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들을 끌어당기는 서울의 중력은 해마다 강해지고 있다. 10대는 더 나은 교육 기회를 찾아, 20대는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을 향한다. 개인의 선택만 놓고 보면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 선택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지역에는 구조적인 공백이 생긴다. 지역 대학은 존폐의 기로에 서고, 지역 기업은 함께 성장할 청년 인재를 찾지 못한 채 고립된다.
이 흐름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 진학 연령 인구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2040년이 되면, 대학 입학 가능 인원과 수도권 대학 정원이 거의 같아진다. 지금과 같은 구조가 유지된다면, 많은 이들이 목표로 삼아온 ‘인서울’이 역설적으로 거의 모두에게 가능해지는 상황에 다다를 수 있다. 서울의 중력을 불가피한 흐름으로만 받아들일 경우, 지역 불균형과 인구 구조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더 기이한 양상으로 드러날 것이다.
서울의 중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좋은 교육 기회와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청년 인구의 55%가 정주하고 있다. 생활인구 기준으로는 이 비율이 60%를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단순 인구 밀도만 보더라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10배 이상이다. 기회가 사람을 부르고, 사람이 모이며 네트워크 효과가 생긴다. 이 위에 다시 새로운 기회가 덧붙여지면서, 이 순환 고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 단단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은 정말 비어 있는가. 대전만 보더라도 대학이 18곳에 이르고,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을 포함한 지역 생태계의 주체들이 비교적 촘촘히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지역 청년들은 같은 공간에 흩어져 있는 또래 청년들, 그리고 지역 생태계의 다양한 주체들과 충분히 연결되지 못한 채 서울의 중력에 끌려간다.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지 않은 것이다.
성장을 지향하는 청년들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는다. 처음에는 지역 안에서 이를 찾으려 하지만, 곧 서울을 오가게 된다. 왕복의 빈도는 점점 잦아지고, 일부는 결국 거처를 옮긴다. 만약 이들이 지역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나고, 지역 생태계와의 연결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면, 서울의 중력에도 쉽게 뽑히지 않는 저항력, 곧 뿌리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지역에서 시작하는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이음 펠로우십’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약 6개월 동안 10~15명의 지역 청년들이 한 기수로 모여 지정학, 한국 사회, 지역, 임팩트, 인공지능(AI), 기업가정신, 리더십 등을 공동의 질문으로 삼아 토론한다. 서로를 알아가며 팀을 이루고, 지역 안에서 실제 문제를 정의해 해결을 시도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다. 이음 펠로우십은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가 아니라, 질문하고 실행하는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는 지역 청년들에게 애정을 가진 ‘좋은 어른’들이다. 이들은 가르치기보다 영감과 네트워크를 제공하며, 청년들이 서로 연결돼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청년들은 지역 안에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감각을 획득한다.
3년가량의 시간이 쌓이면 한 지역에 약 100명의 청년이 누적된다. 이들은 느슨하지만 지속적으로 연결되며, 이 연결은 지역 생태계의 다양한 주체들로 확장된다. 확장된 연결은 다시 청년들의 성장을 가속하고, 개인의 변화는 점차 지역 생태계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것이 이음 펠로우십이 세우고 있는 핵심 가설이다.
이음 펠로우십은 2025년 초 대전에서 시작됐고, 올해는 부산과 포항으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방 도시의 가능성을 잇는 실천 지식 플랫폼 ‘지방특별시포럼’을 통해 이미 연결돼 있던 지역의 ‘좋은 어른’들이 있었기에 대전에서의 출발도 가능했다. 여기에 공감한 지역 기업들까지 하나둘 참여하며, 지역 안에서 새로운 연결의 실험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음 펠로우십을 운영하며 확인하게 되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역에는 이미 훌륭한 청년이 있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좋은 어른이 있으며, 오랜 시간 축적된 생태계의 토대가 존재한다. 부족한 것은 자원이 아니라 연결이다.
‘연결하라, 그러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다.’
이제는 흩어져 있던 이들을 하나의 구조로 엮어낼 차례다. 지역의 좋은 어른들이 먼저 연결되고, 그 연결이 청년들을 잇고, 다시 지역 생태계로 확장될 때 지역에는 단단한 뿌리가 생긴다. 이음 펠로우십의 여정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필자 소개
임팩트 투자자로서 사회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에서 재생에너지, 순환경제, 탄소포집, 수처리 등 기후테크 분야에 투자하고 있으며, Asia Impact Nights를 개최해 아시아 임팩트 투자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지역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지방도시의 가능성을 연결하는 실천 지식 플랫폼 ‘지방특별시포럼’과 지역 청년 인재 양성 커뮤니티형 학교 ‘이음 펠로우십’을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