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성의 IT 취업 돕는 ‘엠파워허’…교육에서 일자리까지 잇다

경력단절·비전공 여성에 첫 디지털 진입로 제공, 교육·인턴십 연결로 80% 현장 진입
한국사회투자·AVPN, 아시아 여성 역량 강화 모델 확산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코딩을 배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제 목소리를 찾고, 같은 목표를 가진 여성들과 연결되며 ‘나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된 과정이었어요.”

올해 인도 여성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 ‘엠파워허(EmpowerHer)’에 참여한 강가 바바니 반타쿠(Ganga Bhavani Vantaku) 씨가 전한 소감이다.

인도는 올해 세계 4대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 인도 노동력 조사(PLFS)에 따르면 여성 노동참여율은 41.7%로 남성(78.8%)보다 37.1%포인트 낮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는 격차가 더 뚜렷하다. 유네스코 글로벌 교육 모니터링팀(GEM)은 인도 여성 STEM 졸업 비율이 43%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실제 관련 직무 종사율은 27%에 그친다고 지적한다.

◇ 취약 여성 위한 디지털 교육, 인도로 확장되다

한국사회투자가 운영하는 ‘엠파워허’는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기술 비전공자, 경력단절여성, NEET(비교육·비고용·비훈련) 여성 등 교육 접근성이 낮은 여성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술 교육과 인턴십 기회를 제공해 정보통신(IT) 분야로의 진입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엠파워허’ 2차 연도 홈페이지의 모습. /마사이 스쿨 홈페이지 갈무리

이 프로그램은 2023년 AVPN의 ‘아시아 성평등 펀드(Asia Gender Equality Fund)’를 기반으로 출발했다. 샤넬재단(Foundation CHANEL),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타겟재단(Target Foundation)이 사업을 주관하며, 한국사회투자는 아시아 8개 수행기관 가운데 유일한 한국 기관으로 선정됐다.

1차 연도에는 한국 내 경력단절 여성과 경력 미보유 여성을 대상으로 2개월 교육과 3개월 인턴십 과정을 운영했다. 디지털 마케팅, 온라인 광고·홍보, 디지털 상담 등 다양한 직무 교육이 이뤄졌고 305명이 참여했다. 25명이 인턴십을 경험했고, 이 중 12명이 인턴십 연장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전체 취업률은 52%를 기록했고, 교육·인턴십 만족도는 4.4점(5점 만점)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한국사회투자 관계자가 현지 개발자 교육기관 ‘마사이 스쿨(Masai School)’ 관계자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마사이 스쿨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진행된 2차 연도부터는 사업 무대를 인도로 옮겼다. 한국사회투자는 현지 개발자 교육기관 ‘마사이 스쿨(Masai School)’과 협력해 교육 기간을 5개월로 늘리고, 3개월 인턴십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웹 개발·프론트엔드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뤄졌으며, 인턴 매칭을 위한 1:1 멘토링도 제공됐다. 목표치(460명)를 크게 웃도는 572명이 참여했다. 참여자 74%가 중소 도시·농촌 출신이었고 88%가 기술 비전공자였다. 71%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생애 첫 전문 기술 교육을 받았다.

◇ 교육 수료자 80% 인턴십 참여, “여성들의 기술 진입 장벽 더 낮춘다”

현장에서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5개월 교육을 수료한 83명 중 66명(약 80%)이 인턴십에 참여했다. 9명은 무급 인턴십에서 유급 인턴십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엠파워허’ 2차 연도에 참가한 인도 여성들의 모습. /마사이 스쿨 홈페이지 갈무리

참가자들은 “기술을 배운 것보다 자신감을 얻은 것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프리야 트리파티(Priya Tripathi) 씨는 “기술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며 “IT 기업 배치가 확정되어 자랑스럽고, 앞으로의 일들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 전공자였지만 졸업 이후 일자리를 찾지 못했던 파드미니(Padmini) 씨도 수료 이후 IT 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엠파워허는 제 삶을 바꾼 경험”이라며 “노력과 기회를 함께 얻는다면 누구나 기술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전다.

지난 7월 시작해 내년 6월 종료 예정인 3차 연도 프로그램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중심으로 한 웹 개발자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AI 분야 학습 수요가 급증하면서 프로그램 고도화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지원자는 1614명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고, 이 중 522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이순열 한국사회투자 대표는 “한국에서의 성공에 이어 인도 사업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아시아 여성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의 중요성과 효과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3차 연도에는 AI 분야까지 확장해 더 많은 여성들이 미래 기술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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