의하고, 실패를 복기하는 사람 “세상은 분석하는 사람보다 도전하는 사람에 의해 바뀝니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열린 ‘유일한 아카데미’ 명사특강에서 청년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99%의 잉여 인간이 아니라, 0.1%의 혁신가 혹은 그 혁신가를 알아보는 0.9%가 되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며 “청년의 때가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유일한 아카데미’는 유한양행이 희망친구 기아대책, 진저티프로젝트, 더나은미래 등 협력기관과 함께 올해 처음 시작한 청년 대상 사회혁신 교육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제약·바이오 산업과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 있는 전국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 30명이 참여해, 팀을 이뤄 다양한 사회문제를 직접 탐색하고,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방식으로 해결책을 설계한다. 이날 강연은 전체 프로그램의 반환점을 앞두고 마련됐다. 윤 대표는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VC)인 DSC인베스트먼트를 2012년 설립해 10년 만에 운용자산 1조2000억 원을 넘긴 창업가다. 창업 초기부터 직방, 무신사, 컬리, 두나무 등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최근에는 퓨리오사AI, 몰로코, 망고부스트 등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마친 뒤, MIT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고 LG전자, 한국기술투자, LB인베스트먼트를 거쳐 벤처 투자에 뿌리를 내렸다. 이날 그는 ‘혁신가의 조건’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소명의식’이다. 윤 대표는 “성공한 창업가들은 대부분 과거의 경험이나 기술, 관심 분야에서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는데, 그보다 선행되는 것은 세상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태도”라며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결국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든다”고

“인구는 작아도 역량은 강하다”…강소 지자체 6곳의 생존법

대한민국 로컬 역량 지도 <2> 지역자산역량지수(KLACI)로 읽는, 인구 10만 이하 지역의 가능성 전국 229개 기초지자체를 분석한 ‘지역자산역량지수(이하 KLACI)’가 소멸 위기론에 가려졌던 지방의 잠재력을 새롭게 조명했다. KLACI는 전국 229개 지자체를 인구 규모에 따라 ▲헤비급(100만 이상) ▲미들급(50만~100만) ▲웰터급(10만~50만) ▲라이트급(5만~10만) ▲페더급(5만 이하)으로 구분한다. 이번 분석에서는 특히 라이트급(35곳)과 페더급(56곳) 지자체 중 각각 상위 3곳에 선정된 ‘강소 지역’에 주목했다. 이들은 문화·복지·교육·정주환경 등 복합적 자산을 기반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었으며, 지역의 유형과 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발전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 작지만 강한 라이트급의 반란…과천·진천·무안이 보여준 가능성 경기도 과천시(인구 약 8만명)는 이번 지수에서 라이트급 1위를 차지했다. 사망률과 자살률 모두 전국 최저 수준, 주택 노후도는 전국 최하위권. 재정자립도 전국 11위. ‘작지만 단단한 도시’라는 별명이 과하지 않다.  2020년대 들어 과천지식정보타운이 본격 조성되면서, 넷마블, 광동제약 등 IT·바이오 기업 유치를 가속해 올해 초 기준 850여 개 기업이 입주한 상태다. 재정자립도(11위), 상장기업수(23위) 등 경제활동력 지표 또한 상위권을 기록했다.  충북 진천군(인구 약 8만 6000명)은 비수도권 군 단위 중 유일하게 18년 연속 인구가 증가한 곳이다. 진천군은 2016년 이후 9년간 한화큐셀, CJ제일제당 등 기업 유치에 성공하며 12조 8000억원의 투자를 끌어냈다. 그 결과 농공산업단지업체수 25위, 재정자립도 17위를 기록하며 경제활동력 지표에서 높은 순위에 올랐고, 주택소유율(17위), 문화재수(12위) 등 생활기반력 지표 역시 상위권을 기록해 ‘안전복지형’의 유형을 보여줬다.  특히 등록 외국인 수가 전국 14위로 높았는데, 진천이 다문화 친화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순위 보다 유형…지역에도 ‘MBTI’가 있다

대한민국 로컬 역량 지도 <1> 229개 기초지자체의 자산 역량 유형화한 지표 첫 등장 “비가 많이 오고, 눈도 많이 내리는데…무슨 산업을 할 수 있겠어요.” 1900년대 초, 일본 후쿠이현 북부의 작은 도시 사바에시(鯖江市)는 ‘포기할 이유’가 넘쳐나던 지역이었다.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지형, 불리한 기후, 부족한 제조업 기반. 젊은이들은 빠르게 도시를 떠났다. 하지만 이 도시는 특이하게도 농한기 부업으로 ‘안경 제조’라는 틈새 산업을 선택했다. 대규모 설비 없이도 가능한 조립·가공 중심 산업이었고, 분업을 통해 지역 여성과 노년층까지 일손으로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뒤, 사바에시에는 안경다리·렌즈·코받침 등 부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업체부터 안경 제조 전 공정을 담당하는 대기업까지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현재는 일본 전체 안경 생산의 약 90%를 책임지는 지역이 됐다. 산업 기반이 자리 잡으면서 일자리도 늘어나, 1957년 4만 7855명이던 인구는 2015년 6만 9037명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안경의 도시’로 알려진 사바에시는 관광도시로도 다시 태어났다. 도심 곳곳에는 안경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된 ‘안경 거리’가 조성됐고, 안경을 구매하거나 안경테·스트랩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인 ‘안경 박물관’도 관광 명소가 됐다. 도시가 활기를 되찾으면서 사바에시가 속한 후쿠이현은 2016년 기준 정규직 고용률 67.3%로 일본 전국 1위를 기록했으며, 전국 행복지수 조사에서도 1위에 올랐다. 단점은 전략이 됐고, 약점은 자산이 됐다. 지방을 소멸과 위기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대, ‘지역의 잠재력’을 구조적으로 들여다보는 새로운 도구가 등장했다. 이슈·임팩트 측정 전문 기업 ‘트리플라잇’과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유일한 아카데미 커리어 특강] 권영근 큐라클 의장 “우연한 발견,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바이오벤처 창업자 권영근이 말하는 커리어의 전환점 혈관 연구의 시작은 암 강연 한 편 “누가 알았겠어요? 1995년의 어느 금요일, 한 강연이 제 인생을 바꿨다는 걸.” 권영근(61) 큐라클 이사회 의장은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유한양행 ‘유일한 아카데미’ 커리어 특강에서 자신의 연구 인생이 시작된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날 강연은 제약·바이오 분야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진로의 가능성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큐라클은 난치성 혈관 및 대사성 질환 치료제를 주력으로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로, 2021년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권 의장은 오랜 교수 생활을 접고 창업에 나선 배경과 연구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얻은 통찰을 풀어놓으며 “사소한 계기 하나가 커리어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록펠러대학(Rockefeller University)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던 저명 과학자들의 강연 중, 한 강연이 그의 진로를 바꿨다고 했다. “그날 연단에 선 사람은 유다 포크먼 박사였습니다. 그는 ‘모든 세포가 증식하려면 산소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혈관이 한다’고 설명했죠. 암세포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당시 포크먼 박사는 암에 혈관을 공급하지 않으면 종양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 강연을 계기로 권 의장은 “언젠가 내가 연구실을 갖게 된다면, 혈관을 연구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1997년 귀국 후 혈관 연구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27년간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혈관 내피세포, 혈관 생성, 관련 질환을 집중 연구했다. 그간 발표한 논문은 230여 편에 이르고, 항암 혈관 차단

“1열 오션뷰로 지역을 살릴 수는 없습니다” [함명준 고성 군수 인터뷰]

군수의 생각<1> 함명준 강원도 고성 군수 인구, 기후, 산업의 급격한 전환 속에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할까요? 소멸과 부활의 최전선에서 분투 중인 군수님에게 길을 묻습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함명준 강원도 고성 군수입니다. 국토 최북단 고성군의 미래를 여는 전략은 무엇일까요? /편집자 주 비무장지대와 가까워서일까, 강원도 고성의 하늘은 맑고 따스하다. 그리고 고요하다. 연간 1000만 명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요했다. “고성군에 있는 콘도들이 속초에 인접한 게 많습니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속초에서 출퇴근하지요. 방문객들도 잠은 고성에서 자고 소비는 속초에서 합니다.” 지난달 16일 강원도 고성에서 만난 함명준(65) 군수는 1000만 관광객의 실상을 에둘러 말했다. 속초까지만 연결된 동해고속도로를 탓할 법도 하지만 그는 ‘분산과 공존’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 리조트가 아니라 ‘기회의 인프라’를 짓는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 호텔을 지어야 합니다. 방문객들이 숙소를 나와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야 지역에 더 많은 기회가 생기거든요.” 그는 ‘기회’라고 표현했다. 마을과 동떨어진 곳에 대형 리조트가 생기면 숙박객은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거나 차를 타고 나와 속초로 간다. 마을 사이에 리조트가 들어오면 기회가 만들어진다. 음식점, 카페, 상점이 생기고 젊은 사람들도 들어온다. 지역에 리조트 하나가 생기자 주변에 민박촌이 생기는 현상을 보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더 많은 것이 모이는 시장(market)의 기능을 깨달았다고 한다. 행정이 주도해서 인위적으로 무엇을 만들기보다 ‘지역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지역의 힘을 축적하는 길’이라는 그의 철학을 알 수 있었다. 행정의 책임자이자 정치인으로서의

유한양행 ‘유일한 아카데미’ 첫 선…청년들, 사회문제 해결 나선다

보건·복지 문제 해결 아이디어 발굴 3.4대 1 경쟁률 뚫은 청년 30명, 현장 기반 사회혁신 교육 참여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정신을 계승해 청년들의 사회혁신 역량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 ‘유일한 아카데미’가 첫 발을 내디뎠다. 8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유일한 아카데미’ 발대식에는 최창남 희망친구 기아대책 회장, 조민철 유한양행 ESG경영실 상무, 황학선 유한양행 ESG경영실 이사, 박선자 진저티프로젝트 이사, 김윤곤 더나은미래 대표 등 협력 기관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유일한 아카데미’는 제약·바이오 산업과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 있는 전국의 대학생 및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과정이다. 참여자는 청년, 장애인, 다문화 가정, 노인, 청소년, 영유아 등 다양한 계층을 중심으로 보건·복지 분야의 문제를 살펴보고, 문제기반학습(PBL·Problem-Based Learning) 방식으로 이론 강의, 현장 탐방, 인터뷰, 디자인씽킹 워크숍 등을 경험한다. 최창남 희망친구 기아대책 회장은 “유일한 아카데미는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 문제를 직접 들여다보고, 청년들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문제와 해답을 고민해 보는 여정이 될 것”이라며 “사회문제를 남의 일이 아닌 내 문제로 받아들이고, 실천적 역량과 책임감을 길러 함께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3.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청년 30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7월 8일부터 8월 12일까지 5주 동안 5인 1조로 팀을 꾸려 활동한다. 최종 발표 우수팀에게는 장학금이 수여되며, 우수 활동 사례는 공익 전문 미디어 <더나은미래>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유한양행 임직원들은 진로 멘토로 참여해 청년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날 발대식에서는 유일한 박사의 철학을 집중 조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