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과로사라고 했다. 황망한 마음에, 대학 졸업 20년 만에 동기들 대부분이 장례식장에 모였다. 꽤 이름난 IT기업에 다녔건만, 상가는 썰렁했다. “요즘엔 회사 동료들이 자기 부서 외엔 거의 챙기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대학교수인 한 친구는 “요즘 구내식당에서 밥 먹는 청년들 셋 중 하나는 혼자 먹는다”며 “대학 내의 공동체가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대학생들이 외고나 자사고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으며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다. 10년 동안 거의 왕래가 없었던 친구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주말 내내 몇 시간 동안 상가에 죽치고 앉아있는 것이. ‘젊은 시절의 경험을 공유한 공동체’인 우리의 정체성과 소속감은 상상보다 훨씬 컸다. 친구가 단톡방에 글을 남겼다. “동기들 위로가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고. 일찌감치 경쟁에 노출된 채, 공동체와 연대의식을 배우지 못한 딸아이가 걱정된다. “사냥하러 간다”던 인천 초등생 살해범, “시끄럽다”며 아파트 외벽 작업 중인 밧줄을 끊어버린 사건 등 이런 사례는 더 나올 것이다. 어른인 우리의 책무는 분명하다. 이곳을 살 만한 공동체로 만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