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서 지방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지방특별시 포럼’이라는 이름 아래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성수동의 임팩트 커뮤니티를 이끌어온 루트임팩트와 공동 주최한 이번 모임은 지방 도시 커뮤니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첫 지방특별시 포럼은 지난해 6월 대전에서 이틀 동안 진행됐다. 포럼은 ‘이해관계자 연결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전국 각지의 기업, 대학, 지방자치단체, 투자사, 창업 생태계 지원 기관, 언론 관계자 등 100여 명이 모였다. 이는 주제처럼 지방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시작점이 됐다. 이후 매달 진행된 스터디와 답사 등의 활동을 통해 이 모임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커다란 지방 도시 커뮤니티로 발전해 왔다.
다음 포럼은 11월에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이번 모임의 주제는 ‘100개의 제안’이었다. 포럼 구성원들은 지방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각자의 실천 방안을 제시하며,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실행과 협력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더불어 지방 도시 커뮤니티의 비전을 함께 그려보며, 서로 깊이 연결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지방소멸은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중요한 담론이지만, 그 해결 과정에서 효능감을 느끼기 어려워 어느새 지루한 주제가 되어가는 듯했다. 문제의 규모와 복잡성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함께 논의하고 협력해야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청년과 중장년이 함께하지 못했고, 지방 도시 간의 연결도 부족했다. 또한 산업, 대학, 금융, 언론, 행정 등 지방 도시 지속가능성에 필수적인 핵심 분야들이 하나의 장으로 모여 협력하는 일도 드물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방특별시 포럼은 새로운 가능성과 에너지가 모이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방특별시 포럼에는 지방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깊은 관심을 가진 다양한 세대와 지역,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였다.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핵심 주체들이 한자리에 함께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우리는 앞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지방 도시 커뮤니티’를 구축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여름, 포럼 구성원들과 함께 포항을 다녀왔다. 포항은 다음 세대가 이곳에서 살며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멋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특히 포항 기업혁신파크는 양질의 일자리, 교육, 정주 여건이 한데 어우러진 클러스터로, 도시가 지향하는 통합적 발전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통합적 발전의 배경에는 지자체, 기업, 대학이 긴밀히 협력하며 발휘한 통합적 리더십이 있었다. 이 사례는 지역 내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하나의 커뮤니티를 구축할 때, 그 커뮤니티가 해당 지역의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포항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지방도시에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지역 벤처투자 규모는 현재 1조 원에서 2027년까지 2조 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자금이 과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각 지역의 산업 특성에 맞춰 어느 산업에, 어느 단계에, 어느 규모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지, 그리고 LP와 GP로 누가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기획과 운영이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해 자금 운용의 효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비수도권 14개 광역지자체의 펀드 담당 공무원들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 커뮤니티를 통해 각 지역의 성공 사례와 교훈을 공유하고, 담당자들의 기획 및 운영 역량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이들의 업무 중요성을 공론화할 수 있다면 지역 벤처투자의 효과성을 크게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지역 벤처투자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분야에서도 유의미하다.
포항의 사례와 지역 벤처투자의 사례처럼, 우리는 지역 내부의 주요 분야를 연결하는 커뮤니티와 주요 분야를 지역 간에 연결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각 지방 도시의 다양한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도시 간 강력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면, 지방 도시의 지속가능성이 더욱 강화되어 새로운 발전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또한 지방소멸, 저출산, 높은 자살률 등 한국의 사회 문제는 공동체 약화라는 본질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지방 도시 커뮤니티 구축은 지방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의 연결성과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요즘 지방 도시 여행이 나의 새로운 취미가 됐다.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방 도시를 방문해 그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을 만나 그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너무 즐겁다. 같은 미션을 공유하며 서로 다른 전문성과 관점을 지닌 포럼 멤버들과 함께 여행하다 보니 즐거움은 배가 된다. 특히 이전에는 서로 알지 못했던 포럼 구성원들과 지방 도시의 변화를 이끄는 분들이 만날 때, 새삼 연결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예전에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을 참 좋아했는데, 어쩌면 우리의 여행이 그보다 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각 지역의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같은 미션을 공유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선다.
앞으로 우리는 전국의 지방 도시 곳곳을 여행하고자 한다.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말에서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이유는 아직 지역이라는 공간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은 우리가 이 문제를 이해하고 학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서로 다른 지역과 분야를 연결하는 우리만의 일하는 방식이다. 이 즐겁고 의미 있는 여정에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지방 도시 커뮤니티는 이제 시작됐다.
정원식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심사역
필자 소개 글로벌 기후위기와 한국의 인구위기 해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임팩트 투자사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에서 심사역으로 일하며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고,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Global Shapers Community에서 활동하며 지방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지방특별시 포럼’을 주최하고 있습니다. KAIST 물리학 학사, KAIST K-School에서 기술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대학원 과정 중 프랑스 그랑제꼴 Polytechnique와 HEC의 기업가정신 공동 석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학부생 시절, 도서산간 지역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단체 ‘여행하는 선생님들’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