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더 나은 미래를 떠나며…

2012년 3월 편집장을 맡아 호기롭게 달린 지 6년이 됐습니다. ‘좋은 뜻’만 품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더나은미래라는 공익 섹션이 필요 없는 날이 되는 게 내 소원”이라는 이야기도 자주 했습니다. 이제 그 짐을 내려놓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는데, 막상 닥쳐오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돌이켜보니 감사할 일이 많았습니다. 팀원이 많지는 않았지만, 모두 ‘공익’이라는 재미없고 딱딱하고 관심 없는 이슈를 어떻게 하면 한 명한테라도 더 알릴까 고민하던 정예 부대였습니다. 이런 팀워크로 일하는 게 저에게는 더없이 큰 행복이었습니다. 공익 분야에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 것도 행운이었습니다. 자본의 논리에 맞지 않아도,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정말 가치 있는 일에 열정을 다해 헌신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강퍅했던 제 성격도 점점 더 따뜻해졌습니다. 2016년 2월 더나은미래는 리더십이 바뀌는 과정에서 존폐 위기도 겪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고난을 통해 저는 사회적으로 목소리가 약한, 억울한 사람들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편집장을 넘어 매체를 경영하는 간접 경험 또한 덤이었습니다. 그 사이 네 살이던 둘째 딸은 열 살이 되었습니다. 워킹맘으로서 일할 수 있고, 밥벌이할 수 있게 해준 더나은미래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더나은미래를 통해 부족하지만 아주 조금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기사 잘 봤다”는 그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고, 기사 덕분에 도움받은 사람과 제도를 접했을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기사로 더러 상처를 주거나 피해를 끼친 적도

[이철영 아크임팩트자산운용 회장] 사회 혁신도 비즈니스로… 임팩트 투자는 현대판 ‘보이지 않는 손’

  ‘한국 자본시장 최초의 100% 임팩트 투자 자산운용사’. 이철영(73) ‘아크임팩트자산운용’ 회장은 올해 큰 도전에 나섰다.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글로벌 임팩트 투자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바슈롬코리아 대표직을 물러난 후 2003년 사회책임 투자(SRI)를 표방한 아크(ARK) 투자자문사를 세운 지 14년 만이다. 진(GIIN), 토닉(Toniic) 등 전 세계의 임팩트투자 네트워크에도 회원으로 가입했다. 도시 재생과 마을 공동체, 환경과 에너지, 빈곤층(BOP) 의료와 금융, 혁신 벤처 창업지원 등 4가지 테마를 주제로 한 펀드도 구성했다. “임팩트 투자야말로 ‘보이지 않는 손’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이 회장을 지난 19일 여의도의 사무실에서 직접 만났다. ―아직 국내에선 임팩트 투자가 생소한데, 회사 이름까지 바꾸고 본격 나섰다.(이 회장은 ‘아크투자자문’이라는 운용사 이름을 ‘아크임팩트자산운용’으로 바꿨다) “지난 14년간 사회책임 투자를 표방하면서도 열심히 하진 못했다. 사회책임 투자와 임팩트 투자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사회책임 투자는 최악의 주식을 스크리닝해서 투자하지 않거나 ESG(환경·사회·거버넌스)를 고려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임팩트 투자는 환경이나 도시 재생, 글로벌 빈곤(BOP) 등 테마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목적 투자다. 소셜벤처 같은 비상장 주식, 실물 자산, 비상장 채권 등에 투자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해온 사회책임 투자에 더해, 앞으로 사회적 목적 투자를 융합할 것이다. 한국에선 자본시장 밖에서 임팩트 투자에 관한 얘기가 많이 오가고 있는데, 우리는 자본시장 내에서 100% 임팩트 투자를 표방하고 있다.”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 이야기를 좀 하겠다. 1983년부터 98년까지 바슈롬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냈고, 그 후 공동회장으로 있다가 2003년 지분을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등산보다 힘든 精算(정산)

한 페이스북 친구가 ‘사업보다 정산이 더 어렵다’는 글을 올리자, 댓글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에베레스트 등반을 다녀온 산악인 엄홍길님이 ‘어느 때가 가장 힘드셨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정산’이라고 하셨단다ㅠㅠ”라는 글부터 “기업이 공동모금회처럼 변해간다” “모두가 공감하는데 바뀌지 않는 이유는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 “적정 수준의 행정이 투입되고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불신사회라서 그렇다. 관급공사에서 디폴트가 ‘을’을 사기꾼으로 생각하고 시작하니…” “행자부 회계지침부터 뜯어고치고 쓸데없이 서류 늘리는 공무원들 없게 정산매뉴얼 만들어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정산 어렵게 하면 사업을 철회할 정도로 압박할 필요가 있다”까지. 분노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다른 한편에선 기획재정부의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한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e나라도움 때문에 사업 못하겠다는 단체도 있어, 입찰 응모단체 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분명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보조금의 투명한 검증이 가능해진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이건 무슨 말일까. 신용카드를 통해 모든 지출을 검증하겠다는 것인데, 입찰 과정에서 이미 1차 서류심사 2차 PT와 면접을 통해 뽑아놓고, 사후엔 ‘사업 담당 기관을 못 믿겠으니 모든 통장 내역을 공무원인 우리가 들여다보겠다’는 식이다. 복지와 문화예술 등 올해 e나라도움이 시작된 현장에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 때문에 겪는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방산비리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차장급 직원이 처남 회사에 200억원어치 용역을 몰아준 뒤 잠적한 사건이 또 발생한 걸 보면, 정부의 고충도 이해할 만하다.하지만 이런 비리사건은 만국 공통으로 생긴다. 다른 점은 사후 처리다. 이 같은 사건이 생기면,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통제와 규제의 강도를 점점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공동체·연대의식’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

친구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과로사라고 했다. 황망한 마음에, 대학 졸업 20년 만에 동기들 대부분이 장례식장에 모였다. 꽤 이름난 IT기업에 다녔건만, 상가는 썰렁했다. “요즘엔 회사 동료들이 자기 부서 외엔 거의 챙기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대학교수인 한 친구는 “요즘 구내식당에서 밥 먹는 청년들 셋 중 하나는 혼자 먹는다”며 “대학 내의 공동체가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대학생들이 외고나 자사고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으며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다. 10년 동안 거의 왕래가 없었던 친구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주말 내내 몇 시간 동안 상가에 죽치고 앉아있는 것이. ‘젊은 시절의 경험을 공유한 공동체’인 우리의 정체성과 소속감은 상상보다 훨씬 컸다. 친구가 단톡방에 글을 남겼다. “동기들 위로가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고. 일찌감치 경쟁에 노출된 채, 공동체와 연대의식을 배우지 못한 딸아이가 걱정된다. “사냥하러 간다”던 인천 초등생 살해범, “시끄럽다”며 아파트 외벽 작업 중인 밧줄을 끊어버린 사건 등 이런 사례는 더 나올 것이다. 어른인 우리의 책무는 분명하다. 이곳을 살 만한 공동체로 만들어줘야 한다. 

비영리 숲을 만드는 미국의 중간지원기관들

‘오버헤드 미스(Overhead Myth)’라는 캠페인을 아는가. 비영리단체 운영비를 둘러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2013년 벌인 대대적인 캠페인이다. 미국의 대표 비영리 중간지원기관인 가이드스타, BBB와이즈기빙 얼라이언스, 채리티 네비게이터 3곳이 함께 뭉쳤다. 이들은 편지를 썼고, 이를 퍼나르도록 했다. 내용은 이렇다. “오버헤드(overhead)라고 불리는 운영비와 모금비만으로 비영리를 평가하지 말자. 그 결과 비영리단체는 운영비를 쓰지 못해 빈곤의 악순환에 빠졌다. 비영리는 오버헤드에 돈을 더 써야 한다. 그 돈은 비영리단체가 원래 목적을 잘 달성하도록 돕는다.” 비영리단체 숫자만 160만개가 넘는 미국에선 이처럼 비영리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는 중간기관이 많다. 정책에 대한 개선 의견도 내고, 시민들에게 비영리를 알리거나 오해를 바로잡는 캠페인도 한다. 비영리를 평가하고 인증하기도 하며, 비영리단체 직원을 위한 교육과 콘퍼런스도 대대적으로 연다. 비영리 숲을 만들기 위해 이들은 때로 치열하게 싸우지만, 공통의 목적 앞에선 한목소리를 낸다. 우리가 배울 점은 없을까. 더나은미래는 최근 한국 NPO 공동회의 ‘미국 NPO 해외연수’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BBB 와이즈기빙 얼라이언스, 인디펜던트 섹터, 가이드스타 3곳의 리더를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BBB 와이즈기빙 얼라이언스 아트 테일러(Art Taylor) 대표 “원래 BBB는 1912년 설립된 기업평가기관이다. 소비자들이 기업에 대한 불만 사항을 홈페이지에 올린 걸 토대로 평가 정보를 구축했는데, 1920년대에 비영리 자선단체도 평가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자선단체는 기업처럼 소비자가 있는 게 아니어서, 다른 평가 기준이 필요했다.”(아트 테일러 대표) BBB 와이즈기빙 얼라이언스(BBB wisegiving alliance)는 홈페이지(Give.org)를 통해 한 해 1만2000개가량의 비영리 평가 리포트를 낸다.

1000만달러 기부왕 된 회장님… “난 행복한 사람”

“‘을지로 최신원’으로 익명 기부할 때가 더 나았지. 얼굴을 드러내고 하니까 부담이 돼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미 내 머리에는 봉사와 기부가 임팩트 있게 콕 박혀버렸는걸.” 최신원(65) SK네트웍스 회장은 이달 초 한국 기부사(史)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세계공동모금회(이하 UWW)가 처음 설립한 초고액 기부 클럽인 ‘1000만달러 라운드 테이블’ 회원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최 회장이 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금액은 37억원이 넘는다. 앞으로 10년 동안 70억여 원을 추가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회삿돈을 활용한 기부금이 아니다. 오롯이 개인 돈이다. 이 멤버는 현재 전 세계에서 32명뿐이다. 마이클 헤이드 UWW 전(前) 리더십위원장 부부(3조 규모의 미 부동산 개발 회사 ‘웨스턴 내셔널그룹’ CEO), 존 렉라이터 UWW 이사회장(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 회장),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재단) 등이다. 이런 과감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이 행복하잖아. 우리 인간이 살아생전에 좋은 일을 얼마나 하고 간다고 생각해요? 전 세계 고액 기부자들과 만나면서 많이 보고 배웠어요. 남을 생각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있더군요. 이번에 제가 상을 받았는데, 일본인과 중국인 등 여기저기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난리였어요. 제가 배웠듯,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보고 배우지 않을까요?” ◇한국 ‘아너 소사이어티’, 중국과 멕시코로 확산   최 회장은 지난 9~12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유나이티드웨이 커뮤니티 리더스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필란트로피 어워드’를 받았다. “Shinwon Choi”라는 이름이 불리자, 뚜벅뚜벅 단상에 오른 그는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32명의 1000만달러 라운드테이블 멤버 가운데, 최신원 회장만 유일하게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기부도 버튼 하나로

‘강릉 산불로 인해 부모님 집이 불타버렸어요. 따뜻한 잠자리를 되찾게 도와주세요.’만약 페이스북에 이런 모금함을 열 수 있다면 어떨까. 미국에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3월부터 개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모금할 수 있도록 기부버튼 범위를 확장했다. 기부버튼은 2015년 비영리단체가 페이스북에서 펀드레이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능으로, 지난해 75만곳 이상이 참여했다. 비영리단체만 허용됐던 이 기능이 개인에게도 열린 것이다. 교육, 의료, 위기 완화, 개인 비상사태, 애완동물 의료 등 6개 항목이 허용된다. 미국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이뿐 아니다. ‘고펀드미(Gofundme)’ 같은 곳은 이미 개인 펀드레이징 시대를 열었다. 자신이 캠페인 페이지를 열고, 이를 가족 및 친구와 공유하고, 사후 피드백까지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워싱턴에서 만난 네트워크포굿(Network for Good) 관계자는 “우리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캐피털원, 기업 임직원 기부 등 개인 소액 모금을 해당 비영리단체에 배분해주는 전문 기관”이라며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직접 펀드레이징을 하는 등 앞으로 개인 기부 시대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했다. ‘사기를 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도 됐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은 플랫폼만 제공할 뿐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규제나 모니터링은 없다고 한다. “도와 달라”는 말에 10달러를 내고 사기를 당해도 그건 개인 몫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신뢰 사회여서일까. 아직 사기 사건이 생긴 경우는 없지만, 개인 모금 활성화와 규제를 둘러싼 논의도 이뤄진다고 했다. SNS가 만들어낸 기부 트렌드다. 이 때문에 SNS 시대에 맞게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콘텐츠에 대한 스터디도 활발하다.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변화 문제, 눈앞에

“제주도 용머리해안에 방문객 출입 통제 일수가 연간 200일이나 됩니다.” 지난 14~15일, 기후변화센터의 ‘기후변화 리더십아카데미 16기’ 회원들과 함께 제주도청을 방문했을 때 환경국장이 해준 말이다. 기후변화 때문에 몰디브 해안만 수몰 위기에 처해 있는 줄 알았는데, 제주도의 해수면 또한 상승 폭이 컸다. 조천호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은 “기후변화가 시리아 전쟁과 연관돼 있다”고 했다. 2010년 러시아 폭염 현상→심각한 가뭄 발생→우크라이나·러시아 등 밀 생산량 대폭 감소→밀 수출 중단→밀 가격 폭등→시리아 정치·경제 불안→IS 등장→유럽 난민 문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기후변화는 농업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한반도 기후가 너무 따뜻해지면서 농사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데도 연속 4년째 풍년인데, 그동안 4년 연속 풍년은 한 번도 없었다”며 “쌀이 남아돌아 골머리를 앓는다”고 했다. 이번 지면의 기획 특집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나서는 다양한 NGO와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변화 문제가 미세먼지를 만나, 태풍급 이슈로 부각했다.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 정부가 보인 암묵적 태도는 ‘선진국보다 앞장서 할 필요 있나’였다. 천연가스 세금이 석탄에 부과된 세금보다 1.6배 더 높다는 점만 봐도, 우리 정부의 우선순위를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 환경 그림을 그릴 때만 해도 생수를 사먹는다는 건 상상 속 이야기였는데 현실이 됐다. 공기를 사서 들이마셔야 한다는 것, 상상하고 싶지 않다.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기부·사회공헌도 ‘진짜’ 잘해야 하는 시대

후배 남편은 책도 펴낸 셰프다. 나누고 싶다는 뜻을 품더니, 기어이 동료 셰프 20명을 모았나 보다. 나에게 SOS를 청했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직접 요리 재료를 사들고 가서 보육원 아이들 맛있는 걸 해먹이고 싶은데, 어떻게 연락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봉사할 보육원 찾기에 나섰다. 수도권인지 지역인지, 보육원 아이들 규모는 몇 명인지, 해당 보육원이 열정이 있는지…. 여기저기 묻고 부탁해서 다행히 연결시켜줬는데, ‘더나은미래’ 편집장으로 지닌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일반 개인이 알아보기엔 참 힘든 구조라고 생각됐다. 지난주에 만난 한 기업 홍보 책임자는 자선 콘서트 때문에 겪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회장님은 자선 콘서트를 많이, 자주 열어서 나눔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데, 표가 안 팔려 실무자들이 온갖 고생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고생스레 모은 기부금을 받은 단체는 홍보조차 도와주지 않고 기부금 사용에 대한 피드백도 아예 없다고 했다. 밖에서 보면 기부나 사회공헌은 참 멋진 일이다. 하지만 내부를 잘 들여다보면, 드러내놓고 말 못 할 사연이 참 많다. 기업 사회공헌 기금 중 일부가 준조세요, 민원 해결형 후원이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다. 비영리 혹은 복지기관에선 기부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관료화로 인해, 실제 원하는 진짜 임팩트를 내기 힘든 경우도 많다. 이렇다 보니 눈먼 돈이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지금까지는 ‘목적이 좋으니, 과정에서 약간 부족함이 있어도 참아주자’는 온정주의가 컸다. 최순실 사태는 이 분위기를 바꿀 것 같다. 기업마다 기부금 집행 과정의 절차적 투명성을 챙기려 노력한다. 사업의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장기기증과 건강보험, 밥벌이의 관료화

얼마 전, 장기기증과 관련된 속 터지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 장기기증 서약자는 123만명. 성인 인구의 2.5%다(미국은 48%, 영국은 35% 정도로 높다). 장기기증 수치만 올라가도 우리나라 건강보험재정 1조2000억원이 줄어든다고 했다. 왜 그럴까. 건강보험재정 지출 2순위는 만성신부전증인데, 가장 좋은 치료법은 신장이식이다. 한데 장기 이식이 활성화 안 돼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쓰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에선 정부가 장기기증 서약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 매년 5억원가량의 예산을 쓴다. 20년 넘게 반복된 패턴이다. 예산 5억원을 쓰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민간단체에 보조금 식으로 쪼개서 나눠주는 방식이다. 어림잡아 20조원을 쓰고도 문제 해결에 실패한 것이다. 이런 사례를 접할 때면 퇴근해 괜히 남편에게 화풀이를 한다. 공무원인 남편을 몰아붙이며, “정부는 규제만 하지 말고, 문제해결에 집중하면 안 되냐”는 식이다. ‘옵트 아웃(opt-out)’ 방식이라도 시도해볼 순 없었을까. 운전면허증을 발급할 때 ‘장기기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주고, 거기에 체크하도록 해 체크하지 않으면 장기기증에 동의하는 형태 말이다. 아마 누군가는 이런 의견을 냈을 지도 모르고, 시도했다가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뭔가를 해보려 하다 잘못되면 된통 책임지는 게 공무원 일상이다 보니, 어느새 정부는 ‘효율’보다 ‘공정’만 우선시하는 공룡이 됐는지도 모른다. 신년 들어 임팩트 투자, 소셜벤처 등 사회문제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집단을 많이 만나다 보니, 더더욱 속이 상한다. 400조원 정부 예산 중 0.1%만이라도 과감하게 ‘미친 듯한’ 도전에 쓰이면 안 될까. 해결해야 할 목표만 주고, 그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등 어떤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변화보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극복이 우선

주말에 읽은 책 ‘오리지널스’에는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힌 ‘와비파커’ 이야기가 등장한다. 저자인 애덤 그랜트(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는 2009년 창업자 중 한 명의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내 인생 최악의 결정이었다”고 고백한다. 와튼스쿨 MBA에서 함께 공부한 청년 4명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학자금 대출에 신음하던 처지여서, 잃어버리거나 부러진 안경을 새로 장만하지 못했다. 어느 날 이런 의문을 품었다. “최첨단 기술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왜 아이폰만큼 비싸지?” 알고보니, 안경업계의 거대 공룡인 룩소티카가 시장의 80%를 장악하며 한 해 70억달러(8조원)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이들은 신발 기업 ‘자포스’가 온라인으로 신발을 판매하는 걸 지켜보면서, 안경 산업에도 이를 시도해보기로 결심한다. 주변에선 모두 핀잔을 줬다. “안경은 직접 써보고 사지, 누가 인터넷으로 구매하겠냐”라고. 하지만 와비파커는 현재 연매출 1억달러(1177억원), 시가총액이 10억달러(1조1177억원)에 달한다. 소비자가 미리 안경테를 써보도록 5일 무료 체험 배송 서비스를 실시했다. 매장에서 500달러에 팔리는 안경을, 안경테와 렌즈를 합쳐 90달러(10만원)에 판매하고, 안경 하나가 팔리면 또 하나는 개발도상국에 기부한다. 저자는 “독창성의 가장 큰 특성은 현상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결심”이라고 한다. 실제 조직에서 뭔가 새로운 걸 하려고 하면 단계마다 어려움에 부딪힌다. 불확실성에 직면하면, 우리는 직관적으로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생소한 개념이 실패할 이유부터 찾는다고 한다. 평가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뜻이다. 책에서 가장 공감한 대목은 이것이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독창성을 보여준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창출해낸 사람들이었다.”   질도 중요하지만 양을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정직·투명·신뢰…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

‘촛불정국’ 이후와 2017년 전망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전경련은 해체될 것인지, 기업 사회공헌은 어떤 변화가 생길지, 비영리단체의 모금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이 대표적이다. 분명한 건, 지금까지 ‘좋은 일인데’라며 웬만하면 문제 삼지 않았던 기존 공익분야 관행이 더 이상 통용되진 않을 것이다. 당장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인해 공익법인에 대한 불신이 한껏 높아져, 기부단체의 투명성이나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를 눈여겨보는 기부자들이 많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가이드스타가 오는 2월 공익법인에 대한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별표를 매기는 평가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투명성이 결여돼 이번 평가에서 제외된 단체를 보니, 고유목적사업비를 0원으로 표기한 단체가 57곳, 일반관리비 0원은 1111곳, 직원 수 0명은 448곳, 인건비 0원은 609곳이었다. 공익법인들이 왜 이런 공시자료를 국세청에 올렸는지, 기부자들의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2016년 기업 사회공헌이 위축된 것은 불경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민들의 ‘사회공헌 학습효과’가 더 정확한 이유일지 모른다. 사회공헌을 잘하는 기업으로 칭송을 받다가 하루아침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 치약 파동으로 곤욕을 치른 A사의 사례에서 보듯, 회사의 리스크를 사회공헌으로 무마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SNS를 통해 삽시간에 눈덩이처럼 퍼지는 부정적인 이슈에 사후대응하기란 불가능하다. 폴크스바겐 연비조작 스캔들로 2주 만에 주가가 30% 이상 하락했다고 한다. 글로벌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진짜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건 결코 착해서가 아니다. 그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전경련이 앞장서 거둬들인 800억 기부금은 지금까지 기업 사회공헌의 관행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한 장면이다. 만약 밝혀지지 않았다면, 전경련 홈페이지나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