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7일(화)
‘난민제도 국제법 수준으로’ 독립된 난민법 발의에 기대

김종철 변호사 기고

한국이 난민협약에 가입한 지 10년 만에 최초의 난민으로 인정한 사람은 어디 있을까. 수소문을 해보니, 그는 유럽에 있었다. 한국에서 살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출입국 관리법을 살펴보면,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한국의 난민제도는 국제적인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난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과, 출입국을 통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데도 똑같은 정신으로 운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이 지난 5월 대표 발의한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안’은 한국의 난민 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되 독립된 난민법형식으로 담아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의 ‘난민 제도’에는 두 가지 큰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난민 신청자에게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입증을 요구하고 난민인정절차에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는 난민신청자에게 합당한 사회적 처우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난민들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 맨손으로 탈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잘못된 판단으로 본국으로 돌아갈 때, 치명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개정안에서는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그 입증 정도를 낮추고, 난민 인정 절차에 있어 최소한의 적법 절차(due process)를 지키도록 했다. 인터뷰를 할 때 자격을 갖춘 통역인으로 하여금 통역을 하도록 하였고, 인터뷰에 신뢰하는 자가 동석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했으며, 난민신청자가 인터뷰 내용이 기록된 조서를 확인하고 그 조서를 복사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난민신청자의 사회적 처우를 개선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그동안 취업을 금지시키면서 주거와 생계에 대해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은 것과 난민신청자가 장기구금되는 문제를 개선했다. 난민신청자에게 생존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난민을 사실상(de facto) 강제송환하는 결과를 낳는다. 개정안은 난민신청자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되 난민인정절차가 6개월이 지나도록 종료하지 않은 경우 취업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 6월 난민의 날 기념으로 일본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난민 세미나에서 개정안을 소개했다. 일본 의회 의원들을 비롯한 수백명의 활동가들은 일본 난민제도를 참조해 난민제도를 만들었던 한국이, 20년 후 일본보다 앞선 독립된 난민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놀라워했다. 난민협약이 만들어진 지 50년, 한국이 최초의 난민을 인정한 지 10년이 되는 내년에 위 법안이 통과돼, 한국의 난민들이 제대로 보호받고 한국이 국격에 걸맞은 국제사회의 책임을 다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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