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 ②“탄소중립 위한 에너지 대전환, 불가능 아니다”

“현재 기업이 내건 ESG 기준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개선을 넘어 탄소중립으로의 대전환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는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 영역의 협력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28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2021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의 두 번째 세션에 참여한 연사들은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위기 대응을 전환을 위해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환경(E) 임팩트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는 모더레이터를 맡은 김시원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편집장과 윤세종 기후솔루션 이사, 서진석 SK텔레콤 ESG혁신그룹 팀장,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 이학종 소풍벤처스 파트너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대기업과 소셜벤처, 투자사와 비영리 등 각자의 분야에서 바라본 ESG의 환경 부문에 대해 논의했다. 윤세종 이사는 환경 부문은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 공동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입장에서 ESG로 논의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은 궁극적으로 규제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제도와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업과 정부에게 가장 큰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시민”이라며 “기후위기 대응에 속도를 낼 수 있게 견제하고 지원해주는 역할을 잘 수행해줘야 한다”고 했다. 서진석 팀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환의 모델로 덴마크 전력회사 오스테드(Orsted)를 예로 들었다. “오스테드는 2006년만 해도 화석에너지 비중이 85%에 달했지만, 10여년 만인 2019년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의 86%에 달할 정도로 대전환을 이뤄냈다”며 “이러한 대전환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란 걸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기술이나 정책에 있어서도 공유와 협력이 함께 이뤄져야

[2021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 ①MZ 직원이 묻는다…ESG 경영과 기업의 의미를

“주주 가치와 금융자본을 극대화하는 기업의 ‘낡은 규칙’은 깨졌습니다. 이제 기업은 내부 변화를 주도하는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고, 생태계·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목적을 마련해야 합니다.” 28일 유튜브로 중계된 ‘2021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Next Impact Conference)’ 첫 세션 기조연설을 맡은 주디 새뮤얼슨 아스펜연구소 부소장이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싱크탱크 아스펜연구소에서 비즈니스와 사회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새뮤얼슨 부소장은 “ESG 경영은 ‘과연 기업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대중은 왜 기업에 운영 허가를 내주는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또 기업이 우리 사회를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부분을 챙겨야 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새뮤얼슨 부소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기업 경영의 6가지 새로운 규칙’에서 기업의 가치는 평판과 신뢰를 비롯한 무형의 요인들이 결정하며, 기업은 주주 가치를 넘어서는 많은 목적에 복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의 책임은 공급망·생태계·제품의 사용 등으로 확장돼 한정되지 않고, 인적 자원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인재가 기업을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신현상 한양대학교 교수와의 대담에서는 글로벌 ESG 트렌드와 기업 경영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신현상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는 MZ 세대 직원들이 고용주에게 개방적인 소통방식을 강하게 요구하고 기업 내 투명성과 윤리성을 강조한다”며 기업의 CEO가 젊은 직원들과 협업해서 ESG 경영 방식을 구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물었다. 이에 새뮤얼슨 부소장은 “MZ 세대 직원들은 기업 그 자체”라며 “직원들은 고객과 만나는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는 동시에 회사의 품질을

[2021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 “임팩트 생태계 관계자들이 말하는 ESG의 미래”

‘2021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Next Impact Conference)’가 오늘(28일) 온라인 생중계로 열렸다.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는 국내외 임팩트 생태계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을 도모하고 생태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사회혁신 전문 매체인 스탠퍼드소셜이노베이션리뷰(SSIR)와 한양대학교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마련된 국제 행사다. 올해는 SSIR, 한양대학교,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적가치연구원,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행사에는 기업·비영리단체·소셜벤처·학계 등 관계자 850여명이 사전등록 신청을 했다. 이번 콘퍼런스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ESG의 미래(The future of ESG for all)’다.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마이클 고든 보스 SSIR 발행인,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금교돈 조선교육문화미디어 대표, 김우승 한양대학교 총장 등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총 5개의 세션이 연달아 진행됐다. 구체적으로는 ▲자본시장에서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ESG 원칙 ▲기업·환경단체·투자사 등 다양한 관점에서 환경(E) 경영의 중요성 ▲사회(S) 부문에서 챙겨야 할 국내외 쟁점·사례 ▲지배구조(G) 부문의 법률 이슈와 제도 ▲Z세대 체인지메이커 관점에서 본 ESG의 미래 등이다. 이날 마이클 고든 보스 SSIR 발행인은 “사회혁신은 정부와 기업은 물론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정부, 시민 등 섹터를 초월해 모두의 책임”이고 했다. 그는 “최근 트렌드인 ESG 투자 펀드의 증가는 비즈니스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체계와 도구의 수를 증가시켰지만 아직 공통된 방법론은 없다”라며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비즈니스, 정부,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ESG의 본질을 탐구하고 이를 더 잘 평가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은 “한국은 이제 선진국으로서 다음 세대를

“언니가 되어 달라며 손 내민 레베카, 웃는 모습 천사 같죠?”

[초즌: 아이의 선택] 후원 아동 레베카가 선택한 최재희씨 이야기 새로운 습관이 생겼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갈 때면 아주 잠깐, 우편함에 시선이 머뭅니다. 기다리는 편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편함에 봉투 끝이 빠끔히 나와있는 날에는 마치 연애편지라도 받은 듯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편지는 저 멀리 바다 건너에서 옵니다. 발신인은 레베카. 가나에 사는 나의 후원 아동입니다. 우리 인연은 조금 특별하게 시작됐습니다. 제가 레베카를 돕기로 한 게 아니라 레베카가 저를 선택했거든요. 취준생(취업준비생) 시절 다짐을 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언젠가 내 힘으로 돈을 벌게 되면 월급의 10분의 1은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쓰겠다고요. 회사에 입사해 어느 정도 적응한 뒤 마침내 취준생 시절의 다짐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조금은 낯선 아동 후원 캠페인을 발견했습니다. 아동과 맺는 1대1 결연 후원인데, 후원자가 아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후원자를 선택하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선택의 기회가 많지 않았을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는 얘기였죠. 이거다, 싶었습니다. 이력서를 쓰는 마음으로 ‘후원 지원용’ 사진부터 골랐습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 수십 장을 훑으며 고민했습니다. 활짝 웃는 표정이 좋을까, 차분해 보이는 옅은 미소가 좋을까. 옷은 아무래도 밝은 색이 낫겠지? 한참을 고심한 끝에 푸른 숲길에서 흰 원피스를 입고 찍은 사진을 골랐습니다. 남은 건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아이가 나를 선택할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나를 지목했을지…. 소개팅이라도 앞둔 것처럼 퍽 긴장이 됐습니다. “재희 언니 안녕! 미소가 너무 예뻐요. 제게 좋은 언니가 돼줄

여론은 모금단체 불신하고, 기부자는 모금단체 신뢰한다

더나은미래×굿네이버스 공동기획[2021 기부의 재발견]③기부에 관한 오해와 진실 비영리단체는 칭찬보다 매 맞는 일이 익숙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영리단체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면 기다렸다는 듯 분노의 댓글이 수백 건씩 달린다. 비영리 투명성 논란이 일 때마다 관련 뉴스에 달리는 댓글 의견 역시 비난 일색이다. 비영리단체를 향한 대중의 불신 속에서도 국내 모금 총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개인 기부금은 2011년 7조1000억원에서 2015년 7조9000억원, 2019년 9조2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차가운 여론과 매년 경신되는 기부 총액의 온도 차.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중이 모금 단체를 미워하고 신뢰하지 않는다면 왜 매년 모금액은 느는 걸까.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는 모금 단체에 대한 부정 여론은 실제 대중의 인식과 얼마나 일치할까. 더나은미래와 굿네이버스는 지난 12일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모금 단체와 기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조사했다. 조사에는 국내 성인 남녀 1040명이 응답했다. 10명 중 7명, 비영리단체 연봉 실제보다 높게 인식 ‘인건비나 운영비는 최소화하고 모금액 대부분을 현장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은 모금 단체들이 가장 많이 듣는 비난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대중은 ‘적정 운영비’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까. 더나은미래는 이번 설문에서 ‘비영리단체가 모금액의 몇 퍼센트를 운영비로 쓰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모금액의 ‘20~30%’가 적당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27.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10~20%’(26.9%) ‘10% 미만’(21.1%) ‘30~40%’(12.2%) ‘40~50%’(6.6%) 순이었다. 모금액 절반 이상을 운영비로 써도 무방하다고 답한 비율은 6.0%였다. 기부금품법 13조에 따르면

절실한 사례마저 ‘감성 팔이’ 비난 안타까워… 모금단체의 속사정

더나은미래×굿네이버스 공동기획[2021 기부의 재발견] ②’빈곤 포르노’를 휴지통에 버리시겠습니까? 매년 하반기에 접어들면 비영리 모금단체를 둘러싼 묵은 논란이 고개를 든다. 오가는 이야기는 늘 같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장의 모금 캠페인 사진이 올라오면 비난의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모금단체가 가난한 지역 아이들의 비참한 모습을 노출하는 감성 팔이 안 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글에 “그 광고 볼 때마다 눈살 찌푸린다” “전문 배우도 있다는데 안 믿는다” 같은 댓글이 붙었다. 더나은미래는 해마다 반복되는 이른바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 논란을 둘러싼 모금단체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빈곤 포르노의 정의는 학자들마다 조금씩 의견이 엇갈리지만 대체로 ‘빈곤 실태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가난을 소품처럼 활용해 자극적으로 연출하거나 조작해 모금하는 것’을 가리킨다. 모금 활동가들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 현상에 대한 인식과 직시가 필요하다”면서 “당장 지원이 절실한 사례를 사실 왜곡 없이 전달하는 캠페인마저 ‘포르노’라고 표현하는 것은 모금과 지원 활동을 크게 위축시킨다”며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조작과 현실은 구분해야 빈곤 포르노라는 개념은 1980년대에 생겨났다. 국제적으로 자선 모금 캠페인이 급증한 시기다. 당시에는 아프리카 아동의 기아 실태를 고발하는 캠페인이 대부분이었다. 깡마른 아이들이 힘없이 누워 있거나 파리 떼가 온몸에 붙어 있는 사진과 영상들이 대중에게 충격을 줬다. 캠페인 하나로 수억 달러를 모금할 정도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동 인권과 초상권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면서 자극적인 모금 콘텐츠는 점차 줄었다. 개도국의 절대 빈곤 상황이 그만큼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모금단체에서 상황을 조작해 연출한 콘텐츠를

팬데믹 이후, 비영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비영리조직 3곳 공동 연구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 모든 일상이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비영리조직의 모금 사업과 복지 프로그램에도 변화가 생겼다. 앞으로 반복될 수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팬데믹 이후 비영리 활동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최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아름다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비영리조직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아름다운재단은 ‘코로나19가 비영리기관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고, 사랑의열매는 ‘위드코로나 시대의 나눔사업’을 주제로 코로나19를 겪는 비영리가 구축해야 할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포스트코로나, 공존과 희망 그리고 사람’이라는 주제로 아동복지의 방향성에 초점을 맞췄다. 세 기관은 오는 7일 공동포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영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열고 대중에게 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더나은미래는 포럼에 앞서 이번 연구 자료를 확보해 살펴봤다. 국내 비영리조직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고민을 담은 내용이 많았다. 아름다운재단 “언택트 내재화로 미래 위기 대비해야” “복지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할 방법이 없을까요?”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 비영리기관 중간지원 조직에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이다. 현장에서 뛰는 비영리기관들이 기존에 대면으로 진행하던 복지 서비스와 모금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면서다. 일부 기관은 자원봉사자와 기관 운영비가 줄어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현장 조직들은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복지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구축해 최소한의 지원을 이어갔다. 팬데믹 상황이 2년을 지속하면서 비영리기관들은 ‘언택트’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단계에 있다. 아름다운재단은 2020년 5월과 2021년 5월 두

“모금 캠페인의 성공, 치밀한 사전 기획에 달렸다”

[ 인터뷰 ] 황성주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 “모금 캠페인의 성공은 사전에 얼마나 치밀하게 기획하고 설계했는지에 달렸습니다.” 황성주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본부에서 만난 자리에서 좋은 모금 캠페인을 만드는 비결로 사전 기획을 꼽았다. 지난 2016년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운동화 깔창을 썼다는 이른바 ‘깔창 생리대’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모금 캠페인도 우후죽순 생겼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황 본부장은 “단순 물품 지원을 위한 모금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굿네이버스는 당시 여아의 건강권에 대한 위생교육과 심리·정서적인 부분까지 포괄한 통합 서비스를 설계하고 이를 5년째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좋은 모금 캠페인이란 뭘까요. “단순히 돈을 모으는 ‘펀드레이징(fund raising)’이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이슈레이징(issue raising)’이 돼야 해요. NGO가 기금을 모으는 목적은 어떤 사회적인 이슈, 그중에서도 문제 해결이 가능한 사안에 뛰어들기 위함이니까요.” ―캠페인 주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긴급 지원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이나 자연재해로 인해 갑작스럽게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죠.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아동을 지원할 때도 마찬가지죠. 시간이 없으니까요. 또 하나는 고유 목적 사업에 부합하는 사회적 요구를 살피고 이슈를 발굴하는 겁니다. 최대한 많은 수혜자를 도울 수 있도록요. 과거 아동 학대 이슈처럼 사회적으로 만연한 문제에 지원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을 때 기획 과정을 거쳐 캠페인으로 만듭니다. 모금은 기부자와 함께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협력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밤낮 없는 기획 회의… 하나의 모금 캠페인이 만들어지기까지”

더나은미래×굿네이버스 공동기획[2021 기부의 재발견]①모금이 탄생하는 시간 코로나19 확산에도 지난해 기부금 총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부금으로 우리 사회의 어려운 곳을 돌보는 비영리 단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은 토종 NGO 굿네이버스와 비영리 섹터 이슈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기부 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는 ‘2021 기부의 재발견’ 연재를 시작한다. 모금 현장에서 벌어지는 도전과 위기, 변화 등을 통해 기부자와 NGO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ㅡ편집자 시작은 온라인상에 올라온 한 초등학생의 사연이었다. 한부모 가정인 A양은 어느 날 월경이 시작됐을 때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생리대를 사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고, 고민 끝에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했다. 지난 2016년 5월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깔창 생리대’ 사건이다. 안타까운 사연은 A양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굴됐고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이에 굿네이버스는 이슈 발생 5개월째 되던 2016년 10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내 여아의 월경권 지원을 위한 모금 캠페인 ‘소녀야, 너는 반짝이는 별’(이하 소녀별)을 시작했다. 사업 첫해인 2017년에 3980명을 지원했고 지난해까지 누적 수혜 아동은 2만2000여 명에 이른다. 올해 6년째 지속되는 모금 캠페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듣기 위해 굿네이버스의 사업·모금 실무진 4명과 지난 8일 마주 앉았다. “이슈 좇아가는 캠페인, 지속 가능하지 않다” 모든 모금 캠페인의 밑바탕에는 ‘사회복지실천과정’이라고 불리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있다. 현장의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지원 사업을 진행할 때

“지역 사회에 기여하자” 중견·중소기업 기부 늘어난다

[ 사랑의열매 ‘나눔명문기업’ 들여다 보니 ] 1억원 이상 기부한 중견·중소기업사랑의열매 ‘나눔명문기업’ 선정출범 이후 누적 약정 금액 202억원 경영인 네트워크 타고 ‘릴레이 가입’“돈 ‘잘’ 쓰는 오너가 존경받는 시대” # 충남 금산군에서 2대(代)째 삼남제약을 운영하는 김호택(65) 회장에게 2020년은 특별한 해였다. 부친인 고(故) 김순기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이자 회사 설립 70주년이었다. 김 회장은 이 시기를 뜻깊게 보낼 방법을 오래전부터 고민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확산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명문기업’에 가입, 3년 동안 1억원 기부를 약정했다. 기부금은 금산군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써달라고 했다. 안경 하나라도 제대로 쓰고, 통학 교통비에 대한 부담이라도 조금 덜기 바라는 마음이었다. 김 회장은 “아버지는 지역을 일으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고향인 금산군에 기업을 세우셨다”며 “그 뜻을 이어받아 지역 사회에 좋은 일을 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와중에 중견·중소기업가에는 ‘기부 훈풍’이 불고 있다. 과거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던 법인 기부시장에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기업들 참여가 최근 몇 년 새 활발해지고 있다.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민간기업의 기부금 총액 중 국내 매출 상위 200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75.5%에서 2017년 63.4%로 낮아졌다. 그만큼 다양한 기업들의 참여가 늘었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견·중소기업의 기부 참여는 더 확산하는 추세다. 올해 1~8월 사랑의열매 나눔명문기업에 가입한 기업은

지구 구해낼 무기는 결국 ‘농업’… 농식품 혁명이 온다

[특별 좌담회] 기후변화 시대, 농업이 미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2000년 전후의 ‘닷컴 붐’을 잇는 차세대 비즈니스로 농업을 꼽는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 ‘기후 기술의 미래(The Future of Climate Tech)’에 따르면, 미국의 기후 기술 투자의 대부분은 ▲농업·식량 ▲교통·물류 ▲에너지·전략 등 세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농업·식량 분야의 지난해 투자금은 58억달러(약 6조6300억원)로 가장 크다. SVB는 올해 상반기에만 47억달러(약 5조3700억원) 투자가 이뤄졌고, 올해 말까지 총 투자금은 94억달러(약 10조7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기후변화 시대 농업의 미래를 진단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수동 카우앤독에서 진행된 좌담회에는 제23대 농촌진흥청장이자 한국벤처농업대학 설립자인 민승규 한경대학교 석좌교수, 농산업 육성·지원 기관인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홍영호 벤처창업본부장, 농식품 전문 임팩트투자사인 소풍벤처스의 한상엽 대표가 참여했다. 좌담회에 앞서 이들은 ‘농업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농업 안에 종자, 생산, 유통, 금융, 관광을 넘어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그중 어느 하나를 콕 집어 농업의 미래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농작물 생산만 해도 노지에서 이뤄지는 관행 농업을 비롯해 친환경 농업과 유기 농업, 기술 기반의 스마트팜 등 여러 갈래로 나뉜다는 설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날 농업의 ‘소셜임팩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기후변화 시대 농업의 의미, 지구를 살리는 농업 분야의 혁신 기술들, 농식품 분야 투자 등을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좌담회 진행은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장이 맡았다. 농업은 그 자체로 ‘소셜임팩트’ ―기후변화 시대, 농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빌

“나를 선택해준 고마운 아이 바오, 정말 귀엽지 않나요?”

[초즌: 아이의 선택] 후원 아동 바오가 선택한 후원자 이한탁씨 이야기 오랜만에 사진 정리를 했습니다. 베트남에 사진 한 장을 보내야 했거든요. 수년간 보관해온 사진첩에는 수백 장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사진 한 장 고르는 게 왜 이렇게 어렵던지…. 풍경이 좋으면 구도가 별로고, 구도가 좋은 사진은 표정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다는 게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혹시 아무도 날 선택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됐습니다. 한 시간 넘게 고심하다 결국 한 장을 골랐습니다.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전신이 나온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얼마 뒤 제 사진은 베트남의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옌뚜이’의 작은 마을에 전시됐습니다. 그리고 한 아이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이름은 딘 바오 응우옌.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후원자와 후원 아동의 인연을 맺었습니다. 저 말고도 여러 명의 후원자 사진이 마을에 걸렸다고 합니다. 후원받은 아동이 후원자의 사진을 보고 직접 선택을 하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내심 궁금했습니다. 바오는 왜 저를 선택했을까요? 바오가 알려준 이유는 뜻밖이었습니다. “제가 후원자님을 선택한 이유는 후원자님이 정말 잘생겼기 때문이에요.”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솔직히 몹시 기분이 좋더군요. 제 사진을 들고 있는 바오의 귀여운 미소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저는 바오를 위해 정기 후원금과는 별도로 125달러의 ‘선물금’을 보냈습니다. 바오와 가족을 위해 94달러, 지역사회에 31달러가 쓰였다고 합니다. 제가 보낸 선물금으로 바오는 하늘색 자전거 한 대와 책상 하나를 샀습니다. 사진도 찍어 보내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