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껍질까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믿음이 ‘생협’의 경쟁력

한국 로컬푸드단체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생협’ “껍덕째 먹어마시(껍질째 먹어도 됩니다).” 감귤 수확에 여념이 없던 고임행(78) 할머니가 껍질째 쪼갠 귤을 입에 넣어 보였다. “맛이 쓸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영양분은 귤 껍덕에 더 하영있수다(더 많아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10년째 아들네와 함께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에서 친환경 감귤농사를 짓고 있는 고임행 할머니는 처음 만난 기자에게도 친환경 귤 자랑을 했다. 할머니네 밭에서는 오리와 돼지가 잡초를 없애고 ‘천연 비료’까지 배설해 농약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귤을 내놓는 일이라 보람이 있다. 고 할머니네를 포함, 200여 생산자 가구가 아이쿱(iCOOP)생협 제주 생산자회 ‘참맑은영농조합’에 속해 있다. 생협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준말로 소비자가 스스로 생활 안정과 생활문화의 향상을 위해 출자하여 생활물자를 구매하는 협동조합조직을 말한다. 이들 가구들에 ‘생협’은 자식처럼 키운 친환경 농작물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좋은 거래처다. 13년 전 제주도 감귤 농가에 친환경농업 바람을 일으킨 조합대표 김진수(49)씨는 “농약을 쳐 매끈하고 선명한 감귤색 껍질의 일반 귤에 비해 우중충하고 크기도 작은 친환경 귤은 일반 시장에서 오히려 낮은 평가를 받는다”며 “생산자를 이해하고 친환경농법을 이해하는 생협 사람들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울산에 사는 이윤단(43)씨가 그런 ‘고마운’ 생협 소비자 조합원이다.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의 아토피 때문에 더 좋은 먹을거리를 찾아 생협에 가입한 윤단씨는 3년 전 제주도 생산자 농장에 직접 방문했다. 윤단씨는 “아들의 아토피를 낫게 해준 고마운 생산자들께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작업복을

전략적 사회 공헌·新평가지표 활용방안 접할 기회로

‘기업사회공헌 프로그램 평가지표 세미나’ 16일 개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조직문화 개선, 이해관계자 소통 강화 등 기업 가치 측면에서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의 직접적 해결, 사회적 인프라 강화, 해당 사회문제에 대한 국민 관심과 인식 증진 등 사회 가치 측면에서도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보다 독려하기 위해, 또 기업이 보다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실질적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에 조선일보 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공익연계 마케팅 및 캠페인, 비영리단체, 사회적 기업 등 공익 분야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CS컨설팅&미디어’는 공익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인 ‘플랜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연구센터와 함께 기업사회공헌 프로그램 평가지표를 개발했습니다. 다가오는 16일, 기업 및 NGO 내 사회공헌 담당자를 대상으로 ‘기업사회공헌 프로그램 평가지표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새로 개발된 평가지표의 내용과 활용 방안을 접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관심 있는 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일시: 11월 16일(화) 오후 2~5시 ●장소: 서울 중구 정동 1-17 사랑의열매회관 지하 1층 대강당 ●주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연구센터 ●주관: ㈜CS컨설팅&미디어, ㈜플랜엠,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후원: GS칼텍스 ●신청 및 문의: (02)720-3770, csmedia@chosun.com

[NGO 단신] 해외장기자원활동가 모집외

해외장기자원활동가 모집 국제개발 NGO 지구촌나눔운동(이사장 강문규)이 개발도상국에서 지역개발사업을 수행할 해외장기자원활동가를 31일까지 모집한다. 모집인원은 동티모르 3명, 몽골 4명, 베트남 4명, 르완다 2명, 케냐 3명이다. 선발된 활동가는 11월부터 3개월 동안 국제개발의 이해, 현장실무의 이해, 펀드레이징 훈련으로 이루어지는 국내훈련을 거쳐 내년 2월 현장에 파견된다. 한국사회복지학회 학술대회 열어 한국사회복지학회(회장 양옥경)는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추계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회복지, 빈곤을 재조명하다’라는 기획주제 아래 한국사회의 빈곤 이슈에 대한 사회복지 정책 및 실천 방법을 논의했다. 특히 공동학술대회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한국노인복지학회, 한국아동복지학회, 한국사례관리학회,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 등 4개 전문학회가 해당 분야의 빈곤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다뤘다. 또한 사회복지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학자들을 초청해 그들의 교육과 연구를 공유하는 한·중 교류 특별세션과 사회복지현장과의 교류 촉진을 위한 현장연구발표를 마련해 참석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굿네이버스 인재 채용 한국에 국제본부를 두고 전 세계 23개국에서 전문 구호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는 굿네이버스(회장 이일하)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갈 인재를 채용한다. 채용 분야는 언론 홍보, 모금 방송 기획, 기업 모금 및 이벤트 기획 등으로, 관련 분야 1년 이상 경력자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자세한 자격요건 및 접수는 굿네이버스 홈페이지(www.gni.kr)를 참조하면 된다. 문의 02)6717-4000.

‘난민제도 국제법 수준으로’ 독립된 난민법 발의에 기대

김종철 변호사 기고 한국이 난민협약에 가입한 지 10년 만에 최초의 난민으로 인정한 사람은 어디 있을까. 수소문을 해보니, 그는 유럽에 있었다. 한국에서 살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출입국 관리법을 살펴보면,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한국의 난민제도는 국제적인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난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과, 출입국을 통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데도 똑같은 정신으로 운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이 지난 5월 대표 발의한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안’은 한국의 난민 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되 독립된 난민법형식으로 담아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의 ‘난민 제도’에는 두 가지 큰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난민 신청자에게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입증을 요구하고 난민인정절차에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는 난민신청자에게 합당한 사회적 처우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난민들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 맨손으로 탈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잘못된 판단으로 본국으로 돌아갈 때, 치명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개정안에서는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그 입증 정도를 낮추고, 난민 인정 절차에 있어 최소한의 적법 절차(due process)를 지키도록 했다. 인터뷰를 할 때 자격을 갖춘 통역인으로 하여금 통역을 하도록 하였고, 인터뷰에 신뢰하는 자가 동석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했으며, 난민신청자가 인터뷰 내용이 기록된 조서를 확인하고 그 조서를 복사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난민신청자의 사회적 처우를 개선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그동안 취업을 금지시키면서 주거와 생계에 대해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은

난민 신청자, 법 지키고 굶어 죽든지… 법 어기고 살든지

UN난민협약 60주년 앞둔한국의 난민보호 실태 김구 선생·김대중 前대통령 망명도 현대적 개념의 ‘난민’에 속해 까다로운 심사절차에 생활고 시달려 불법취업 현장으로 몰아가는 현실 2011년은 UN난민협약이 마련된 지 60년이 되는 해다. 이 협약은 난민을 인종이나 종교, 정치적 견해 등의 이유로 박해를 받아 모국을 떠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2001년 첫 난민을 받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총 210명을 인정했다. UN난민기구 등은 국내 난민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이 없음을 지적해 왔다. 더나은미래 팀은 협약 체결 60주년을 앞두고 한국의 난민보호 실태를 점검해봤다. 편집자 주 나이지리아 출신 기독교인 니키(가명·44)씨는 1990년 무슬림 가정의 남편과 결혼했다. 남편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니키씨는 세 명의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렸고, 남편은 기독교로 개종했다. 그러던 중 2002년 북부도시 카두나에서 기독교인과 무슬림 사이의 유혈 충돌이 일어나 200명이 죽고, 600명이 다쳤다. 당시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던 남편은, 자신의 가족들이 불을 지른 차 안에서 아이와 함께 숨졌다. 니키씨 역시 친척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았다. 결국 그녀는 언니의 도움을 받아 케냐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쳐 2007년, 한국으로 도망왔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한 아이는 언니에게 맡겼고 나머지 한 아이는 피신하던 중 죽었다. 한국에 온 니키씨가 난민 인정을 받는 데까지는 무려 2년이 걸렸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부는 취업을 금지했다. 생계가 막연했던 니키씨는 결국 ‘몰래’ 영어 과외를 했다. 니키씨는 “언제 결정이 날지 모르는 난민 심사를 기다리며 가족 걱정과 생계 때문에

‘사회적 기업 토론회’ 11월 개최

사회적 기업의 성공사례 등 의미·방향 찾는 기회 될 것 “사회적 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겠다.” 요즘 정부 부처나 지자체, 기업들이 자주 발표하는 내용입니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고용과 수익을 창출하고 이 이익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입니다. 이런 좋은 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적절한 지원을 받는다면 환영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사회적 기업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사회적 기업이 부실을 키우고 있다는 걱정도 있고 사회적 기업들이 필요한 때에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는 11월, ‘더나은미래’는 사회적 기업가는 물론 사회적 기업의 활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모시고 ‘사회적 기업 토론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사회적 기업의 상품들이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 필요한 채널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려는 선한 투자자들은 사회적 기업의 생태계에 대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외국에서 검증된 성공한 사회적 기업의 사례를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과 그 효과는 무엇일지에 대해 다양한 분들의 고민과 조언을 듣고자 합니다. 이런 주제 외에도 사회적 기업과 관련하여 지금 시기에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핵심적인 주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독자라면 더나은미래(csmedia@chosun.com)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를 섭외해 사회적 기업 토론회에 초대하겠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의미와 방향을 다시 생각해보는 이번 설명회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 기다리겠습니다. ●일정: 11월 19일 예정(확정된 일정과 장소는 다음호에 공지됩니다.) ●신청 방법: 이름·연락처·신청 이유를 간략히 적어 메일을 보내주세요. 선정되신 분에 한해 개별연락을 드립니다. ●참가신청

[NGO 단신] ‘심장병 예방 그린하트 워킹페스티벌’ 외

‘심장병 예방 그린하트 워킹페스티벌’ 올림픽공원서 30일에 열려 사회복지법인 한국심장재단과 사단법인 한국워킹협회가 주최하는 ‘심장병예방 그린하트 워킹페스티벌’이 30일(토)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피크닉광장에서 열린다. 총 5㎞의 올림픽공원 산책로를 걸으며, 1:1 걷기자세측정·건강검진·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 교육·그린장터 등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워킹협회(www.walkingkorea.com) 홈페이지에서 접수하며 당일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참가비는 무료이다. ‘HOPE 프로젝트’도서·운동화 함께 나눠요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미지센터와 하이원 리조트는 ‘희망의 도서관 프로젝트’와 ‘희망의 운동화 나눔축제’를 합친 ‘HOP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희망의 도서관 프로젝트는 빈곤국가청소년을 위한 도서관을 만드는 것으로 작년 캄보디아에 이어 올해는 네팔에 2호 도서관을 설립한다. 중고책이든 새책이든 기증할 영문도서를 30일까지 미지센터(www.mizy.net)로 보내면 된다. 희망의 운동화 나눔축제는 운동화에 그림을 그려서 빈곤국가 청소년들에게 전달하는 행사로 28일부터 31일까지 청계광장에서 만들어진 운동화를 전시한다.

“사회발전을 위해 일하는 경영학도를 양성한다”

네덜란드 노매즈 학교 한동안 외국 경영대학원(MBA)은 출세의 지름길이었다. 외국대학의 경영학 석사학위만 있으면 컨설팅 회사나 투자 회사에 취직해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학교 입학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에 1000만원씩 쓴다는 소식도 들렸다. 하지만 유럽, 미국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기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해 일하는 경영학도를 양성하는 학교가 등장해 많은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1991년 덴마크 오르후스에서는 사회적 혁신을 추구하는 청년 기업가들을 키우기 위한 카오스필로츠(KaosPilots)가 생겼고, 창의성을 바탕으로 여러 산업 분야를 접목한 스웨덴의 하이퍼아일랜드(Hyperisland), 남아공의 베가스쿨(Vegaschool) 등이 생겼다. 이 학교 중 가장 최근에 세워진 네덜란드 노매즈(Knowmads) 학교가 창의성을 주제로 열린 2010 서울청소년창의서밋에 초청받아 한국을 찾았다. “우리 교육의 목적은 보고서를 잘 쓰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매즈 학교의 교장 피터 스핀더(Pieter Spinderㆍ43)씨는 창의적 기업가 양성에 관심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열린 워크숍 첫날에 노매즈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7개의 다른 나라에서 온 14명의 노매즈 학생들은 그가 따온 여러 회사의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한다. 스핀더씨는 얼마 전 수행했던 네덜란드항공(KLM)의 경영 전략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회사 임원들은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의 결과물보다 노매즈의 것에 더 만족해했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의 이유로 그는 무엇보다 자율적인 학교 분위기와 거기서 만들어진 창의적이고 공익적인 아이디어를 꼽았다. 실제로 8일 동안 진행된 워크숍 기간 내내 참여자들은 특별한 교재나 교수법 없이 그들이 가져온 여러 실생활 문제를 가지고 서로 토론하며 고민을 해결해 나갔다. 충남대학교 박세상(25)씨는 자신이 하고

국내 유일의 소년 교도소… 김천교도소 프로젝트 ‘연’

공동 창작의 과정에서 서로 간의 신뢰·책임감을 배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며 자기를 되돌아보고 성찰하게 돼 뮤지컬로 12월 무대 오를 예정…무대 경험으로 자신감 되찾을 것 한 번 범죄로 인생이 끝나지 않도록 사회가 아이들을 도와야… 추석 연휴가 하루 지난 9월 27일 10시. 국내 유일의 소년 교도소인 김천교도소를 찾았다. 19세 미만의 소년범죄인 대다수는 보호처분을 받아 소년원 등에 수용된다. 하지만 징역 또는 금고형의 형사처분을 받으면 이곳 소년 교도소에 수감된다. 취재 수첩과 볼펜, 카메라를 제외한 모든 개인 물품을 맡기고서야 소내로 입장이 가능했다. 낯선 긴장감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선 강당은 뜻밖에도 청소년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19명의 청소년은 의자에 나란히 앉아 뮤지컬의 극본을 만들고 있었다. ‘프로젝트 연’의 이유정(44) 대표는 칠판에 크게 ‘내가 가고 싶은 곳’이라고 썼다.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곳을 생각할 때의 마음을 말해주세요.” 수의(囚衣)를 입은 아이들이 잠시 주저하더니 곧 목소리를 높였다. “들뜬다” “편안하다” “행복하다” “그립다” 유정씨는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감정을 칠판에 적었다. 그리고 다시 질문이 이어졌다. 어떤 색깔·소리·사람·냄새·사물이 떠오르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가고 싶은 곳의 이미지를 끌어냈다. 네온사인에 있는 파란색. 차를 타고 달릴 때의 바람소리·동생 냄새·가족…. 질문과 답이 한참 오가는 사이 칠판이 가득 찼다. 유정씨의 표정이 만족스럽다. “방금 여러분들이 한 얘기가 뮤지컬의 각본이 될 거예요.” 수업 내내 아이들을 지켜보는 황영복(55) 교위의 표정에서도 웃음이 지나간다. “아이들이 뮤지컬을 배우기 시작한 지 5주가 됐어요. 전에 무용수업을 할

설비·제품·사원… 회사 전체가 ‘친환경 체질’로

오비 맥주 ‘그린 세이빙 프로젝트’ 친환경 제품을 표방하는 제품은 많다. 하지만 ‘친환경’을 제품 생산의 전 과정에서 구현하는 제품은 많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오비맥주의 도전은 눈여겨볼 만하다. 오비맥주는 올 3월부터 ‘그린 세이빙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생산공장의 설비를 친환경 설비로 교체하고 맥주 제조공정을 개선해 이산화탄소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였다. 광주공장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의 진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대형 벙커C유 보일러를 소형 가스보일러로 교체하고 보일러 연료를 친환경LNG로 교체했다. 고효율 공기압축기와 같은 친환경 녹색설비들도 설치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지난 6개월간의 실적은 놀라웠다. 약 2억4000만원의 에너지 비용이 절감되었고 공장 내 열 발생은 종전보다 7%가량 줄었다. 전기 사용량도 4% 이상 감축했다. 광주공장은 이에 멈추지 않고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방출량을 35% 절감한다는 목표를 가다듬고 있다. 생산설비에서 시작된 변화는 제조공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른바 ‘환경 친화적인 맥주’ 생산을 위한 친환경 공법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종전보다 20~30% 가벼운 경량병을 포장재로 사용하고 병뚜껑의 두께를 축소하는 한편 재활용 포장재 사용을 활성화했다. 생산설비와 제조공정을 바꾸는 것이니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회사 구성원들 간의 소통이 필수적입니다.” 변형섭(44) 이사가 전달하는 사내에서의 노력들은 친환경을 회사의 체질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공장별로 에너지 절감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가벼운 이벤트부터 시작해서 현장 작업자를 대상으로 에너지 절감교육을 실시하고 에너지 누수방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입체적인 노력은 사회공헌 사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오비맥주는 모래와 자갈뿐인 몽골에서 ‘몽골 희망의 숲’

英은 동네 가게서도 팔아, 韓에선… “공정무역이 뭐예요?”

우리나라 공정무역 현황 공정무역 제품을 사기 위해 지난 9일 오전 은평구의 한 대형 할인점을 찾았다. 2시간 동안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식품 관련 코너를 돌며 찾은 공정무역 제품은 딱 하나. 한국 YMCA에서 동티모르 평화재건과 커피 농가의 수익창출을 위해 들여온 ‘피스커피’뿐이었다. 공정무역 제품이 또 있느냐는 질문에 점원은 “공정무역이요?”라고 되물었다. 석달 전, 취재차 영국을 찾았을 때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테스코(TESCO)나 세인즈베리(Sainsbury) 같은 대형 할인점에는 공정무역 인증마크가 붙은 커피와 차, 초콜릿 등이 소비자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돼 있었다. 막스앤스펜서(Marks&Spencer)는 대형 수퍼마켓으로는 처음으로 커피와 차 제품을 모두 공정무역 상품으로 바꿨다. 공정무역 라벨이 붙지 않은 상품은, 아예 판매조차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심지어 조그만 동네 가게에서도 공정무역 제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영국 내 489개의 도시가 ‘공정무역’도시로 인정받았다는 외신을 봤을 때는 실감 나지 않았던 공정무역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공정무역의 역사는 1946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시민단체 텐사우전드빌리지(Ten Thousand Villages)가 푸에르토리코산 손바느질 상품을 구입한 것을 기원으로 본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공정무역’의 이름을 달고 상품 거래가 이루어진 것은 1950년대부터다. 거래 규모가 늘어나자, 1997년에는 공정무역상표협회(Fairtrade Labelling Organization)가 설립됐고, 2002년부터는 커피, 차, 바나나 등 농산물에 대한 공정무역 상품 인증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해 FLO의 인증을 받은 상품은 1만9000여개, 전 세계 판매액은 34억유로(5조30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공정무역의 시초는 2003년 9월 ‘아름다운가게’가 동남아시아에서 들여온 수공예품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아름다운가게의 공정무역 커피는 매년 300%의

CSR보고서 작성 ‘두 가지 덕목’

정직… 부족한 부분도 투명하게 알리고 경청… 이해관계자 의견 세심하게 들어야 잘 작성된 CSR 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사회 책임 활동을 돌아보며 부족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통해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CSR 보고서를 통한 이해관계자 소통이 핵심이다. 즉 소비자, 투자자, 지역사회 등 주요 이해관계자로부터 CSR 활동에 대한 다양한 의견, 평가, 조언, 요구 등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 잘 ‘들을’ 때, 기업의 CSR 활동의 의의와 성과에 대해서도 잘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이해관계자 소통을 위한 기본은 바로 ‘정직’이다. 환경, 사회, 공정하고 윤리적인 공급망 관리 등 CSR 활동에 대한 데이터를 정직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잘 하고 있는 활동’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하고 있는 것, 부족한 것 모두 투명하게 보고하는 것이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기업이 부족한 부분, 숨기고 싶은 정보에 대해서도 정직하게 소통할 때 이해관계자 역시 무조건적으로 비난보다는 지속적으로 보완과 개선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주목해 건강한 감시자 역할을 수행한다면 CSR의 보완과 발전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효과적인 이해관계자 소통을 위해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상당수의 기업이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없이 자사의 CSR 활동을 열거하며 홍보하기에 급급할 때가 많다. 지역사회 내 설문지를 돌린다거나 고객민원실로 들어오는 클레임에 대한 분석 정도로 그치는 경우도 많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