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임팩트 자본, 미래는 ‘교차점’에 있다 [AVPN 2025]

[인터뷰] 둔 다바르(Dhun Davar) AVPN 프로그램 총괄 겸 부대표

“기후, 보건, 성평등은 각각 독립적 주제이면서 동시에 긴밀히 연결돼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이 교차점을 이해하는 일이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홍콩에서 열린 ‘AVPN 글로벌 콘퍼런스 2025’ 현장에서 만난 둔 다바르(Dhun Davar) AVPN 프로그램 총괄 겸 부대표(Chief of Programmes & Deputy CEO)의 말이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홍콩에서 열린 ‘AVPN 글로벌 콘퍼런스 2025’에서 둔 다바르(Dhun Davar) AVPN 프로그램 총괄 겸 부대표(Chief of Programmes & Deputy CEO)가 발언하고 있다. /AVPN

세인트 자비어 칼리지(St. Xavier’s College)에서 경제학 학사, 런던정경대학교(LSE)에서 개발학 석사를 취득한 그는 20여 년간 임팩트와 필란트로피 분야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에서 사회적 임팩트·필란트로피 아시아·태평양 총괄과 글로벌 사회금융 총괄을 맡아 약 4000만 달러(한화 약 552억원) 규모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며 임팩트 투자, 블렌디드 파이낸스, 성과기반 금융을 주도한 인물이다.

또한 인도 뭄바이의 저소득 지역에서 보건·교육·생계 지원 사업을 펼치는 비영리 조직 ‘아프날라야(Apnalaya)’ CEO, 국제 NGO VSO 잠비아 모니터링·평가 자문관, 핸드 인 핸드 인디아(Hand in Hand India) COO, 가이드스타 인디아(GuideStar India) 컨설턴트 등을 거치며 다양한 비영리 현장 경험을 쌓았다.

올해 7월부터는 AVPN 리더십 팀에 합류해 프로그램 총괄과 전략 수립을 맡고 있다. 그는 “공공·필란트로피·민간 금융의 역할을 임팩트 중심으로 새롭게 상상해야 한다”며 “사람과 지구를 위한 활동의 핵심은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더나은미래>가 둔 다바르 부대표를 만나 아시아 임팩트 생태계와 AVPN 전략을 물었다.

지난 10일, 둔 다바르(Dhun Davar) AVPN 프로그램 총괄 겸 부대표가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는 모습. /홍콩=김규리 기자

― AVPN은 기후, 젠더, 보건·영양, 청년 등 여러 의제를 다루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분야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모든 분야가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 영역 간의 ‘교차점(Intersection)’을 이해하는 일이다. 기후, 보건, 성평등은 각각 독립적인 주제이지만 동시에 긴밀히 연결돼 있다. 기후 위험은 곧 보건 문제와 맞닿아 있으며, 취약계층, 특히 여성과 소녀들에게 불균형적 영향을 미친다. 의제를 따로 떼어 볼 수 없는 이유다.”

― 부대표이자 리더십 팀의 일원으로서 AVPN이 임팩트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세 가지 축을 두고 있다. 리더십, 자금조달, 그리고 교차점이다. 교차점은 앞서 말했듯 의제를 함께 바라보는 관점이고, 리더십과 자금조달은 이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이다. 보건 분야를 예로 들면, 리더십 차원에서는 기금 제공자와 리더들의 연합을 구축해 보건·영양 같은 핵심 의제에 자금과 관심을 모으는 시도가 필요하다. 자금조달 측면에서는 기후 변화로 새롭게 부각된 보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클라이밋 헬스 라이트하우스(Climate Health Lighthouse)’ 이니셔티브를 출범했다. 이는 단순한 지원 사업을 넘어, 현지 주도형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기후·보건 교차점에서 지속 가능한 해법을 모색하는 실험적 이니셔티브다. 앞으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묶는 실천공동체(CoP)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0일, <더나은미래>와 만난 둔 다바르(Dhun Davar) AVPN 프로그램 총괄 겸 부대표의 모습. /홍콩=김규리 기자

― ‘자본을 아시아의 임팩트로 이끈다(Moving capital towards impact in Asia)’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실제 아시아 자본 흐름은 어떤 상황인가.

“여전히 쉽지 않은 환경이다. 우리는 자본이 임팩트로 흘러가도록 집중하고 있으며, 기후·성평등·보건 등 아시아 지속가능 발전의 핵심 의제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도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자본 제공자와 현장 조직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AVPN은 이를 위해 ‘풀드 펀드(Pooled Fund)’를 운영한다. 재단·기업·패밀리오피스 등 다양한 자본 제공자가 자금을 모아 공동으로 집행하는 구조다. 위험은 분산되고 임팩트는 커진다. 기금 설계부터 집행, 모니터링, 평가, 보고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수행해 책임성과 투명성도 높인다. 여성 경제적 역량을 지원하는 ‘아시아 젠더 이퀄리티 펀드(AGEF)’, 산모·신생아·아동 건강 개선을 위한 ‘MNCHN 펀드’가 대표적 사례다.

― 임팩트 자본 확대의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이라고 보나.

“혁신적 솔루션을 발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문제 해결 과정에서 교차점을 함께 살펴보는 것도 과제다. AVPN은 현장의 임팩트 조직과 협력해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공모를 통해 솔루션을 발굴해 제안서를 분석한다. 최근에는 AI 같은 도구를 활용해 어떤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울지 평가하기도 한다. 아시아에는 우수한 비영리단체와 사회적기업이 많지만, 규모가 작거나 가시성이 부족해 자금 제공자들의 눈에 띄지 못한다. 이 격차를 메우는 것이 AVPN의 역할이다.”

― 이번 홍콩 콘퍼런스의 주요 성과는 무엇인가.

“지원 단체 발표가 가장 큰 하이라이트였다. 많은 노력과 심사 끝에 선정된 조직을 조명하는 순간이었다. 기후·보건, 아시아 성평등 펀드, 청년·지역사회 회복력 프로그램 등 다양한 단체가 무대에 올랐다. 현장의 혁신을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보고서 출간도 의미가 크다. AVPN은 콘퍼런스 기간 중 ‘기후와 보건을 위한 자본의 잠재력 발굴: 아시아 투자 지형(Unlocking Capital for Climate x Health : The Investment Landscape in Asia)’ 보고서를 내고, 지역사회 참여, 성평등, 노동 전환, 사회적 보호를 아우르는 모델을 제시했다. 지식은 모두가 공유해야 할 공공재다.”

콘퍼런스에서는 AVPN 펀드의 지원 단체 발표 세션도 열렸다. ‘라이트하우스 펀드(The Lighthouse Fund)’에서는 다섯 개 조직이 지원 단체로 소개됐다. 데이터와 기술로 시민 참여를 촉진하는 인도의 ‘시빅데이터랩(CivicDataLab)’, 폐기물 재활용과 교육을 결합한 ‘친탄(Chintan)’,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는 인도네시아의 ‘쿰풀(KUMPUL)’, 드론 기술로 보건·재난 대응을 혁신하는 ‘소라 테크놀로지(SORA Technology)’, 보건 시스템 전반을 강화하는 글로벌 기구 ‘클린턴 보건 접근 이니셔티브(CHAI)’가 이름을 올렸다.

― 다바르 부대표가 생각하는 ‘더 나은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포용적 발전이 이뤄지는 세상이다. 경제적 회복력이 확보되면서도 취약 계층의 필요와 리더십이 반영되는 미래, 사람과 지구의 요구를 함께 고려하는 사람 중심 접근이 자리 잡는 미래가 곧 ‘더 나은 미래’라고 생각한다.”

홍콩=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